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 열풍인데…호텔신라, 로레알 합작 뷰티 사업 종료한 이유는

조회 392025. 1. 20.
호텔신라가 글로벌 화장품기업 로레알그룹과 사모펀드 앵커에퀴티파 트너스가 함께 출시한 화장품 브랜드 '시효'가 판매부진으로 오는 2월8일 영업을 종료한다. /사진 제공=로시안

호텔신라와 글로벌 화장품기업 로레알그룹이 공동으로 선보인 럭셔리 뷰티 브랜드 ‘시효’가 론칭 2년2개월 만에 사업을 종료한다. 호텔신라의 면세·호텔 네트워크와 로레알 마케팅 역량의 시너지를 기대했지만 초기 시장 안착에 실패하면서 브랜드 운영이 중단된다. K뷰티가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끄는 상황에서 호텔신라는 지난 2017년 이후 또다시 뷰티 사업에서 철수하며 신사업 대신 본업 내실 다지기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20일 호텔신라, 로레알, 사모펀드 앵커에퀴티파트너스의 3자 합작사인 로시안에 따르면 회사는 오는 2월8일 시효 브랜드의 영업을 마무리한다. 시효는 30일까지 전 제품을 50% 할인판매한 후 법인 정리절차에 돌입할 예정이다. 로시안 관계자는 “아시아 럭셔리뷰티 시장의 어려운 상황을 고려해 브랜드의 전망을 심도 있게 검토한 결과, 시효의 운영종료라는 전략적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시효는 호텔신라가 약 5년 만에 재도전한 화장품 사업이다. 2022년 6월 로레알(지분율 40%), 앵커PE(지분율 30%)와 합작법인 로시안을 설립했고, 같은 해 11월 시효 브랜드를 론칭했다. 팬데믹으로 면세사업 의존도가 높았던 호텔신라의 매출이 크게 감소한 상황에서 시효는 회사의 사업다각화를 위한 핵심 프로젝트로 주목받았다. 호텔신라는 로시안 지분 30%를 약 25억5000만원에 사들였다.

호텔신라는 과거 뷰티 사업에서 실패한 경험이 있어 이번 도전의 성공 여부가 더욱 중요했다. 2011년에는 중소기업 화장품 브랜드를 모아 판매하는 편집숍 ‘스위트메이’를 론칭해 홍콩, 마카오 등으로 사업을 확장했지만 실적부진으로 2017년 사업을 종료한 바 있다. 그러나 시효의 경우 호텔신라가 단독으로 사업을 주도하지 않았다. 로레알의 화장품 제조 및 글로벌 마케팅 전문성, 호텔신라의 럭셔리 유통채널, 앵커PE의 자본력을 결합하는 협업전략을 선택했다.

그럼에도 시효는 K뷰티 열풍에도 시장에서 자리를 잡는 데 실패했다. 전문가들은 중저가 인디브랜드들이 시장을 재편하며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시효가 호텔신라의 ‘고급 이미지’와 로레알의 ‘제조 전문성’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지 못했다고 분석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나 LG생활건강의 ‘후’도 리브랜딩에 나설 정도로 뷰티 경쟁이 치열한데 시효는 뚜렷한 차별성을 보여주지 못했다”며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로레알의 제품력을 강조하거나 이부진 사장의 상징성과 고급 이미지를 활용한 브랜딩 전략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시효의 낮은 인지도는 유통전략의 한계에서 비롯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시효는 신라호텔, 신라면세점, 네이버 브랜드스토어, 뷰티컬리, 롯데온 등 일부 채널에만 입점했으며 올리브영 같은 대중적인 채널에는 진출하지 않았다. 프리미엄 전략을 의도했지만 뷰티 판매채널이 다양화하는 상황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럭셔리 브랜드도 최근 올리브영, 쿠팡 같은 이커머스 플랫폼까지 진출해 고객과의 접점을 확대하는 추세”라며 “전통적인 면세점,백화점 중심 전략에 머물렀던 것이 문제”라고 설명했다.

시효의 판매부진은 로시안의 적자누적으로 이어졌다. 초기 마케팅 비용과 재고 부담까지 가중되면서 로시안의 영업손실은 2022년 27억원에서 2023년 80억원, 2024년 81억원으로 빠르게 확대됐다. 반면 매출은 2023년 기준 7억원에 그쳤다. 재고자산은 2022년 하반기 451만원에서 2023년 연간 12억원으로 급증했으며, 같은 기간 판매관리비도 60억원에서 87억원으로 늘었다.

호텔신라는 성장 가능성이 낮은 화장품 사업을 과감히 정리하고 주력인 면세와 호텔사업의 운영효율성을 높이는 데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호텔신라의 지난해 3분기 누적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79.2% 감소한 228억원이었다. 또 면세점 업황 부진으로 3분기 단독 영업손실 170억원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이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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