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경 품는 태광…'승자의 저주' 그림자

권재희 2026. 2. 13.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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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9일 딜 종료 앞두고 애경산업 인수가 고프리미엄 논란
애경산업 부진에 치약리콜사태 악재까지

태광그룹의 애경산업 인수 마무리를 앞두고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태광은 본업인 석유화학·섬유 산업의 부진을 돌파하기 위해 화장품 등 소비재 분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한다는 구상이지만, 애경산업이 실적 악화와 치약 리콜 사태 등 악재가 겹치면서다. 일각에선 '승자의 저주'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태광 컨소시엄(태광산업·티투프라이빗에쿼티·유안타인베스트먼트)은 설명절 연휴 직후인 오는 19일까지 애경산업 잔금 4456억원(매매대금의 95%)을 지급할 예정이다. 앞서 태광은 지난해 10월21일 AK홀딩스(1190만4812주)와 애경자산관리(476만7766주)가 보유한 애경산업 지분 약 1667만주(63%)를 470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금 235억원(매매대금의 5%)은 당시 선지급했다.

애경산업 인수가격 100% 프리미엄…'고가 베팅' 논란

문제는 인수가격이다. 애경산업 인수가인 4700억원은 주당 2만8190원 수준으로, 당시 종가 대비 80~90% 높은 프리미엄이 붙었다. 전날일 종가(1만4110원) 기준으로는 100%를 웃도는 가격이다.

최근 애경산업의 실적 흐름을 감안하면 '파격적 베팅'에 가깝다는 평가다. 실제로 애경산업은 지난해 매출액이 6545억원 전년대비 3%넘게 빠졌다. 영업이익과 순이익도 2023년 이후 내리막이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211억원으로 전년대비 54.8% 감소하며 적자전환했고, 당기순이익도 180억원으로 같은기간 57.7% 줄어들어 적자로 돌아섰다.

최근 K뷰티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경쟁사 실적이 고공행진한 것과 대조적이다. 박종대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애경산업의 해외 지역별 비중은 중국이 80%로 압도적인데, 중국에서의 매출액이 전년대비 35% 감소했다"며 "올해 역시 중국 거래처 구조조정이 지속되면서 당분간 실적 개선이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치약리콜 악재, 딜 흔드는 새 변수…인수가 낮춰질까

여기에 최근 치약 리콜 사태까지 겹친 점도 부담이다. 애경산업은 지난해 연말 일부 '2080 치약' 제품에서 사용이 금지된 발암 물질인 트리클로산이 검출되면서 해당 제품을 전량 회수했는데, 늦게 신고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애경산업이 의도적으로 회수 보고서 제출을 지연했다고 보고 행정처분 및 수사 의뢰를 검토하고 있다. 리콜 비용 뿐 아니라 향후 판매 감소, 유통채널 위축, 행정처분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어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다.

태광은 이를 지렛대 삼아 가격협상에 나섰다. 하지만 애경산업의 모회사인 AK홀딩스가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AK홀딩스는 그룹 내 캐시카우 역할을 했던 주요 계열사들의 실적침체, 제주항공 참사 악재 등으로 부채비율도 치솟은 상태다. AK홀딩스의 부채비율은 2022년말 295%에서 2025년 4분기 기준 329%을 기록했다. 태광그룹 관계자는 "인수 잔금일이 19일이지만, 마무리가 될 것이라는 말씀드리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치약 리콜 사태로 인해 애경 측과 계속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인수가 무산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다.

EB 발행 철회로 자금 부담 확대…인수 후가 관건

태광의 재무 여력도 변수다. 태광은 약 2조원 규모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 가용 투자 여력은 1조원에 못 미친다는 평가도 있다. 컨소시엄 형태로 인수에 나선 것 역시 자금 부담을 분산하고 재무지표 악화를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태광은 애경산업 인수 외에도 '코트야드 바이 메리어트 서울 남대문' 호텔 인수 본계약 체결, 동성제약 인수, 케이조선 인수전 참전 등 신사업 진출을 통한 사업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태광이 애경산업 인수 대금 지급 이후 추가적인 브랜드 투자, 마케팅 비용, 조직재편 등의 비용까지 감안하면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

특히 교환사채(EB) 발행 계획을 철회한 점은 자금 운용의 부담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태광은 당초 자사주 24.41%를 담보로 3186억원 규모의 EB를 발행해 인수 자금 일부를 조달할 계획이었으나, 주가 하락과 주주 반발로 이를 철회했다. 상대적으로 금융비용이 낮은 EB 조달이 무산되면서 회사채나 차입 등 대체 조달 수단을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향후 금융비용 증가와 재무 부담 확대 가능성도 제기된다. IB업계 관계자는 "태광이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는 있지만, 본업 부진과 공격적인 신사업 투자까지 병행하는 상황에서 고프리미엄 인수에 따른 재무 부담은 분명 존재한다"며 "EB 발행 무산으로 조달 비용이 높아질 경우, 인수 이후 애경산업의 체질 개선이 지연되면 부담이 빠르게 가중될 수 있다"고 말했다.

권재희 기자 jayf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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