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벨트 풀어 집값 잡는다? "이미 실패한 정책"
[김성욱, 이정민 기자]
▲ 투기벨트 만들지 말고, 그린벨트 해제 철회하라! 경실련 주최로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열린 '그린벨트 포함 세곡동, 내곡동 토지 토지소유주 현황 분석 발표 기자회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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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그린벨트는 지켜질 것'이라고 믿었던 시민들을 배신하고, 나중에 막대한 개발 이익을 얻으려고 싼 값에 그린벨트 땅을 사둔 특정 투기 세력들의 기대에만 부응하는 것은 정말 잘못된 것이죠." - 윤은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도시개혁센터 부장
정부가 12년 만에 서울의 그린벨트를 풀고 신규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밝혀 논란인 가운데, 그린벨트 해제 구역으로 유력하게 점쳐지는 서울 강남구 세곡동·서초구 내곡동 토지의 42%가 민간 소유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일부 토지에서는 절세를 위해 일가족이 수십 개로 지분을 쪼개거나, 십여 명이 그린벨트 내 '하천'을 소유해둔 사례 등 투기로 의심되는 사례들도 발견됐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30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사무실에서 '그린벨트 토지소유주 현황분석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세곡동·내곡동 토지 총 4252필지(면적 985만㎡·300만평)를 전수 조사한 결과를 밝혔다. 경실련에 따르면, 전체 세곡동·내곡동 토지의 42%인 1782필지가 개인·법인 등 민간 소유였다. 공시지가로 따지면 1조 2307억원이다.
땅을 산 시점과 비교해보면, 상위 31개 법인이 1294억 원의 차익을 얻은 셈이었다. 가장 큰 차익을 본 법인은 땅값이 327억 원 올랐다. 황지욱 전북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는 "정말 그린벨트가 풀리고 이 땅이 개발된다면 공시지가가 아닌 감정평가 가격에 의해 보상이 이뤄지기 때문에, 실제 차익은 훨씬 클 것"이라고 했다.
투기 의심 정황도 보였다. 경실련에 의하면, 최근 5년간 세곡동·내곡동 지역의 전체 토지 거래 169건 중 47%인 80건이 지분 거래였다. 윤은주 경실련 도시개혁센터 부장은 "지분 쪼개기는 기획부동산의 전형적인 사기 수법"이라며 "특정 업체가 그린벨트 등 개발가치가 낮은 산지 등을 사들인 뒤, 웃돈을 얹어 지분을 분할 판매하는 것"이라고 했다. '필지 분할'은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해 까다롭지만, '지분 분할'은 계약서에 기재만 하면 된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내곡동 산지의 한 그린벨트 임야는 지난해 5월 하루에만 20회에 걸쳐 지분이 직거래되기도 했다.
윤 부장은 "개인 소유 땅 중 공시지가가 230억 원으로 가장 비쌌던 세곡동의 한 임야는 2000년대 한때 최대 60여개로 지분이 갈라지기도 했는데, 알고 보니 3대에 걸친 일가족이었다"라며 "토지 개발 이전, 시가가 낮을 때 지분을 나눠 증여한 '절세' 전략으로 보인다"고 했다. 윤 부장은 또 "하천은 대부분 국유지인 경우가 많은데, 세곡동의 한 하천은 이례적으로 10여명이 함께 소유하고 있었다"라며 "그린벨트 해제로 지목·형질이 변경되면 소유권이 주어지고 분양권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막대한 시세차익이 예상된다"고 했다.
▲ 경실련 도시개혁센터 운영위원장인 황지욱 전북대 도시공학과 교수가 '그린벨트 포함 세곡동, 내곡동 토지 토지소유주 현황 분석 발표 기자회견'에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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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교수는 "그린벨트를 해제하고 주택을 공급하는 데까지 적어도 6~7년은 걸린다"라며 "정부는 당장 주택가격을 잡겠다고 그린벨트를 푼다고 하는데,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했다.
▲ 경실련 도시개혁센터가 8.8 부동산 대책으로 그린벨트 해제가 공식화되면서 유력 후보지로 떠오르는 세곡동과 내곡동 일대 토지 소유주 현황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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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인구가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는 점도 정부의 서울 그린벨트 해제 방침에 의문을 더하는 요소다. 2014년 1010만 명이던 서울 인구는 현재 935만 명까지 줄었다. 10년 사이 75만 명이나 감소했다. 당초 정부는 오는 11월 그린벨트 해제지·신규 택지 후보지를 발표하겠다고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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