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보약’이라는 말, 노인은 신봉 말아야

이슬비 기자 2024. 9. 1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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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기엔 자연스러운 노화 현상으로 잠이 없어진다.

오래, 잘 자야 한다는 숙면에 대한 갈망이 오히려 노년 불면증을 부추길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김석주 교수는 "뇌파를 측정한 이번 연구로 노년의 불면을 입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며 "스트레스 상황이 걱정을 만들어 잠 못 이루는 날이 많아지자 다시 잠에 대한 고민으로 불면증이 악화되는 악순환이 생기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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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클립아트코리아
노년기엔 자연스러운 노화 현상으로 잠이 없어진다. 오래, 잘 자야 한다는 숙면에 대한 갈망이 오히려 노년 불면증을 부추길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석주 교수 연구팀은 지난 2021년 11월부터 2022년 10월 사이 불면증을 호소한 60세 이상 45명을 대상으로 수면에 대한 기대와 걱정이 뇌파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실험 대상자 평균 나이는 68.1세로, 경미한 우울증과 불안 증상을 보였다. 인지 기능은 모두 정상이었다.

연구팀은 62채널 뇌파 증폭기로 실험 참가자의 뇌파를 확인하고, 수면 중 수면 상태, 태도, 불면증에 대한 스트레스 반응 등을 동시에 확인했다.

그 결과, 충분히 잠을 못 자면 다음 날 문제가 생긴다고 믿거나, 수면 환경이 완벽해야 좋은 잠을 잘 수 있다는 믿음이 비합리적으로 높은 사람은 뇌의 모든 영역에서 베타파가 높게 관찰됐다. 베타파는 흔히 뇌가 깨어있을 때 측정되는 뇌파다. 수면 중 잠에 대한 걱정을 곱씹으면서 오히려 수면의 질이 감소한 것이다. 이를 해소하려면 스트레스 대처 능력이 중요한데, 실험 참가자는 해당 능력도 감소해있다는 게 뇌파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수면 반응성 설문을 통해 스트레스 상황에서 얼마나 잠을 잘 자는지도 확인했는데, 잠을 잘 자지 못한다고 답한 사람은 깨어있을 때 뇌의 전 영역에서 델타파와 세타파가 증가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델타파와 세타파는 깊은 수면 상태에서 주로 관찰되는데, 깨어있을 때 해당 뇌파가 비정상적으로 높다는 건 뇌가 비활성화되고 스트레스 대처 능력이 감소했다는 증거다.

김석주 교수는 "뇌파를 측정한 이번 연구로 노년의 불면을 입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며 "스트레스 상황이 걱정을 만들어 잠 못 이루는 날이 많아지자 다시 잠에 대한 고민으로 불면증이 악화되는 악순환이 생기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이어 “불면을 해소하려면 인지행동치료 등과 같이 마음을 함께 챙겨야 비로소 완전한 숙면을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으로 진행됐고, 최근 국제 저널 '국제정신생리학(International Journal of Psychophysiology)'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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