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얼굴은 굳어있었다…'지민비조' 사라지자 힘 잃은 혁신당

유성운 2024. 10. 18.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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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13일 전남 영광군 영광군청 앞에서 지역민들에게 장현 영광군수 후보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조국혁신당 제공) 뉴스1

“첫술에 배부르겠습니까. 다시 신발끈을 묶읍시다. 다음 도전은 더 옹골차고 더 힘찰 것입니다.”
17일 오전 조국혁신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는 조국 대표의 얼굴은 무겁게 굳어 있었다. 이날 회의는 시종일관 전날 선거 패배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져 있었다. 특히 내심 승리를 기대했던 전남 영광군수 재선거에서 장현 후보가 3위에 그친 것이 뼈아픈 일격이 됐다. 혁신당 관계자는 “기대가 컸던 만큼 아쉬움도 크지 않겠냐”고 말했다.

당초 혁신당은 민주당과 ‘호남 맹주’를 경쟁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혁신당이 영광군수 선거에서 진보당에도 밀려 3위에 그친 것은 선거 초반만 해도 예상치 못했던 결과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략 세 가지의 요인을 꼽았다.

①‘지민비조’ 파쇄=지난 총선에서 혁신당은 ‘지민비조(지역은 민주당, 비례는 조국혁신당)’ 구호가 먹혀들면서 돌풍을 일으켰다. 방송3사 출구조사에 따르면 지역구에서는 민주당 후보를 찍은 유권자 39.2%가 비례대표는 혁신당 후보에게 표를 주었다. 특히 광주, 전남, 전북에서 각각 47.7%, 44.0%, 45.5%를 얻어, 민주당(광주 36.3%, 전남 39.9%, 전북 37.6%)을 앞섰다. 2년 뒤 지방선거에서 민주당과 혁신당이 ‘호남 맹주’를 다툴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던 이유다.

차준홍 기자

하지만 이번 호남 지역 재보선에서 민주당이 완승을 거두자, 정치권에선 ‘지민비조’ 전략이 파쇄되며 힘을 잃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3파전인 영광군수 재선거에서 장현 혁신당 후보는 26.6%의 득표율로 장세일 민주당 후보(41.1%), 이석하 진보당 후보(30.7%)에 밀려 3위에 그쳤다. 사실상 양자대결인 곡성군수 재선거도 박웅두 혁신당 후보는 35.9%의 득표율로 조상래 민주당 후보(55.3%)에 크게 밀렸다.

민주당의 한 중진의원은 “혁신당의 전략적 한계가 드러난 선거”라며 “‘우당(友黨)’을 자처하기 때문에 민주당에서 대형 악재가 나오지 않는 한 설 자리가 마땅치 않다. 지방선거에서도 이번처럼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내다봤다.

②反민주 표심 분산=영광군수 선거 초반 장세일 민주당 후보가 각종 논란으로 휘청인 가운데, 장현 혁신당 후보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에 올랐다. 하지만, 선거 후반 이석하 진보당 후보가 약진하면서 장 후보의 상승세는 확연하게 꺾였다.

지난 3일 이석하 진보당 영광군수 후보와 김재연 상임대표가 전남 영광군 영광터미널시장 출정식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이 후보는 이번 재선거 개표 과정에서 민주당 장세일 후보를 바짝 추격하며 '막판 돌풍'을 일으켰다. 뉴스1

조귀동 정치칼럼니스트는 “재선거인데도 투표율이 70.1%에 달할 정도로 3당이 총력전을 벌였는데, 민주당(장세일 후보) 득표율이 41.1%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에 대해 ‘비토’ 성격의 표심이 60%가량 나왔지만, 진보당이 선전하자 결과적으로 양당으로 분산됐다. 1:1 구도로 치렀으면 결과가 달라졌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③조국 1인당 한계=당명에서 드러나듯이 조국혁신당은 조국 대표의 인지도와 영향력을 앞세워 형성된 정당이다. 정치권에서는 조 대표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가 이번 선거에서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 대표는 영광과 곡성에서 한달 ‘월세살이’로 사실상 ‘올인’ 지원에 나선 반면,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재판 일정 때문에 지원 유세를 제대로 하기 어려웠다. 그런데도 민주당이 승리한 데는 조직력 등에서 민주당이 압도적으로 우세했기 때문이다.

10·16 재·보궐선거 사전투표를 하루 앞둔 지난 10일 전남 영광군 터미널사거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장세일 영광군수 후보가 유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보협 혁신당 수석대변인은 “신생정당이다보니 조직력이 열악해 영광이나 곡성에도 아직 당 조직이 없다. 모세혈관이 없는 셈”이라며 “취약점인 조직적 열세를 극복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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