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5대 쟁점은…‘진짜 사장’ 누구, 정부도 사용자?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시행 한 달이 지나면서 산업 현장에서는 벌써부터 경영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팽배하다. 법안을 둘러싼 쟁점은 크게 5가지다. ▲사용자 범위 확대 ▲노동쟁의 범위 확대 ▲손해배상 책임 개별화 ▲법적 불확실성 상시화 ▲중대재해처벌법과 모순 등이다. 각각의 문제점을 살펴봤다.

‘진짜 사장’ 모호…N차 하청 어디까지
노란봉투법에서 가장 쟁점이 되는 부분은 ‘사용자 범위’ 확대다. 사용자 개념을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에서 ‘근로조건에 대한 실질적·구체적 지배력이 있는 자’로 확대한 것이 골자다. 하청기업 직원이라도 원청기업이 실질적인 업무 지시와 감독을 했다면 원청기업도 사용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용자 범위가 무한 확장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정부는 원칙론적인 입장만 되풀이한다. 고용노동부는 “다수의 하청에 대해 무조건 사용자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특정한 근로조건과 관련해서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 결정할 수 있는 경우에만 인정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장에선 ‘재재하청’ 근로자들도 원청과 교섭을 요구하는 등 극심한 혼란이 일고 있다.
최근 BGF리테일 물류 배송기사 파업이 대표 사례다.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은 자회사 BGF로지스와 상품 배송 위탁 계약을 맺었다. BGF로지스는 각지 물류센터에서 개별 계약한 운송사에, 운송사는 다시 특수고용노동자인 배송기사와 계약을 맺고 배송 업무를 위탁했다. 즉, 배송기사는 BGF리테일의 3차 하청 근로자에 가깝다. 배송기사들은 BGF리테일이 원청이라며 직접 교섭을 요구하며 물류센터 출차를 막는 등 파업을 벌이고 있다. BGF리테일은 교섭 대상이 아니라며 응하지 않고 있다. 불똥은 애꿎은 CU 점주들에게 튀고 있다. 상품 배송이 지연되며 매대를 채우지 못해 장사를 망쳤다는 하소연이 쏟아진다.
사용자 범위가 확장되며 하청이 많은 대기업은 여러 노조와 1년 내내 단체교섭을 벌일 판이다. 일례로 포스코는 원청과 하청 노조 3곳을 포함해 총 4개 노조와 매년 단체교섭을 하게 됐다. 경북지노위가 한국노총 금속노조, 민주노총 금속노조, 플랜트건설노조 등의 ‘교섭 단위 분리 신청’을 인정하면서다. 한국경제인협회는 “다수 하청 업체와 계약 관계인 대기업이나 도급 활용 비율이 높은 조선·건설업 등 주력 산업에서 노조의 상시적인 교섭 요구로 많은 혼란과 분쟁이 예상된다”고 우려를 표했다.

M&A 등 경영 판단도 파업 대상?
기존 노조법은 파업이 허용되는 ‘노동 쟁의’의 정의를 ‘(임금 인상 등)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것으로 한정했다. 노란봉투법은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 경영상의 결정’과 ‘명백한 단체협약 위반’까지 확대했다. 경영계에선 “사실상 거의 모든 경영 판단이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노동 쟁의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졌다고 지적한다. 구조조정, 정리해고, 조직 개편, 사업장 이전, M&A 등 크고 작은 ‘경영상 결정’도 쟁의의 빌미가 될 수 있어 파업이 상시화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일례로 지난 2022년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매각 당시,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는 51일간 옥포조선소(현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도크를 점거하며 파업을 벌였다. M&A는 경영상 판단이기에 정부와 사측은 불법 파업으로 규정하고 집행부 5명을 상대로 470억원 규모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한화오션이 조건 없이 소송을 취하하는 대신, 하청지회는 파업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며 갈등이 일단락되긴 했다. 그러나 노란봉투법에 따르면, 같은 상황에서 파업의 불법성도 인정되기 어려울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선 적기 매각을 통한 재무 구조 개선 등 긴박한 경영상 결정을 내릴 때마다 노조 파업 리스크를 상시적으로 안고 가야 하는 셈이다.
해외에서도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인한 국내 경영 환경 변화를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3월 발간한 ‘2026년 무역장벽보고서(NTE)’에서 “한국은 근로자의 결사의 자유 및 단체교섭권을 강화하기 위해 노란봉투법을 통과시켰다”고 언급했다. 노란봉투법이 비관세장벽으로 인식돼 통상 환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종업원 100인 이상 제조 업종 주한외국인투자기업 100개사 인사노무 담당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노란봉투법 인식조사에서도 부정적인 목소리가 많았다. 10곳 중 7곳(68%)은 “노동쟁의 범위 확대가 국내 산업현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응답했다. 이유로는 ▲조직 개편 등 사용자 고유의 경영권 침해(30.1%) ▲노사 문제를 파업으로 해결하려는 심리 확산(27.6%) ▲경영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투자·고용 위축(18.7%) 등을 꼽았다.
(쟁점3) 손해배상 책임 개별화
수천명 총파업해도 개별 입증하라니…
불법 파업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도 묻기 어려워졌다.
노란봉투법은 법원이 불법 쟁의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경우 “각 손해의 배상의무자별로 귀책 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책임 범위를 정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예를 들어 노조 조합원 100명이 재물 손괴 등 불법 쟁의행위로 회사에 1억원의 손해를 입혔을 경우, 기존에는 100명이 연대 배상책임을 져야 했다. 개별 책임소재가 불분명한 집단적 불법행위가 발생할 경우 하나의 불법행위에 대해 여러 명의 채무자에게 공동으로 손해배상 책임을 부여하는 민법 제760조에 따른 것이다.
그런데 노란봉투법은 100명이 각각 얼마나 피해를 입혔는지 회사가 개별적으로 책임을 입증, 산정해서 손해배상을 하도록 했다. 하지만 수백수천명이 복면을 쓴 채 얼굴을 가리고 총파업을 하면 각각의 개별 책임과 기여도를 일일이 산정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경영계의 주장이다. 신원보증인에 대한 배상 책임을 면제한 것도 ‘노조만 신원보증 제도의 예외를 인정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경제인협회는 “불법파업에 가담한 조합원별 책임 범위 입증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불법파업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사용자에게 전가돼 손해배상청구가 무력화될 것”이라며 “노조 불법행위에 대해 연대책임을 부정하는 것은 개별 책임소재가 불분명한 공동불법행위로부터 피해자를 보호하려는 민법 취지에 위배되고 오히려 가해자를 보호하는 결과를 야기한다”고 강조했다.

