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간직 못해요"...승무원이 퇴사할 때 유니폼을 반납해야 하는 충격적인 이유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거래되는 승무원 물품의 가격 수준
객실 승무원은 많은 여성들이 선망하는 직업 중 하나입니다. 아직까지도 항공사 승무원의 경쟁률은 몇십, 몇백 대 일 정도의 치열함을 자랑하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승무원은 타 직종 대비 퇴사율이 높은 직업으로 알려졌습니다.
입사가 어려운 만큼, 승무원의 퇴사 과정 역시 보통의 직장인들과 다르게 조금은 더 복잡한 과정이 따르는데요. 승무원들이 퇴사하는 과정에서 꼭 반납해야 하는 물품과 그 이유가 밝혀지며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3년도 못 버티고 퇴사,
완전히 빈 손으로 떠나는 승무원들
승무원 퇴사 이유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업무 강도와 그로인한 스트레스로 밝혀졌는데요. 좁은 기내 안에서 식사 카트를 나르고, 승객들의 편의와 서비스, 안전까지 책임지는 일은 보통 수준 이상의 체력과 정신력을 요구합니다.
비행 스케줄에 맞춰 생활 패턴이 꼬이다보니 역류성 식도염, 위염 등의 질병을 달고 사는 경우가 많다는데요. 그래서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어렵게 입사했지만 3년 이내 회사를 떠나는 승무원이 다수라고 하죠.
직장인들은 자신의 물건을 챙겨서 떠나면 되지만 승무원의 퇴사 과정은 약간 복잡합니다. 승무원은 퇴사할 때 항공사에서 받은 자신의 지급품들을 반드시 반납해야 하는데요.
이때 지급품은 승무원 전용 캐리어와 유니폼, 항공사의 ID 카드 등이 있습니다. 놀랍게도 여기에 승무원 등록증도 포함되는데요. 대부분의 승무원들은 항공사의 ID카드 뒤에 이 승무원 등록증을 함께 가지고 다는 경우가 많습니다.
승무원 등록증을 간직할 수 없는 이유
항공사의 ID 카드는 사원증과 비슷한 개념이라 반납하는게 이해가 되지만, 승무원 등록증도 반납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증이 들곤 합니다. 청춘의 일부를 승무원으로 몸 바쳤던 기억이 담겨있는 등록증을 훈장처럼 간직할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승무원들은 잦은 출입국을 하기 때문에, 공항에서 출국 시 그 절차를 간소화하기 위해 승무원 등록증을 발급받게 되는데요. 여권을 보여주지 않고 이 승무원 등록증만 제시하면 빠르게 통과를 할 수 있죠.
승무원 등록증에는 승무원의 사진과 이름 그리고 생년월일, 국적, 소속 항공사, 등록증 발행 일자 등의 정보가 적혀있습니다. 승무원들은 ID 카드 또는 승무원 등록증을 소지함으로써 나라별로 제공하는 크고 작은 혜택도 받을 수 있죠.
쇼핑몰과 음식점, 관광지, 승무원들이 자주 가는 마사지와 네일 샵 등에서의 할인은 물론 해외의 아울렛에서 크루 전용 카드를 받거나, 면세점 이용 시 직원 할인 혜택까지 받을 수 있다고 하네요. 따라서 퇴사하면 승무원 등록증을 반드시 반납하도록 하는 것이죠.
반납 안 한 유니폼,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팔리는 가격은?
항공사들이 인터넷에서 거래되는 승무원 유니폼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것을 알고 계셨나요?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승무원이 입었던 유니폼은 수십만 원에서 몇 백만 원까지 팔리고 있습니다.
아시아나항공 유니폼의 경우 재킷, 티, 스커트, 스카프까지 총 4종의 가격이 600,000원에 달했는데요. 대한항공 승무원의 유니폼은 재킷, 블라우스, 바지, 치마 등 총 11종이 무려 120만 원에 판매되고 있었습니다. 특히 판매자는 다른 업체에서 만든 카피 제품이 아닌 실제 개인 소장용임을 강조했는데요.
승무원은 매년 정해진 의복 포인트를 사용해 유니폼을 수선하거나, 분실해 없어진 유니폼을 구매합니다. 이는 유니폼 뿐 만 아니라 스타킹과 스카프, 캐리어도 해당하는데요. 유니폼은 현금으로는 구매할 수 없어 일반인은 구매가 불가능하죠.
