“검사더러 피의자 이익 챙기라고? 가해자 천국, 피해자 지옥 세상” [안혜리의 직격인터뷰]
김재련 변호사 인터뷰

다들 이 지점에서 분노하는데, 다른 큰 문제가 더 있다. 피해자의 주요 방패(검사의 변호인 역할)를 치워버리는 데 그치지 않고, 피의자에게 오히려 과도한 무기를 쥐여줬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게 신설된 제246조 2 '검사의 객관의무'다.

지난 72년 동안 유지돼온 형사사법 시스템에선 검사가 사실상 피해자의 조력자(변호사) 역할을 해왔지만, 개정안에선 거꾸로 검사에게 피의자의 이익을 챙기도록 요구한다. 믿기 어렵지만 사실이다. '검사는…피의자 또는 피고인의 정당한 이익을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반면 '피해자 이익을 위한 조치'를 명시한 조항은 어디에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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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의자 권리만 꼼꼼하게 명문화
피해자에겐 개선 전무 개악 법안
경찰 암장해도 검사가 못 막아
"부작용 땐 개정" 국민 마루타 삼아
」
박원순 전 서울시장 등 권력형 성폭력 피해자 등 사회적 약자를 많이 대리해온 김재련 변호사가 "(형소법 개정안은) 개선은 단 하나도 없이 일부 권력자를 제외한 모든 국민에게 더 나빠진 법"이라고 비판하는 이유다. 지난 9일 김 변호사를 만나 피의자에게만 한없이 관대해진 형소법 개정안의 문제점에 대해 조목조목 짚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안혜리 논설위원
Q : -형소법 개정안 핵심이 뭔가.
A : 검찰의 과거 권력 수사(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보복, 언제든 자기 목에 칼을 들이댈 수 있다는 생각에 검찰을 이빨 빠진 호랑이로 만든 거다. 한마디로 자기들(이 대통령과 민주당) 살자고 국민을 희생시켰다. 보통의 범죄 피해자는 서로 다른 역량을 가진 경찰과 검찰 둘 다 필요하다. 경찰이 발 빠르게 현장에서 증거 수집하고 범인 검거하면, 법률 전문가인 검찰은 법리 검토 후 미진한 부분을 신속하게 보완수사권으로 채워넣어 톱니바퀴 맞물리듯 피해자 보호와 가해자 처벌을 해왔다. 검사가 피해자 권익을 지키는 국가 변호사 역할을 해온 셈인데, 실체적 진실 발견과 신속한 수사 진행이 가능했던 이 방식을 더는 하지 말라니. 법과 제도의 개선·개혁은 기존보다 나아야 한다. 그런데 이번 개정안으로 무슨 사건이든 뺑뺑이를 돌고 돌아 한없이 지연돼 가해자 처벌은 매우 어려워졌다. 절차 지연은 피해자에게 100% 불리하다. 어찌어찌 힘들게 기소한다 해도 그 긴 시간 동안 피해자가 써야 하는 시간과 법률 비용, 감정 소모는 어떻게 할 것인가. 국가의 도움은커녕 가해자 처벌 요구조차 포기하게 만드는 법이다. 국민 세금 받는 정치인들이 대체 무슨 명분으로 국민에게 더 나쁜 법을 만들었는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Q : -사건이 얼마나 지연될 거로 보나.
A : 예측도 못 하겠다. 기존 불구속 사건은 경찰 단계 6개월, 검찰 단계 3개월, 이렇게 늦어도 9개월이면 기소됐다. 지난 2020년 검경 수사권 조정 공포(2021년 시행)로 민주당 정권이 검사의 수사 개시권을 없앤 이후 이미 늘어지기 시작했다. 가령 내 의뢰인이 지난 2024년 9월 고소한 사건이 2년 가까이 흐른 오늘까지 경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수포자'가 속출하고 있다.
Q : -'수포자'라니.
A : 수사를 포기한 수사관 말이다. 폭행·절도·강도 등 피해 결과가 눈에 보이면 그나마 의욕적으로 수사에 착수한다. 반면 업무상 횡령이나 강제집행 면탈(재산 숨기기), 배임, 민사 관련한 사건 등 가시적으로 안 드러나면 지레 겁먹고 아예 고소인(피해자) 측 전화조차 안 받는다. 어렵게 통화가 돼 조사 일정 잡아도 다른 강력 사건으로 갑자기 출동하거나 기간 제한(구속 10일 이내 기소) 있는 구속 사건이 생기면 또 일정이 어그러진다. 담당 경찰 휴직이나 인사이동이 생기면 다시 원점이다.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너무 어렵다. 처리가 뻔한데 인맥이나 친소 관계로 경찰이 그냥 덮으려고 묵히는 게 아닌지 의심스러운 사건도 많다. 앞으론 암장이 더 쉽다. 경찰 조직은 검찰 조직보다 훨씬 비대하고, 검찰 견제마저 사라졌으니 관리 감독이 더 어려울 수 있다. 모든 제도는 선의가 작동하지 않을 때를 대비해 견제와 균형 장치를 갖추는 건데, 경찰 선의에 기댈 수밖에 없다.
Q : -검사가 보완수사를 '요구'할 순 있는데.
A : 경찰 업무 특성을 모르는 전형적인 탁상 입법이다. 경찰은 검사의 보완수사 요구를 받은 날부터 1개월 이내에 보완수사를 이행하고 그 결과를 검사에게 통보(제197조의 2)하도록 했다. 경찰이 불러도 참고인이 바쁘다고 미뤄버리면 어쩔 건가. 결국 수사 연장 보고서만 계속 쓰면서 시간이 흘러간다. 그 와중에 피해자는 죽어 나가고 증거는 사라진다. 고소·고발 수리 3개월 이내에 수사를 완료해 송치 여부 결정하라(제238조)고 바뀐 것도 또 다른 탁상 입법이다. 3개월 수사 완료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게으르면 된다. 3개월 뭉개다 무혐의로 불송치하면 그만이다. 김용민 의원 등은 부작용이 나타나면 고치면 된다는데, 국민이 마루타인가.

