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탓 10억 빠졌다" 비명…심상치 않은 아파트 상황
변곡점에 서있던 부동산 시장이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수억 원씩 하락한 거래가 속출하고 호가 역시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비상계엄과 이후 탄핵 정국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앞으로의 상황을 예측하기 어려워 한동안 매매심리가 위축되고 이로 인한 하락 거래가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11일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지난달 11일 35억 원(18층)으로 최고가를 기록했던 서울 강남구 청담동 '건영아파트' 전용면적 84.6㎡는 비상계엄 사태 직후인 이달 4일 25억 원(4층)에 거래됐다. 한 달도 안 되는 사이에 10억 원이 빠진 것이다.
고층과 저층이란 차이를 고려해도 매매가격 차이가 상당히 큰 편이다. 이 단지는 올해 하반기 들어 이번 거래 직전까지 총 8건의 매매가 있었는데 그중 6건이 30억 원 이상이다. 네이버부동산 기준 호가는 26억 4000만~35억 원에 형성돼 있다.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선수기자촌3단지' 100.31㎡는 4일 22억7500만 원(12층)에 거래됐다. 2021년 9월 기록한 최고가 26억5000만 원(11층)보다 3억8000만 원 싼 가격이다. 중랑구 면목동 '사가정 센트럴아이파크' 전용 84.87㎡는 7일 최고가보다 3억 원 낮은 11억 9000만 원에 손바뀜했다. 성동구 옥수동 '옥수극동' 전용 142.26㎡도 같은 날 최고가보다 3억 원가량 낮은 16억4000만 원에 팔렸다.
서대문구 '신촌럭키', 도봉구 '주공 17단지', 영등포구 '신길우성2차'에서도 최근 일주일새 최고가보다 2억 5000만 원 이상 하락한 거래가 포착됐다.
경기·인천에서도 마찬가지다. 평택시 고덕동 '고덕국제신도시제일풍경채' 전용 84.95㎡는 2021년 9월 9억2700만 원(10층)으로 최고가를 찍었는데 이달 7일에는 이보다 3억5000만 원 정도 낮은 5억8000만 원(5층)에 거래됐다.
수원시 영통구 '벽적골 8단지 주공' 59.99㎡는 최고가 5억9500만 원(2021년 10월, 5층)보다 2억8000만 원가량 싼 3억2000만 원(2층)에 매매됐다.
의왕시 '모락산 현대', 용인시 '신동백두산위브더제니스', 평택시 '평택센트럴자이', 평택시 '평택지제역동문굿모닝힐만시티4단지', 수원시 '센트라우스', 화성시 '다정마을신한에스빌 1차' 등에서는 최고가보다 2억5000만 원 안팎 하락한 거래가 나왔다. 하락률로 보면 30~45% 수준이다.
인천에서는 연수구 송도동 '호반베르디움에듀시티' 전용 75.98㎡가 2022년 기록한 최고가 9억 원(24층)보다 3억2000만 원 정도 낮은 5억7800만 원(5층)에 거래됐고 남동구 구월동 '구월아시아드선수촌센트럴자이', 송도동 '힐스테이트송도더스카이'에서 2억 원 이상 하락 거래가 나타났다.
지방도 비슷한 양상이다. 세종시 '호려울10단지 중흥S클래스리버뷰2차'와 부산 강서구 '대방노블랜드오션뷰1차', 대구 수성구 '범어라온프라이빗', 대전 유성구 '경남아너스빌1단지' 등에서는 최근 일주일 최고가보다 새 4억~6억 원 낮은 거래가 나왔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계엄사태가 매매가격 하락으로 직결됐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이 있다"면서도 "한 치 앞을 보기 힘든 오리무중 상태란 점을 생각하면 지금과 같은 하락 거래가 계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의 상황에 대해 갈피를 잡기 어려우면 부동산 시장의 심리가 얼어붙을 수밖에 없고 이는 거래량 축소로 이어져 시장의 활력을 크게 떨어뜨리기 때문"이라며 "정치적 혼란이 상당 기간 이어지면서 시장도 불안정성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