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강동원과 발라더 오정세… 웃기고 찡한 ‘와일드 씽’

권남영 2026. 6. 1.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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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와일드 씽’ 한 장면.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내향인’으로 유명한 배우 강동원·엄태구·박지현이 아이돌 가수로 변신했다. 3인조 혼성 그룹 ‘트라이앵글’이다. 상상해 본 적 없는 이 조합이 실현된 건 영화 ‘와일드 씽’에서다. 모여 보니 멤버 합이 꽤 훌륭하다. 유튜브에 선공개된 대표곡 ‘러브 이즈’ 뮤직비디오 영상은 조회수 305만회를 넘을 정도로 화제다. 멤버별 대표색을 딴 팬덤 ‘빨초파 부대’까지 생겨났다.

3일 개봉하는 코미디 영화 ‘와일드 씽’은 2000년대 초 가요계를 강타하며 최고의 인기를 누렸으나 모종의 사건에 휘말려 하루아침에 해체된 트라이앵글이 20년 만에 콘서트 출연 제안을 받고 다시 무대에 서기 위해 뭉치며 벌어지는 소동극을 그린다.

팀의 리더이자 자칭 ‘댄스 머신’ 현우 역의 강동원은 헤드스핀 등 고난도 브레이크 댄스를 직접 펼친다. 실제 과묵한 성격인 엄태구는 래퍼 상구로 변신해 ‘폭풍 랩’을 쏟아낸다. 팀의 ‘센터’이자 메인 보컬 도미 역의 박지현은 명랑한 반전 매력으로 최근작 ‘히든페이스’ ‘은중과 상연’의 진중한 이미지를 지워낸다.

영화 ‘와일드 씽’ 한 장면.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세기말 감성을 그대로 녹인 무대 연출이 그 시절 가요계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달콤, 살벌한 연인’(2006) ‘이층의 악당’(2010) 등으로 특유의 유머 감각을 선보인 손재곤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모든 걸 내려놓은 듯한 배우들의 유쾌한 연기와 손 감독의 섬세한 코미디 연출이 시너지를 폭발시킨다.

극의 또 다른 축은 트라이앵글에 밀려 ‘39주 연속 2위’에 머문 비운의 발라드 가수 성곤 역의 오정세다. 그가 미성으로 부른 ‘니가 좋아’도 중독성 있는 멜로디로 인기몰이 중이다. 감미로운 ‘여심 사냥꾼’이었다가 뜻밖의 사건으로 연예계를 떠난 뒤 ‘진짜 사냥꾼’이 된 성곤은 이 영화의 웃음 핵이다. 무리한 설정도 연기력으로 집어삼키는 오정세는 진지해서 더 웃기는 경지를 보여준다.

영화 ‘와일드 씽’ 한 장면.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는 단순한 추억 소환에 머물지 않는다. 한물간 방송인이 된 현우와 보험 설계사로 근근이 벌이하는 상구, 재벌가 며느리이지만 자아를 억누른 채 무료하게 지내는 도미까지, 과거 영광을 뒤로하고 짠한 현실을 살아가는 이들의 현재에 초점을 맞춘다.

‘인생에 세 번의 기회는 있다’는 말에 “기회가 어떻게 세 번만 있냐”고 맞서는 현우의 대사가 뭉근한 감정적 동요를 일으킨다. 실패를 딛고 다시 기회를 잡기 위해 분투하는 이들을 무작정 응원하게 된다. 찬란하게 빛났던 나의 어느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공연 장면은 웃음 끝에 찡한 여운을 선사한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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