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를 향한 기대감… 붉은 악마 존재의 이유”
[월드컵 D-20] 조호태 붉은악마 의장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월드컵 개막이 20일 앞으로 다가왔다. 한창 월드컵 이야기로 떠들썩할 때지만 올해는 열기가 사뭇 다르다. 4년마다 거리 곳곳에서 흘러나오던 응원가도 들리지 않는다. ‘비 더 레즈’(Be the Reds) 등 응원 슬로건이 적힌 붉은 티셔츠를 입은 이들도 찾아보기 어렵다.
조호태 붉은악마 의장은 최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아무래도 축구대표팀에 대한 팬들의 기대가 많이 줄어들었다”며 “예년과 달리 차분하게 지나가는 것 같다. 응원 티셔츠도 제작을 안하고 있다. 체감하기로는 10분의 1~2 정도 분위기”라고 전했다. 붉은악마는 이번 대회 기간 해외 원정 응원단을 꾸리고 서울 광화문광장 응원을 준비하고 있다.
대표팀 공식 서포터즈인 붉은악마 내부에서조차 바뀐 분위기가 느껴진다. 매번 4년짜리 적금을 들며 월드컵을 기다려 왔던 이들마저도 일부는 이번 대회 원정 응원을 포기했다고 한다. 조 의장은 멕시코 치안 우려와 치솟은 비용 등 여러 요인을 짚으면서도 “아직도 실망스러운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보니 팬들이 실망한 게 크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흥행 보증 수표인 손흥민이 출전한 국내 경기도 관중석이 텅 빈 모습이다. 지난해 10월 열린 손흥민의 A매치 최다 출전 기념식도 썰렁하게 치러졌다. 조 의장은 씁쓸한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그 역시 지난 30년간 태극전사를 응원해 온 팬이다. 그가 여태 모아온 생애 첫 A매치 티켓부터 대표팀 유니폼, 월드컵 공인구 등이 집안 팬트리 전체를 가득 채울 정도다.
조 의장은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 때부터 팬들의 신뢰가 흔들리기 시작했다고 봤다. 그는 “2022 카타르월드컵을 잘 끝내놓고선 감독 선임 문제부터 팬들의 신뢰를 잃었다”면서 “누구를 잘 뽑았느니 못 뽑았느니라는 말은 충분히 있을 수 있다. 그러면 결과로 말해야 했다. 사건 사고만 계속 있다 보니 팬들이 등을 돌리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붉은악마는 이번 대회가 분위기 반등의 기회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최근 프로야구의 흥행과 지난 3월 극적인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8강 진출 열기를 지켜보며 부러운 마음도 들었다고 했다. 조 의장은 “이번 월드컵이 실패로 끝난다면 한국 축구 발전에 악영향이 갈까 걱정이 크다”면서 “어떤 특정인이 아니라 한국 축구를 향한 기대감은 다시 살아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한축구협회와 대표팀을 향해 쓴소리도 냈던 붉은악마지만 응원을 멈추지는 않는다. 선수들은 응원받을 자격이 있고, 그래서 계속 응원을 한다고 했다. 대표팀 응원이 붉은악마의 존재 이유다. 조 의장은 “여기에 동의 안 하는 팬들도 많다. 그 마음을 이해한다”며 “대표팀이 결과나 과정으로 보답한다면 등 돌렸던 팬들도 다시 응원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조 의장은 새벽이든 한파든 모두가 거리로 나와 함께 응원했던 열기가 이번 대회에서도 재현되길 바란다. 그는 “광화문광장에 어떤 유명한 가수를 부른다고 한들 자기 일상을 멈추고 거리로 나온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며 “6월 한 달이 축제가 됐으면 좋겠다. 대한민국 전체가 한목소리로 외치고 같은 곳을 바라본다는 건 특별한 일”이라고 말했다.
조 의장은 이제 대표팀이 답할 시간이 됐다고 했다. 그는 “팬들은 응원할 준비가 됐다. 붉은악마가 아니어도 대한민국 국민은 다 준비가 됐을 것 같다”며 “다만 지금 시점에서 대표팀이 그 응원을 받아서 어느 정도 결과로 낼 수 있을지는 물음표다. 아직 우리는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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