승무원 역시 지급받은 포인트가 많더라도 유니폼의 경우, 재고가 많지 않아 필요할 때 구할 수 없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현직 승무원들도 정품 유니폼을 구하기 어려워 정품이 아닌 짝퉁 셔츠를 사서 입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애초에 원가가 비싸고 현직 승무원들조차 유니폼을 구하기 힘든 실정이다보니 중고거래 가격이 하늘을 치솟았던 것이죠. 중고거래 사이트에서도 승무원 유니폼은 희귀 아이템이다보니 '대한항공 유니폼 55만원에 삽니다'등의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승무원이 입었던 유니폼, 누가 살까?
그렇다고 해서 현직 승무원들이 한 장당 30만 원을 호가하는 블라우스를 중고거래를 통해 구매하는 것일까요? 중고거래 사이트에 올라온 중고 승무원 유니폼의 구매자의 정체는 약간 의외였는데요. 바로 승무원 지망생이었습니다.
실제 유니폼을 판매하는 글 상세 설명에는 '꼭 필요하신 분들이 좋은 기분 받아 갔으면 좋겠다' 등의 글이 적혀 있었으며, 다른 게시글에서는 본인의 딸을 위해 승무원 유니폼을 구매하고 싶다는 내용도 발견할 수 있었죠.
하지만 승무원 지망생의 동기부여를 위한 구매와 달리 선정적인 이유로 유니폼이 거래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중고거래 사이트 게시글 원문을 인용하자면, '남성이 가장 선호하는 제복 1순위', '업소 분위기를 새롭게 바꿔보고 싶은 분들을 위한 직원 유니폼 사용 가능' 등의 홍보 멘트가 작성되어 있었는데요.
일부 주점에서 종업원들에게 승무원 유니폼을 입히기 위해 구매하려는 수요가 있다는 것을 노린 것으로 추정됩니다. 실제 유니폼이 아닌 업체에서 제작한 유니폼을 판매하는 경우도 있었죠.
법적대응 나선 항공사,
결국 제복 반납 규정 변경까지
각 항공사는 유니폼이 자신의 항공사를 대표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기업의 이미지를 실추시킬 수 있는 부정거래에 예민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습니다. 유니폼 디자인을 유명 디자이너에게 맡길 정도니까요.
또한 공항 보안 시설을 수시로 돌아다녀야 하는 직업 특성상, 일반인이 승무원인 척 공항의 특정 시설에 들어가려 하는 등 보안 문제도 우려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항공은 중고품 거래 게시물에 대해 법적대응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죠.
한 항공사는 지난 2017년부터 유니폼 중고거래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승무원들에게 '제복 반납절차 변경'이라는 공지룰 했는데요. 기존에는 포인트를 사용해 새 유니폼을 받은 승무원들이 헌 옷들을 반납하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모두 반납받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바뀐 규정을 따르지 않는 승무원들에게는 퇴직 후 퇴직자 항공권 혜택을 없애겠다는 내용도 포함되었죠. 이 제도가 정비된 후, 승무원들은 자신들 전체를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한다며 불편한 내색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기존의 낡은 유니폼은 진작에 버렸는데, 이를 어떻게 반납하냐는 반발도 나왔죠.
해서는 안 되는 거래로 기존의 승무원까지 피해를 보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데요. 이후 해당 제도를 다시 정비하긴 했지만, 승무원이 되고 싶은 마음에 한 거래라도 법에 저촉되는 행위라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 같습니다.
반납한 수많은 유니폼들은 어디로?
통상 사용 후 반납한 승무원 유니폼은 폐기합니다. 하지만 최근 대한항공은 이를 업사이클링 제품으로 재탄생시켜 기부했다고 밝혔는데요.
지난 8월 22일 객실승무원이 반납한 헌 유니폼을 활용해 의약품 주머니(파우치)를 만들어 서울 강서노인종합복지관과 인천 용유초등학교에 기부했다고 밝혔죠. 총 500개의 의약품 주머니로, 안에는 해열진통제, 감기약 등 6종의 의약품이 담겨있습니다.
이처럼 승무원들이 충분히 입고 반납한 헌 유니폼은 재탄생해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어주고 있는데요. 중고거래 시장에서 거품이 낀 가격으로 판매되는 것보단 정말 필요한 사람들에게 새로운 용도로 기부되는 것이 더 바람직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