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감소증 결코 가볍게 볼 질환 아냐… 20대부터 근력운동 필수” [헬스조선 젊은 명의]

전종보 기자 2024. 10. 7.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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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조선 명의톡톡’ 명의 인터뷰
‘근감소증 젊은 명의’ 보라매병원 이상윤 교수
보라매병원 재활의학과 이상윤 교수 / 보라매병원 제공
나이가 들면 어느 움직임 하나 쉬운 게 없다. 뛰거나 계단을 오르내리는 건 차치하고, 걷기, 앉았다 일어나기와 같은 일상적인 동작들조차 버거워진다. 더 이상 몸이, 정확히는 근육의 양과 기능, 운동능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증거다. 근 감소는 생명에 직접적으로 지장을 주는 문제는 아니다. 다만 서서히, 그리고 계속해서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노년기에 근육량이 줄어드는 것을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닌, ‘근감소증’이라는 하나의 질환으로 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근감소증 전문가인 보라매병원 이상윤 교수를 만나 근감소증 검사, 치료, 예방법 등에 대해 들었다.

-근감소증은 어떤 질환인가?
“나이가 들어 뼈의 무기질이 빠져나가면 골다공증으로 진행되듯, 근육 노화로 근육량, 근력, 근기능이 줄어드는 게 근감소증이다. 노화와 연관된 질환이라고 볼 수 있다. 근육량이 적다고해서 무조건 근감소증은 아니다. 근육량도 중요하지만, 근육의 기능에 해당되는 근력, 일상생활 수행능력 또한 매우 중요하다. 근육량이 적은 사람이 근력도 부족할 수 있지만, 반대로 근력이 좋아서 적은 근육을 잘 사용하는 사람도 있다. 근육량이 적은 것은 근감소증의 특정 현상 중 하나로 봐야 한다.”

-국내 근감소증 유병률은?
“유병률을 파악하려면 그 병에 대한 진단 기준이 확실히 마련돼야 하는데, 근감소증은 과거와 지금의 진단 기준이 다르고, 아직까진 트렌드를 보기 어려운 면이 있다. 다행히 우리나라의 경우 질병관리청에서 실시하는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에 근감소증에 대한 데이터가 들어있다. 최근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인바디와 악력을 사용해 근육량, 근력을 각각 측정했을 때 65세 이상 기준으로 남성은 약 6%,여성은 약 9%가 근감소증으로 진단됐다. 다만 이 데이터에도 맹점은 있다. 앞서 말했듯 근감소증은 근육량, 근력, 근기능 세 가지를 기반으로 진단하는데, 국민건강영양조사에는 근기능을 확인하는 보행속도 검사가 없다. 때문에 실제로는 1.5배 정도 환자가 많을 것으로 추정되며, 인구가 고령화될수록 더 많아질 가능성이 크다.”

-현재 진단 기준은?
“진단할 때 사용하는 몇 가지 검사법이 있다. 대표적인 게 손아귀 힘, 즉 악력을 측정하는 방법이다. kg 단위로 측정된다. 남성의 경우 28kg, 여성은 18kg이 기준이다. 이보다 낮으면 악력이 떨어졌다고 본다. 보행 속도도 측정한다. 악력이 힘을 평가하는 방법이라면, 보행 속도는 실질적인 일상생활 수행 능력, 기능을 측정하는 검사다. 보행속도 1m/s를 기준으로 본다. 시속으로 치면 3.6km/h 정도다. 젊은 성인들이 러닝머신을 이용할 때 천천히 걷는 정도라고 보면 된다. 연구 목적으로 무릎 근력, 척추 근력을 재기도 한다. 그러나 악력을 많이 검사하는 이유는 가장 단순하면서도 신뢰도가 높기 때문이다. 측정하기 쉽고, 검사자가 달라져도 신뢰도가 높다.”

-이외에 다른 검사들도 있나?
“이중에너지 방사선흡수 측정법이라고 하는 골밀도검사법이 있다. 골다공증을 검사할 때 활용하는 검사인데, 이 검사를 이용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근육량을 분석할 수 있다. 가장 정확한 방법이긴 하나, 저용량이긴 해도 방사선 노출이 우려된다는 단점이 있다. 때문에 요즘엔 인바디가 범용으로 더 많이 사용되고 있다. 이밖에 근기능을 파악하기 위해 팔짱을 낀 상태에서 의자에 앉았다 일어났다 반복하는 동작을 12초 내에 수행할 수 있는지 확인하기도 한다.”

