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만한 게 학교”…한 달 전 임시공휴일 지정에 ‘분통’

유민지 2024. 9. 14.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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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타는 교사·학생·학부모...수업 진도 어떻게 나갈지
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여고에서 열린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9월 모의평가'에 앞서 수험생들이 시험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서울의 한 학교 교사 A씨는 지난 한 주가 올해 들어 가장 힘들었다고 말했다. 10월 1일 국군의 날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돼 학사 일정이 연쇄적으로 타격이 생겼기 때문이다. A씨는 “기존에 예정됐던 수능 다음날 재량휴업일은 이번 임시공휴일 지정 때문에 수업일수가 부족해 취소됐다”고 말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그는 “시험 다음에 있던 현장체험학습도 미루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학부모 민원까지 감당해야 했다”고 전했다.

오는 1일 국군의 날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되자 학교 현장은 당혹스러운 분위기다. 많은 학교가 징검다리 연휴인 오는 4일을 재량휴업일로 정해놓거나, 임시공휴일 당일까지 중간고사 기간이었기 때문이다. 일선 교사들은 임시공휴일을 미리 정하고 통보하는 게 어떤 행정적 어려움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분노했다.

앞서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4일 임시공휴일 지정에 대한 공문을 각 학교에 발송했다. 공문에는 임시공휴일 지정 알림과 함께 학사운영 수정 자료 제출을 안내했다. 이어 연간 수업일수는 190일 이상 확보해야 하며, 학사일정 변경 시 학교 운영위원회 심의가 필요하다고 공지했다.

하지만 학교현장은 혼란 그 자체다. 모든 학교가 연초에 이미 학사일정을 확정했기 때문이다. 9월, 10월에는 학생들에게 가장 중요한 일정까지 몰려있어 일선 교사들의 곤란한 상황은 배가 되고 있다. 당장 9월 말부터 시작되는 중간고사와 징검다리 연휴 전휴의 재량휴업일, 현장체험학습과 방학식 등의 일정이 앞뒤로 변경되거나 취소될 예정이다. 

특히 화요일 수업 담당 교사들은 수업 진도 때문에 애를 먹고 있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 교사 B씨는 “일주일에 한 번 수업하는 과목인데 추석, 임시공휴일, 수학여행, 모의고사까지 해서 4주 동안 수업을 못할 지경”이라며 “수업 진도를 어떻게 나가야 할지 벌써 머리가 아프다”고 털어놨다.

임시공휴일 지정으로 개인 일정에 차질이 생긴 교사도 있었다. 수도권의 한 교사 C씨의 학교는 이미 연초에 10월 4일을 재량휴업일로 정했다. 이에 C씨는 여행을 위한 비행기와 숙소까지 결제를 끝낸 상태다. C씨는 “갑자기 한 달 전에 1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해, 4일 재량휴업일이 없어졌다”며 “한 달 전이라 비행기와 숙소 취소 수수료도 만만치 않아 최대한 가고 싶지만 연가 결제 여부는 불투명한 상항”이고 말했다.

애가 타는 건 교사뿐만이 아니다. 중간고사 때 예기치 않은 공휴일은 학생과 학부모에게도 부담이다. 중2 자녀를 키우는 학부모 이모(44)씨는 “자녀의 중간고사 일정이 9월 30일부터 10월 2일까지였는데, 임시공휴일 지정으로 시험 일정이 조정됐다”며 “중간고사 과목 수가 적어서 이틀에 나눠 본다곤 하지만 임시공휴일이 중간에 끼어 있어 쉬어도 쉬지 못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이가 중학교에 가니 갑작스런 임시공휴일은 반갑지 않다. 학사 일정이 밀리면 모든 계획이 다 엉망이 되기 때문”이라며 “국군의 날 임시공휴일 지정이 1년 전에는 할 수 없는 일은 아니지 않느냐”고 꼬집었다.

학교 현장을 존중해달라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교사 A씨는 “임시공휴일은 최소 반 년 전에 통보하든, 급하게 지정할거면 수업 일수 조정이라도 좀 해달라”며 “정부나 교육부의 행정처리를 보면, 만만한 게 학교다. 학교는 안중에도 없다”고 비판했다.

유민지 기자 mj@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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