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해외파병 장병 위험에는 책임지지 않았다
이 글은 2024년 1월 1일 UAE 아크부대 파병 중 사망한 고 곽진수 중위의 어머니가 작성했습니다.
본 기사는 유족이 국방부 감사관실, 군인재해보상과, 합동참모본부를 상대로 제기한 정책 개선 민원에 대한 복수의 공식 답변 자료를 분석한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유족은 특정 개인에 대한 보상 요구나 개별 사건의 종결을 목적으로 하지 않습니다. 고 곽진수 중위 사례를 통해 드러난 해외 파병 장병 보호·보상 체계의 구조적 공백을 공론화하고, 현재 파병 중인 장병들이 국가로부터 실질적이고 통합적인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제도 마련을 촉구하고자 합니다.
현재 유족은 국방부조사본부 전사망민원조사단에 재조사를 신청한 상태이며, 재조사 절차와 범위의 한계에 대한 문제 역시 확인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내용은 후속 기사에서 이어질 예정입니다. <기자말>
[이은순 기자]
2024년 1월 1일, 해외 파병지에서 한 초급 장교가 사망했다(관련기사: 아크부대에서 사망한 곽진수 중위의 엄마입니다 https://omn.kr/2gjb4). 그리고 2년 뒤, 유족이 받은 답변은 단 하나였다.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구조가 존재한다는 사실이었다.
유족은 국방부를 상대로 해외파병 장병 보호·보상체계 개선을 요구했고, 최근 국민신문고를 통해 공식 답변을 받았다(아래 첨부파일). 그러나 답변을 끝까지 따라가 보면, 한 가지 사실만 선명해진다. 해외파병 장병의 위험과 보상에 대해 책임지는 곳은 어디에도 없다는 것이다.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단순한 문제 제기가 아니다. 해외파병 장병의 유족으로서, 지금 이 순간에도 중동을 비롯한 파병지에 나가 있는 장병들의 안전을 위해 국방부가 어떤 보호와 보상 체계를 갖추고 있는지 다시 점검하고, 필요한 조치를 마련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대피소도, 위험 기준도 없는 현실
2026년 3월 중동 정세가 다시 긴장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현지 파병 장병들의 안전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아크부대에 파병된 경험이 있는 관계자에 따르면, 레바논 동명부대(PKO)는 방공호 등 대피 시설이 갖춰져 있지만 UAE 아크부대(비PKO)에는 그에 상응하는 시설이 마련돼 있지 않다고 한다.
국방부는 2026년 3월 2일 장관 주재 상황평가회의에서 "현재까지 파병부대 피해는 없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대피시설 확충 계획이나 아크부대 파병 15년 동안 위험도 재평가가 이루어지지 않은 채 파병 초기 당시 기준 그대로 장병들을 계속해서 파병 보내고 있는 현실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이 없었다.
같은 위험 속에서 근무하면서도 보호 체계가 다르다면, 그것은 단순한 행정의 문제가 아니라 장병의 생명과 직결된 문제다.
위험은 높은데, 보상은 같거나 더 적다
해외파병 장병에게는 '해외 파견 근무수당'이 지급된다. 그러나 그 대신 위험근무수당, 특수업무수당, 시간외수당, 야간근무수당, 휴일근무수당, 정액급식비, 교통보조비 및 연가보상비 등은 별도로 지급되지 않는다. 즉, 해외 파견 근무수당이 여러 수당을 통합 대체하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다. 결과적으로 해외파병 장병들의 위험은 더 높은데, 보상은 통합되거나 오히려 축소되는 구조다.
국방부 단체보험 역시 해외파병 장병과 국내 장병 모두 동일하게 1억 원으로 설계되어 있다. 위험의 차이는 존재하지만, 보상에서는 그 차이가 반영되지 않는다. 이는 형식적 평등일 수는 있어도, 실질적 평등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국내 장병과 해외 파병 장병의 단체보험금을 동일하게 설계한 구조를 이 시점에서 다시 들여다봐야 하며, 해외파병 장병을 위한 별도의 '해외파병 특화보험체계'신설 도입이 절실하다.
유족이 요구한 정책에 관한 답변은 없고
유족은 국방부에 다음과 같이 질의했다.
① 파병 전 위험·보상에 대한 사전 고지,
② 위험 수준에 비례한 보상체계 정비,
③ PKO와 비PKO 간 보상 격차 해소,
④ 유족 보상과 별도로 작동하는 위험 보상 체계 마련
이는 개인 보상을 요구한 것이 아니라, 구조를 바꾸기 위한 정책 제안이었다. 그러나 돌아온 답변은 질문을 피해가는 방식으로 정교하게 분산되어 있었다.