-고령화 외에도 환자 수가 늘어나는 이유가 있을까?
“영양 상태 불량, 운동 부족도 원인이 될 수 있다. 음식을 잘 챙겨먹고 여러 운동을 하는 노인들이 있는 반면, 끼니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해 영양 상태가 안 좋거나 운동을 못하는 노인들도 있다. 여기에 고혈압, 당뇨병과 같은 여러 만성 질환이 동반될 경우 근감소증 위험이 증가하고 진행 속도도 빨라진다.”

-환자 평균 연령이 어떻게 되나?
“보통 65세 이상 노인이고, 70·80대를 넘어서면 기하급수적으로 환자 수가 늘어난다. 병원에서 실제 진료하는 환자들은 대부분 70세 이상이다.”

-60·70세 이전 비교적 젊은 나이에도 근감소증을 겪을 수 있을까?
“충분히 가능하다. 40·50대부터 발병하기도 한다. 운동 부족 때문일 수 있고, 만성질환이 생기면서 근감소증을 겪는 경우도 있다. 최근 청소년 관련 데이터들을 보면 10대 학생들, 특히 여학생들의 운동량이 감소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미국이나 유럽과 비교하면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근육량, 근력도 많이 떨어졌다. 입시 위주 교육으로 인해 운동할 수 있는 시간이 줄었기 때문이다. 근육량, 근력 모두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에 정점을 찍은 뒤 계속 감소하는데, 지금 10·20대는 운동량이 부족하고 근력이 약하다보니 그 정점 값이 더 내려갔다. 이들이 30~40년 후 노인이 되면 근감소증 유병률도 높아질 수 있다.”

-근감소증 고위험군은?    
“아무래도 여러 만성질환과 연관이 있고, 질환, 직업상의 이유로 몸을 많이 움직이지 못하는 사람들도 위험이 높다고 볼 수 있다. 음식을 잘 챙겨먹지 못해 영양결핍이 있는 경우도 고위험군이다.”

-근감소증을 의심할만한 증상이 있다면?
“SARCF를 활용해볼 수 있다. 유럽에서 개발된 질문지를 국내 의료진이 우리나라에 맞게 바꾼 한국형 근감소증 선별질문지다. 예를 들어 9개들이 4.5kg짜리 배 한 박스를 들어서 나르는 것이 어려운지, 방 한쪽 끝에서 끝까지 걷는 게 어려운지, 계단 10개를 쉬지 않고 오르는 게 어려운지, 1년 동안 몇 번 넘어졌는지 등을 묻는 식이다. 질문에 대해 ‘전혀 어렵지 않다’부터 ‘매우 어렵다’로 답하면, 점수를 매겨서 근감소증 의심 여부를 평가한다. 좀 더 직관적이고 쉽게 평가하는 방법도 있다. 일본 학자들이 개발한 검사법으로, 양손 엄지와 검지를 이용해 동그랗게 원을 만들어 종아리 가장 두꺼운 부분의 둘레를 재보는 거다. 양손 손가락이 서로 닿지 않으면 근력이 충분한 거고, 딱 맞닿으면 평균, 손가락과 종아리 사이에 공간이 생길만큼 넉넉히 남는다면 근육량이 많이 떨어졌다고 볼 수 있다.”
기자가 악력계를 이용해 악력을 측정하고 있다. 악력을 측정할 때는 손 크기에 맞춰 손잡이를 조절한 뒤, 한 손으로 악력계를 잡아든 상태에서 3초 동안 쥐어짜듯이 있는 힘껏 손잡이를 당겨주면 된다. 기자는 53kg이 나왔다. 이상윤 교수는 “젊은 성인도 천차만별이긴 하나, 53kg이면 괜찮은 편”이라며 “반대로 생각하면 근감소증의 기준이 되는 28kg이 매우 낮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 사진 = 클립아트코리아
-근감소증은 어떻게 치료하나?
“근감소증 치료에 근간이 되는 치료법은 근력운동과 영양 섭취 두 가지다. 먼저 운동의 경우, 근력 운동을 해야 한다. 유산소 운동은 근력 증강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중량을 점진적으로 올리는 게 핵심이다. 30kg짜리 바벨을 잘 들 수 있게 되면 2주 후에는 32kg, 34kg으로 늘리는 식이다. 영양적인 측면에서는 근육 생성에 필요한 단백질을 섭취하는 게 중요하다. 체중 1kg당 단백질을 1.2g 정도는 먹어야 한다. 예를 들어 70kg이면 하루에 84g 정도 섭취해야 한다. 우리나라 노인의 경우 탄수화물에 비해 단백질 섭취량이 너무 부족하다. 동물성 단백질도 좋고, 식물성 단백질도 좋으니 단백질을 많이 섭취하라고 당부하고 싶다. 식단으로 보충하기 어렵다면 단백질 함량이 많은 보조식품, 음료를 간식으로 먹는 것도 방법이다.”

