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도 살인' 30대 "김건희 재벌집 막내아들 탓"…재판서 궤변

아파트 이웃 주민에게 일본도를 휘둘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37세 남성 백모 씨가 지난 8월 1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아파트 단지에서 일본도로 이웃 주민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30대 남성 백모(37)씨가 법정에서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그는 "김건희 재벌집 막내아들로 인해 모든 사건이 일어났다"며 "살인과 일본도 소지 등 모든 혐의는 정당방위 측면에서 벌어진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했다.

백씨는 30일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2부(권성수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살인, 총포화약법 위반 등의 혐의 공판준비기일에서 "전례 없는 기본권 말살 때문에 이 사건이 일어났다"며 "김건희 재벌집 막내아들로 인해 모든 사건이 일어났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이로 인해 김건희(영부인)와 한동훈(국민의힘 대표), 윤석열(대통령), CJ가 3년 동안 저를 죽이려 했다"고 진술했다.

백씨는 재판장이 재차 범행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는지를 묻자 같은 주장을 반복하며 "이것이 인정돼야 제 가격 행위가 인정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피고인이 주장하는 전제 사건에 대해선 재판부가 관여하거나 판단하지 않는다"며 "이번 재판은 피고인이 사람을 살해했는 지에 대한 책임 유무를 따지는 것이기 때문에 그에 대한 입장을 정확히 밝히면 된다"고 백씨를 꾸짖었다.

이날 백씨 측 변호인 역시 3가지 혐의를 모두 부인하고 무죄를 주장했다. 변호인은 살인 혐의에 대해선 '정당방위' 혹은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고, 총포화약법 위반에 대해선 "도검 사용에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고 했으며 모욕의 경우 "욕설한 사실 자체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백씨의 부친 역시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올라온 아들 관련 기사에 "아들이 자기 자신을 던지고 대의를 위해 살인했다", "범행의 동기가 사익이 아닌 공익이라면 국가는 가해자와 피해자에게 보상해줘야 한다"는 등의 댓글을 반복적으로 남긴 바 있다. 이에 네이버는 백씨 부친 계정에 대해 댓글을 더 이상 달 수 없도록 조치했다.

백씨는 지난 7월 29일 오후 11시 22분경 서울 은평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장식용으로 허가받은 날 길이 약 75㎝, 전체 길이 약 102㎝의 장검을 이웃 주민인 40대 남성에게 휘둘러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백씨가 102cm 길이 일본도를 골프가방에 넣고 피해자에게 접근하는 모습이 CCTV에 잡혔다. 사진 JTBC 뉴스룸 캡처

검찰에 따르면 백씨는 다니던 회사에서 약 3년 전 퇴사한 뒤 정치·경제 기사를 접하다 지난해 10월경부터 '중국 스파이가 대한민국에 전쟁을 일으키려고 한다'는 망상에 빠졌다. 이후 같은 아파트 단지에서 자주 마주치던 피해자가 자신을 미행하고 감시하는 중국 스파이라고 생각해 범행했다.

이날 재판을 방청한 피해자의 유족은 검찰이 백씨의 구체적인 범죄사실을 언급하자 눈물을 흘리거나 흐느꼈다. 피해자의 부친은 "죄도 없고 아무 관련이 없는 사람을 백씨가 악랄하게 죽였다"며 "아들의 죽음이 너무 억울해 한이 맺히고 원통하다. 이 한을 꼭 풀어주길 바란다"라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유족 측 법률대리인도 재판 후 취재진에 "피고인이 여전히 죄를 뉘우치지 않고 변명하고 있어 유감이고 분노스럽다"며 "오늘 공판은 피고인에게 법정 최고형이 선고되어야 하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자리였다"고 말했다.

하수영 기자 ha.suyo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