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국민 사과" 얘기하는 윤상현, 이미 늦었다

박성우 2026. 2. 18.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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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본인 과거부터 돌아보고 사과해야... '절윤' 선언조차 못 하는데 누가 지지할까

[박성우 기자]

 16일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국민의힘의 새로운 길을 주제로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은 지금 벼랑 끝에 서 있다"고 말문을 연 윤 의원은 국민의힘이 "잘못을 분명히 인정하고, 국민과 역사 앞에 속죄하며 새로운 길로 나아가야 한다"며 "국민의힘 의원 한 사람 한 사람이 먼저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 윤상현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지난 16일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국민의힘의 새로운 길을 주제로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은 지금 벼랑 끝에 서 있다"고 말문을 연 윤 의원은 국민의힘이 "잘못을 분명히 인정하고, 국민과 역사 앞에 속죄하며 새로운 길로 나아가야 한다"며 "국민의힘 의원 한 사람 한 사람이 먼저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어려운 순간에 원칙보다 이익과 계산을 앞세우지는 않았는지, 국민 눈높이보다 당내 계파를 먼저 고려하지는 않았는지 냉정하게 돌아봐야 한다"며 "잘못은 역사와 국민 앞에 분명히 사과하고, 정치적 책임은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 말이 아니라 실천으로 증명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다시 설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12.3 비상계엄에 대한 형식적 사과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우리 모두가 각자의 위치에서 과거를 돌아보고 역사와 국민 앞에 솔직해야 한다"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께도 말씀드린다. 법적 판단은 사법 절차에 맡기더라도, 국정 운영 과정에서 빚어진 혼란과 분열에 대해서는 대국민 사과로 국민의 마음을 어루만져야 한다"면서 윤석열씨에게 대국민 사과를 촉구했다.

이어 "저는 'K-자유공화주의', 한국형 자유공화주의를 제안한다"며 이를 위해 ▲ 당내에 만연한 '이익집단 정치'의 DNA ▲ 국민 위에 군림하려는 '권위주의적 정치'의 DNA ▲ 상대를 배제하는 '뺄셈 정치'의 DNA 등을 제거하지 못한다면 국민의힘의 미래는 없다고 역설했다. 윤 의원은 같은 내용을 자신의 페이스북에도 게시했다.

"윤석열이 곧 대한민국 체제 그 자체"라던 윤상현

내용만 놓고 본다면 크게 비판할 구석이 없는 기자회견이었다. 윤석열씨에게 사과를 요구하고, 국민의힘이 역사와 국민 앞에 사과한 후 이익집단적·권위주의적 성격을 버리고 배제보다 포용을 강조하는 정당으로 나아가자는 자성의 외침을 그 누가 반대할까.

문제는 내용이 아닌 화자에 있다. 그런 말을 한 사람이 다름 아닌 윤상현 의원이라는 사실 자체가 발언의 내용을 믿을 수 없게 만든다. 그도 그럴 것이 "윤석열 대통령이 대한민국 체제 그 자체"라며 윤씨를 찬양한 인물이 바로 윤 의원이기 때문이다.

기자회견에서 윤 의원은 이익집단 정치·권의주의적 정치·뺄셈 정치를 제거하지 못한다면 국민의힘의 미래는 없다고 했다. 그런데 비상계엄 이후 윤 의원의 언행은 정확히 본인이 언급한 저열한 정치 행태와 일치한다.

윤 의원은 비상계엄 직후인 2024년 12월 8일, 한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윤석열씨가 "법적 책임과 정치적 책임을 바로 물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그 이유로 "이재명의 민주당에 정권을 헌납하지 말자는 것"이라고 했다.

윤 의원은 며칠 뒤인 12월 13일, 당시 같은 국민의힘 소속이었던 김상욱 의원을 향해 "탄핵되는 상황에서 우리는 정권을 재창출할 수 없다"고도 했다. 이러한 윤 의원의 발언은 헌법과 민주주의, 국민 여론 등 다른 무엇보다도 자당의 정권 창출이 최우선이라는 지극히 이익집단적인 발언 아닌가.

그는 법원 허가를 받은 남태령 농민들의 시위에는 "공권력을 무너뜨리는 난동세력에겐 몽둥이가 답"이라고 했고, 작년 1월에는 "윤석열 대통령을 지켜야 하는 이유는 윤석열 대통령이 결국 대한민국 체제 그 자체이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합법적인 시위에 폭력 진압을 주장하고, 대통령이 곧 국가라는 절대왕정 국가에서나 할 법한 말을 스스럼없이 해 온 윤 의원이야말로 권위주의적 정치의 극단이다. 이랬던 그가 국민의힘의 새로운 길을 말할 자격이 있나.

본인 언행에 대한 반성이나 사과는 일절 없었다

또한 윤 의원은 지난 6월 2일, 김용태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탄핵 반대 당론을 무효화하겠다고 선언한 것을 두고 "대선을 이틀 앞두고 비대위원장으로 선거 승리를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하더라도 우리 당의 뿌리와 정체성이라는 선을 넘어선 안 된다"라며 자당 내 찬탄 세력을 비난했다. 이것이 뺄셈의 정치가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이처럼 윤 의원은 지난 계엄과 탄핵 정국 속에서 본인이 지적한 잘못된 정치 행태는 모두 저질렀으나 본인의 언행에 대한 반성이나 사과는 일절 없었다. 이러한 윤 의원의 정치에 그 어떤 국민이 설득되고 감명을 받을까.

심지어 윤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번 기자회견을 절윤 선언으로 받아들여도 되나'라는 질문에 "저는 의리로 정치하고 윤석열 대통령에게 가장 먼저 뛰어갔고, 지금도 윤 대통령 안위를 가장 걱정하고 있고, 윤 대통령이 (감옥에서) 나오면 가장 먼저 달려갈 사람"이라며 "절윤하라고 해서 절윤한다는 건 한마디로 기회주의적 정치다. 윤 대통령 한 사람에게 모든 책임을 돌리고자 하는 기회주의적이고 비겁한 정치"라면서 윤석열씨와의 절연도 부인했다.

그렇다면 대체 어떻게 하라는 걸까. 윤씨와의 절연 없이 어떻게 '잘못을 인정하고 국민과 역사 앞에 사과'하는 게 가능하다는 얘기인가. 모순의 극치다. 윤 의원을 적극 지지해 온 윤어게인 등 극우 세력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이런 모순된 얘기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미 윤어게인 유튜버들은 대국민 사과를 요구했다는 이유로 윤 의원을 '배신자'라며 규탄하고 있다. 그렇다고 탄핵에 찬성한 시민들이 '절윤' 선언조차 못 하는 윤 의원에게 지지를 보낼 까닭도 없다. 결국 어느 쪽에서도 환영받지 못 하는 윤 의원의 모습은 극단 세력에 동조한 정치인의 전형적인 말로다.

윤 의원이 진정 눈치를 봐야 할 대상은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계엄에 반대하고 탄핵에 찬성한 대한민국 국민이지, 윤어게인 패거리가 아니다. 물론 "박근혜 대통령 때 탄핵 반대했는데도 1년 지나면 다 찍어주더라"라며 주권자를 멸시한 윤 의원인 만큼 어떤 조언을 건네도 무슨 소용이 있을까. 다만 이 한마디는 하고 싶다. 국민을 무시한 정치인을 잊을 정도로 대한민국 사람들이 어리석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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