-고령자가 무거운 기구를 드는 운동을 하긴 어려울 것 같은데?
“맞다. 그래서 가장 많이 권하는 것 중 하나가 등산이다. 등산은 좋은 유산소 운동인 동시에, 하체 근력을 강화할 수 있는 운동이기도 하다. 헬스장에서 운동할 때는 상담을 받은 뒤 부상 위험이 적은 운동기구 위주로 이용할 것을 권한다. 특히 허벅지 근육처럼 큰 근육을 키울 수 있는 운동이 추천된다. 젊은 사람만큼은 아니어도, 70·80대 역시 근력 운동을 통해 근육이 늘어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우리나라보다 일찍 고령화를 경험한 일본에서 연구를 통해 입증된 사실이다.”

-사용할 수 있는 약물은 없나?
“아직 FDA 승인을 받은 약제가 없다. 현장에서 환자를 돌보는 의사로서 가장 답답한 점 중 하나기도 하다. 근감소증 영역에서 게임체인저 역할을 할 수 있는 약이 개발돼야 한다. 현재 미국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정말 많은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다만 약 개발이 쉽지만은 않다. 골다공증의 경우 골밀도만 높이면 되지만, 근감소증은 근육량과 근력, 근기능을 함께 높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 결과들을 보면 근육량을 올리는 약들은 꽤 많이 나왔지만, 근력이나 근기능 개선까지 이어지기는 어렵다.”

-근육량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된다고 알려진 약들이 있는데?
“근육 생성에 사용되는 일부 필수아미노산을 사용해 만든 캡슐, 파우더들이 있긴 하다. 그러나 근감소증을 치료하는 약은 아니다.”

-최근 연구·개발되고 있는 약은?
“근육 생성과 연관된 mTOR를 활성화하는 약들이 개발되고 있고, 이전에 다른 목적으로 개발된 약에서 근감소증 개선 가능성이 확인돼 임상시험 중인 약도 있다. 고혈압 치료에 사용하던 약이 탈모약이 된 것처럼, 다른 질환을 치료하는 데 사용하던 약이 근육 증가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가 보고돼 근감소증을 타깃으로 연구 중이다.”

-근감소증도 완치가 가능한가?
“가능성이 있다. 근감소증은 근육량, 근력, 근기능 중 하나라도 좋아지면 질환 단계가 내려갈 수 있다. 보통 12주 프로그램을 진행했을 때 치료 과정을 열심히 따른 경우 변화를 볼 수 있었다.”

-치료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있다면?
“아무래도 환자가 대부분 고령자다보니 스스로 운동하거나 식사를 챙기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아직까진 질환에 대한 인식도 부족한 실정이다. 많은 환자들이 근육량이 줄어도 생명과 직결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관심을 갖지 않는다.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전국민적 프로그램이나 캠페인들이 필요하다.”

-근감소증을 치료해야 하는 이유는?
“근감소증은 삶의 질과 연관돼 있다. 그 자체로 중병이거나 생명과 직결된 문제는 아니지만, 나이가 든 후 기본적인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친다. 노년기 삶의 질이 떨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근감소증에 대해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근감소증 예방을 위해서는?
“앞서 이야기한대로 근육량, 근력은 20대 후반, 30대 초반에 정점을 찍는다. 이 정점 값을 올리기 위해 10·20대부터 운동을 많이 해둬야 한다. 정점을 찍은 후에는 떨어지는 속도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30대 이후부터도 근육을 잘 유지하기 위해 근력 운동을 열심히 해야 한다. 균형 잡힌 식단도 필수다.”
보라매병원 재활의학과 이상윤 교수 / 보라매병원 제공
이상윤 교수는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동대학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보라매병원 재활의학과에 재직 중이며, 전문 진료분야는 근골격계통증, 척수손상, 호흡재활, 암재활 등이다. 현재 대한재활의학회 총무위원, 대한근감소증학회 연구이사로도 활동 중이다. 이 교수는 근감소증 검사, 치료 등과 관련된 여러 논문을 발표하며 학계 주목을 받았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대한재활의학회 재활의학학술상(임상 분야)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는 계속해서 환자 진료에 힘쓰는 한편, 효과적인 검사·치료를 위한 연구에도 매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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