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포럼 매진됐지만, 로봇고 교장도 한마디 하렵니다

오성훈 2026. 2. 19.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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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글로벌포럼 불참의 아쉬움에 답하는 AI 시대의 직업교육

[오성훈 기자]

 <오마이뉴스> 창간 26주년 기념 '글로벌 오마이포럼 2026'이 'AI 권력의 시대 : 인간다움과 민주주의의 미래'라는 주제로 2월 20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다.
ⓒ 오마이뉴스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마음

살다 보면 꼭 가보고 싶은데, 피치 못할 사정으로 발길을 돌려야 하는 순간이 있다. 내게는 2월 20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리는 오마이뉴스 글로벌포럼 'AI 권력의 시대: 인간다움과 민주주의 미래'가 그렇다. 대통령의 축사부터 트리스탄 해리스, 이세돌 전 바둑기사까지 한자리에 모인다는 소식에 일찌감치 마음을 두었으나, 2주 전 매진 소식과 학교 현장의 시급한 업무가 겹치며 결국 불참을 결정했다.

나는 직업계고에서 33년을 근무했고, 현재 서울로봇고등학교 교장으로 있다. 기술의 진보와 노동의 미래는 내게 단순한 학술적 관심사가 아니라, 매일 마주하는 아이들의 생존이 걸린 절박한 문제다. 포럼 현장에서 펼쳐질 미래의 청사진을 직접 보지 못하는 아쉬움을 달래며, 학교 현장에서 길어 올린 AI 혁명과 직업교육의 패러다임에 관한 생각을 정리해 본다.

생각마저 기계에 파는 시대, 우리는 무엇으로 남을까

이번 포럼의 주제인 'AI 권력'은 우리가 믿어온 상식을 뒤흔들고 있다. 과거의 기계가 인간의 '근육'을 대신했다면, 이제 AI는 인간 고유의 영역이었던 '지능'과 '추론' 자체를 기계화한다. '사유(Reasoning)'가 상품이 되는 시대다. 이는 지식을 생산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인류의 메커니즘이 기계로 전이되는 질적 혁명이다.

우리는 기술이 인간을 복제하는 데만 매몰되는 '튜링 함정(Turing Trap)'을 경계해야 한다. 스탠퍼드대 에릭 브린욜프슨(Erik Brynjolfsson) 교수가 제시한 이 개념은, AI가 인간 노동의 '대체'에만 집중할 때 노동이 자본에 의해 무한 복제 가능한 소모품으로 전락한다는 경고다. 이것은 단순히 기술적 진보의 문제가 아니라, 기술을 소유한 자가 노동의 가치를 결정하게 되는 '권력의 비대칭' 문제다.

전문직의 축복 뒤에 숨은 '임금 압착'의 그림자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국내 최대 건설ㆍ건축ㆍ인테리어 전문전시회 '2026 코리아빌드위크'에서 산업현장 작업을 책임지는 AI로봇들이 전시장을 누비고 있다. 2026.2.4
ⓒ 연합뉴스
흔히 자동화는 저숙련 노동자의 위기라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더 복잡하다. 고학력 전문직은 AI를 활용해 자신의 통찰력을 극대화하는 '고보완'의 위치에서 혜택을 누리지만, 사무직이나 정형화된 업무를 수행하는 이들은 직무 자체가 AI에 넘어가는 '저보완'의 위험에 노출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고용 전망 2023(Employment Outlook 2023)'에 따르면, 전체 직업의 약 27%가 자동화 고위험군에 속하며 추가로 상당수가 부분 자동화에 노출되어 있다.

국가 전체의 생산성은 폭발하는데 대중의 월급은 제자리걸음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MIT 경제학자 데이비드 오터(David Autor)의 노동시장 양극화 연구는 이 구조를 명확히 진단한다. AI가 창출한 이익이 글로벌 빅테크로 누수되고, 일자리에서 밀려난 이들이 저임금 서비스직으로 몰리며 임금이 하향 평준화되는 '압착 효과'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기술 권력이 소수에게 집중되는 것은 정보와 판단의 주권을 위협하는 민주주의의 위기이기도 하다.