“공공기관은 예산처가 원청” 주장
‘실질적 지배력’ ‘근로조건에 관한 주장’ ‘귀책 사유와 기여도’.
노란봉투법에 명기된 표현들이다. 모호한 수식어가 많아 노사 양측의 극단적인 해석 차이를 야기한다. 이로 인해 모든 분쟁을 노동위원회와 법정으로 향하게 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기업 입장에서는 자사가 교섭 의무가 있는 사용자인지, 지금의 파업이 합법인지 불법인지조차 불확실한 상태에서 수년을 소송에 매달려야 한다.
심지어 노란봉투법 개정에 앞장 선 정부조차 사용자성 인정 범위를 놓고 엇갈린 해석이 나오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하청노조 1011곳이 교섭을 요구한 원청 372곳 중 공공 부문은 156곳으로 42%에 달한다(4월 9일 기준). 노동부는 지난 2월 해석 지침을 통해 공공기관의 운영상 재량에 정부가 직접 관여하지 않는 만큼, 원칙적으로 정부의 사용자성을 인정하기 곤란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장에선 공공기관의 사용자성을 인정하는 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 판단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법률이 정한 예산에 따라 관련 사안을 집행했을 뿐”이라며 정부의 사용자성을 회피하려는 움직임이 일자 노동계는 “기획예산처가 진짜 사장”이라며 교섭에 나서라는 요구까지 나왔다.
상황이 이렇자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 4월 13일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 질문에서 노란봉투법의 문제를 일부 인정했다. 이종배 국민의힘 의원이 “정부나 장관, 대통령도 사용자로 볼 수 있게 되는 것 아닌가”라고 묻자 “ ‘정부의 사용자성을, 책임을 어디까지 할 것이냐’ 부분에 대해선 법적으로 보완돼야 할 상황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쟁점5) 중대재해처벌법과 모순
안전 챙기면 ‘교섭’ 소홀하면 ‘처벌’
포스코 하청 노동자에 대한 사용자성이 인정된 배경에는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이 있었다. 지난해 산업재해가 잦았던 포스코가 중처법을 고려해 안전 관리를 강화했더니, 이를 근거로 포스코의 ‘실질적 지배력’을 인정해버린 것이다. 지난 4월 10일까지 노동위원회가 사용자성을 판정한 27건 중 92%(25건)가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했는데, 포스코처럼 원청의 ‘산업안전 의무 이행’이 근거로 활용됐다.
기업 입장에선 딜레마다. 하청 노동자 안전을 위해 원청이 적극 개입하면 노란봉투법상 ‘사용자’가 돼 교섭 의무를 지게 된다. 반대로 교섭 리스크를 피하려 안전 관리에 소홀하면 중처법과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경영책임자가 구속될 위기에 처한다. 이래도 저래도 불리하다. 하청 노동자 안전을 챙길수록 노란봉투법상 사용자로 간주되니 기업은 안전 관리 최소화를 선택할 여지가 생긴다. 결과적으로 노란봉투법으로 인해 노동자 안전이 소홀해져 모두가 피해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우재준 국민의힘 의원은 국회에서 열린 경제계 노동현안 간담회에서 “산업재해를 방지하자고 만든 중대재해처벌법, 이중구조 개선과 하청 근로자 교섭력을 올리자고 해서 만든 노란봉투법 의도는 괜찮았다. 하지만 법이 시행되고 산재는 증가했고 교섭 혼란 때문에 기업의 생산성은 저하되고 있다”고 말했다.
[노승욱 기자 noh.seungwook2@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56호(2026.04.20~04.2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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