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홈런 3득점' 무력시위 펼친 김혜성…하지만 안심할 수 없다, 美 언론 "두 자리 놓고 4자 경쟁"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4자 경쟁'
미국 '디 애슬레틱'은 1일(이하 한국시각) 이번 겨울 3+2년 최대 2200만 달러(약 322억원)의 계약을 통해 LA 다저스에 입단한 김혜성을 집중 조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지난 2017년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 전체 7순위로 넥센(現 키움) 히어로즈의 선택을 받은 김혜성은 8시즌 동안 총 네 번의 골든글러브를 손에 넣는 등 953경기에 출전해 1043안타 37홈런 386타점 591득점 211도루 타율 0.304 OPS 0.767의 성적을 남긴 뒤 메이저리그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리고 이번 겨울 3+2년 최대 2200만 달러의 계약을 통해 LA 다저스에 입단했다.
다저스가 김혜성을 영입한 것도 예상 밖이었지만, 김혜성이 다저스 입단을 택한 것도 모두 예상 밖이었다. 다저스는 지난해 월드시리즈(WS)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릴 정도로 이미 탄탄한 로스터를 보유하고 있는 까닭이었다. 다저스 입장에선 굳이 김혜성을 영입할 이유가 없었고, 김혜성 또한 다저스 외에도 다른 구단의 제안을 받았던 만큼 경쟁이 치열한 다저스를 행선지로 정하지 않아도 됐다. 그러나 김혜성 또한 '도전'을 택했다.
스프링캠프 일정이 시작된 후 김혜성은 오타니 쇼헤이를 비롯해 미겔 로하스와 토미 에드먼, 무키 베츠 등 많은 선수들의 도움을 받으며 빠르게 다저스에 녹아드는 모습이었기에 적응은 큰 문제가 없어 보였다. 문제는 타격이었다. KBO리그 시절부터 김혜성은 타격폼에 대한 고민을 안고 있었는데, 다저스에 입단하게 되면서 폼을 완전히 뜯어 고치기로 결정했다. 다저스는 타격폼의 변화로 김혜성이 더욱 힘을 잘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믿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문제를 고치는 것이 맞는 선택이지만, 입지가 불안한 상황에서 '변화'는 도박이다. 김혜성은 발전을 위해 변화와 맞닥뜨리기로 결정했는데, 이 여파는 시범경기에서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1일(이하 한국시각) LA 에인절스와 경기 종료 시점에서 김혜성의 시범경기 타율은 0.071에 불과하다. 라이브배팅에서 다저스의 '에이스' 타일러 글래스노우를 상대로 큼지막한 장타를 터뜨리며 기대감을 키웠던 것이 모두 사라졌다.
특히 1일 LA 에인절스와 맞대결에서는 KBO리그에서는 경험하지 못했던 '피치클락'으로 인해 허무하게 1S를 빼앗겼고, 결국 '2구 삼진'이라는 굴욕을 당했다. 그리고 출루가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폭발적인 스피드는 뽐낼 기회조차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공격이 원활하게 풀리지 않으면서, 김혜성의 가장 큰 강점이라고 볼 수 있는 수비까지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김혜성은 유격수로 선발 출전했던 지난달 23일 캔자스시티 로얄스전에서 두 개의 실책을 범했다.
이러한 가운데 데이브 로버츠 감독의 발언으로 인해 김혜성은 마이너리그에서 2025시즌을 맞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로버츠 감독은 최근 현지 언론들과 인터뷰에서 김혜성에 대한 질문에 "한가지 의문점이 있다면 타격"이라며 "그는 스윙에 변화를 가져가고 있다. 이것이 김혜성을 더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지금 당장 결정을 내릴 필요는 없지만, 여전히 의문이 남는 것이 있다면 타격"이라고 밝혔다.
아직 뚜껑도 열어보지 못한 단계지만, 벌써 김혜성의 입지는 크게 흔들리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디 애슬레틱'은 "김혜성이 LA 에인절스의 제안을 받았다면 마이너리그로 향하기 전에 동의가 필요했을 것이다. 하지만 다저스와 계약에 그런 특권은 없다"고 마이너리그행 거부권이 없다는 점을 짚으며 "다저스에는 대안이 있다. 김혜성은 대부분 2루수로 활용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토미 에드먼, 키케 에르난데스, 미겔 로하스는 모두 2루수에서 경험이 있다"고 짚었다.
이어 '디 애슬레틱'은 "김혜성은 크리스 테일러, 앤디 파헤즈, 제임스 아웃맨과 함께 두 자리를 놓고 4자 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김혜성의 나이와 계약 구조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약간의 관대함을 주는 듯하지만, 다저스는 김혜성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김혜성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현재의 타격폼 변화를 빠르게 받아들이고 성과로 연결시켜야 한다. 그리고 마침내 2일 경기에서 자신에게 맡겨진 역할을 제대로 해냈다. 볼넷을 바탕으로 경기를 시작한 김혜성은 첫 손맛까지 보는 등 1안타(1홈런) 1타점 3득점 1볼넷으로 독보적인 존재감을 뽐냈다. 이같은 활약이 이어져야만 2명을 추가로 로스터에 합류시킬 수 있는 도쿄시리즈 개막전 로스터에는 이름을 올릴 수 있다. 일단 벼랑 끝에서 기사회생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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