AI 시대, 직업교육이 답해야 할 세 가지 질문

첫째, 스승과 제자의 경계가 허물어질 때

직업교육 현장은 이미 거대한 지각변동을 겪고 있다. 디지털 원주민인 학생이 기성세대 교사에게 AI 활용법을 가르치는 '리버스 멘토링(Reverse Mentoring)'은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권위의 역전이 일어나는 교실에서 스승과 제자는 이제 '상호 학습자'가 되어야 한다. 가르침과 배움이 쌍방향으로 흐르는 교실이야말로 변화하는 시대에 가장 유연하게 대응하는 공간이 된다.

서울로봇고에서도 학생이 먼저 새로운 AI 도구를 익혀 교사에게 시연하는 장면이 낯설지 않다. 교사의 역할은 지식의 전달자에서 '학습 환경의 설계자'로 조금씩 그러나 분명하게 바뀌고 있다.

둘째, 지식의 전수에서 역량의 발화로

검색 한 번이면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정보를 외우는 것보다, 그 정보를 비판적으로 읽고 맥락 안에서 판단하며 타인과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역량이 훨씬 중요해졌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미래 일자리 보고서 2023(Future of Jobs Report 2023)'은 2027년까지 가장 중요해질 역량으로 비판적 사고, 창의성, 공감과 소통 능력을 꼽았다. 공교롭게도 이것들은 알고리즘이 가장 모방하기 어려운 인간의 능력이다.

직업교육에서는 이 전환이 더욱 절실하다. 특정 기술 하나를 잘 익히는 것보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했을 때 스스로 배우고 적응하는 '학습하는 법을 학습하는(Learning to Learn)' 능력이 우리 학생들에게 진짜 필요한 역량이다.

셋째, '영구적 채용 가능성'을 길러주는 학교

기술은 끊임없이 바뀐다. 오늘 배운 AI 도구가 내년에는 구식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학교가 길러줘야 할 것은 특정 도구의 숙련도가 아니라,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도 자신의 가치를 만들어갈 수 있는 '영구적 채용 가능성(Employability)'이다.

이것은 단순히 취업을 잘하라는 뜻이 아니다. 변화 앞에서 주눅 들지 않고 스스로 질문하며 다시 일어서는 내면의 근력을 기르는 것이다. 서울로봇고에서는 이를 위해 AI 윤리, 프로젝트 기반 협업 수업, 학생 주도 기술 발표회를 정규 교육과정 안에 녹여내고 있다. 완벽하지 않지만, 방향은 분명하다.

질문을 포기하지 않는 학교

포럼 표는 매진되었지만, 보이지 않는 미래를 함께 고민하는 사람들이 이토록 많다는 사실에 작은 위안을 얻는다. AI 혁명은 인간의 지능을 기계화하여 우리를 위협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역설적으로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가치'가 무엇인지 끊임없이 질문하게 만든다.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도구를 다루는 인간의 지혜와 윤리적 통제력은 더욱 희소한 자산이 될 것이다. 정답은 AI에게 맡기더라도, '왜 이 일을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인간의 고유성만큼은 포기할 수 없다.

포럼장의 화려한 조명은 꺼지겠지만, 우리 아이들의 삶을 지키기 위한 학교의 질문은 이제 시작이다. 포럼장으로 향하지 못한 나의 아쉬움이, 우리 아이들에게는 더 단단하고 따뜻한 교육의 토양이 되기를 소망한다.

※ 인용 출처: OECD Employment Outlook 2023 WEF Future of Jobs Report 2023 Erik Brynjolfsson, 'The Turing Trap' (Daedalus, 2022) David Autor, 'Work of the Past, Work of the Future' (AEA Papers, 2019)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기사 채택 후 개인블로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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