또한, 유족은 해외파병 장병 보호체계의 구조적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국방부가 체계적이고 공식적인 연구와 제도 개선에 착수해 달라는 제도 개선을 요청했으나, 제도 개선 민원이 일반 민원으로 처리되었다.
이에 대해 유족이 다시 국방부 감사관실에 시정 조치를 요구하자 국방부는 민원서 분류 및 배부 체계에 대하여 "매년 감사를 실시하고 있으며, 앞으로 주기적으로 민원담당자 대상으로 민원실무교육을 실시했다"는 통상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정작 유족이 요구한 정책적 답변은 어디에도 없었고, 민원 분류가 왜 잘못되었는지, 실제 감사가 이루어졌는지에 대한 설명도 없었다. 형식은 보완되었지만, 내용은 여전히 비어 있었다.
보상은 '법대로', 그러나 법은 현실을 반영하지 않는다
군인재해보상과의 답변은 관련 법령과 절차 설명이었다. 군인이 사망할 경우 군인재해보상법에 따라 전공사상심사위원회 심사를 거쳐 사망보상금을 지급하고, 순직 기준은 군인사법 시행령 별표8을 참고하라는 안내였다.
또한, 유족이 건의한 해외파병 위험도, PKO(평화유지활동)와 비PKO(군사협력 등) 간 보상 격차 및 차별 해소 방안, 위험 대비 보상체계 정비, 고위험 훈련 및 환경을 평가 기준에 반영하는 문제 등과 같은 핵심 질문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답변만 덧붙였다.
정책에 대한 질문은 절차에 대한 설명으로 대체되었다.
합참은 "우리 소관 아니다"
합동참모본부는 더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파병 전 위험·보상 사전 고지에 대해서는 "각 군 본부 소관"이라고 했고, 보상체계 개편에 대해서는 "법률 및 대통령령 개정 사항으로 검토가 제한된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답변은 단순한 회피가 아니다. 이미 해당 사안이 국방부 차원의 정책 판단과 입법 검토가 필요한 사안임을 인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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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 곽진수 중위 생전 모습(2023.12.30) 고인의 휴대폰에 담긴 생전 모습입니다. 아크부대 22진 단장님과 함께한 사진으로 단장님의 초상권 보호를 위해 단장님 얼굴 이미지를 흐리게 표현하였습니다. |
| ⓒ 고 곽진수 중위 유족 |
감사는 "문제 없다"고 하고, 보상은 "법대로 한다"고 하며, 작전은 "우리 소관이 아니다"라고 한다.
각 부서는 각각의 이유로 책임을 제한하고 있지만, 그 결과 전체적으로는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그래서 다시 묻는다, 국가의 책임은 어디에 있는가
선발은 각 군이 하고, 작전은 합참이 수행하며, 보상은 국방부가 담당한다. 그러나 이 모든 과정을 하나의 흐름으로 묶어 위험 평가, 사전 고지, 보상 설계를 통합적으로 책임지는 주체는 존재하지 않는다.
파병은 국가의 결정이지만, 그 책임은 분산되어 사라진다.
이제 필요한 것은 '답변'이 아니라 '결정'이다
이 글은 과거 사건의 책임을 묻기 위한 것이 아니다. 지금 파병지에 있는 장병들이 같은 구조 속에 놓여 있는지 다시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해외 파병은 계속되고 있다. 그렇다면 같은 질문도 반복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국방부에 요구한다.
1. 파병지원자에게 파병 전 위험·보상수준에 대한 서면 사전 고지 제도를 공식화할 것
2. 위험 수준에 비례한 '위험보상' 체계를 설계할 것
3. 선발·작전·보상을 통합적으로 책임지는 '전담 컨트롤타워'를 구축할 것
국가는 위험을 명령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위험에 대한 책임까지 나눌 수는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설명이 아니라, 책임을 명확히 하는 결정이다.
고 곽진수 중위 사건에서 유족은 국방부조사본부 전사망민원조사단에 재조사를 신청했다. 그러나 유족이 요청한 11개 요구사항은 그중 일부만 재조사 대상으로 제한되었고, 수사 재검토 절차나 재조사 결과가 순직 재심사·추서 진급·국가배상 절차에서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한 안내가 제한된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앞서 파병 전·중 단계에서 확인된 책임의 분산 구조가, 사망 이후 재조사와 명예회복 절차에서도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보상과 안전, 예우의 책임이 분산된 구조가 조사의 단계에서도 이어진다면, 그 책임은 어디에서 완결되는가.
다음 글에서는 이 재조사 제도의 구조적 한계와 그 의미를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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