Q : -피해자는 법률 비용이 늘지만, 변호사는 좋지 않나.
A : 아니다. 피해자 권익 보호를 통해 사법 정의를 세우는 게 국가의 기본 시스템이다. 그게 무너지고 망가지면 모두에게 나쁘다. 업무 과중에 내몰리는 경찰수사관은 물론 심지어 피의자(피고인)에게도 좋지 않다. 피의자는 수사 대상 위치에 있을 뿐 확정적으로 죄지은 사람이 아니다. 진짜 죄 진 게 아니라면 신속한 사건 진행을 통해 사법 절차에서 빨리 해방되는 게 피의자 인권 보호에 더 도움이 된다. 개정 시스템에선 죄 없는 피의자도 그 안에 오래도록 갇혀버린다. 피해자는 말할 것도 없다. 법률 비용 감당할 여력 있는 사람은 드물다. 지금까지는 돈 없고 백 없어도 검사가 방패 역할을 해줬다. 그게 사라졌으니 포기하고 입을 닫을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은 돈과 권력, 즉 힘 있는 사람들만의 천국이 될 거다. 가해자 천국 피해자 지옥 세상이 열렸다. 회복불가 대한민국이다.
Q : -서영교 의원은 피해자에게 국선 변호인 붙이면 된다는데.
A : 국선에 실망한 의뢰인이 사선을 찾는다. 피해자가 직접 위임 계약하는 게 아니라 관할 검찰청 리스트 기반 자동 매칭이다 보니 경찰 조사 때 동석하지 않고 의견서 하나 내지 않는 등 무성의로 일관하며 의뢰인이 제대로 된 변호사를 선임할 기회만 빼앗는 국선이 꽤 많다. 또 예산 부족 탓에 지금도 교통비 수준의 터무니없이 낮은 수임료와 제때 지급되지 않는 보수 등으로 열심히 하는 국선 사기도 계속 저하되고 있다. 원래 그 역할 하던 검사 손발을 잘라버리곤 국선 붙여준다? 이건 직행 버스 노선 없앤 뒤 길 모르는 버스 기사가 모는 완행 타라고 강요하면서 '안내원 붙여주겠다'는 궤변과 똑같다.
Q : -결국 죄지은 한 줌 권력자만 혜택을 보는 셈인가.
A : 맞다. 돈과 권력 있는 소수에겐 나쁘지 않다. 비싸고 유능한 변호사 쓰거나 인맥 통해 수사단계에서 암장해버리면 되니까. 개정안엔 검사더러 피의자·피고인 이익을 위한 조치를 하라는 내용까지 담았다.
Q : -검사가 피의자 이익을 위한다고?
A : 그렇다. 가해자 인권은 적법 절차 원칙에 따라 보호하면 된다. 그런데 무슨 영문인지 '검사의 객관의무'를 만들어 피고인 이익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했다. 굳이 이걸 넣으면서 피해자의 정당한 권리 구제에 대한 조치에 대해선 언급도 없다. 변호사 조력이나 영상 녹화 등등 전부 마찬가지다. 철저하게 피의자 권익 보호를 위한 개정이다. 대통령 한 사람 법정 안 세우기 위한 제327조 '공소기각 판결' 얘기를 언급할 필요도 없다.
Q : -성범죄·스토킹 등 7대 민생 범죄는 모두 송치하는 전건 송치 추진한다는데.
A : 실효성도 없지만 위헌 소지가 다분하다. 가령 최근 스토킹 피해 논란을 빚은 배우 황정민 사건을 스토킹이어서 전건 송치한다 치자. 재력·명성 있는 배우는 보호받는다. 그런데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전 재산을 사기당해도 이건 전건 송치 대상이 아니다. 누구든 보호받아야 할 형사사법 피해자를 선택한다는 자체가 위헌적이다.
Q : -성폭력 등 약자에게 불리한데, 피해자 단체 등 시민단체가 너무 조용하다.
A : 법사위 통과 전 입장을 냈으나 요식행위다. 잘못된 줄 알면서도 민주당과 척 지기 싫은 거다. 만약 국민의힘이 이런 법안을 냈다면 지금 모두 길거리로 쏟아져 나왔을 거다.

안혜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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