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따라 하다 이번엔 엔비디아…현대차 자율주행, 문제없나요
연구개발(R&D) 조직 양대 수장의 동반 사퇴로 숨 고르기에 들어갔던 현대차 자율주행 조직 시계가 다시 빨라지고 있다. 자율주행 전략을 총괄하는 박민우 첨단차량플랫폼(AVP)본부장(사장)·포티투닷 대표는 최근 엔비디아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활용해 이 분야 선두 주자 테슬라를 잡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안팎에서 따랐던 우려 섞인 시선도 수면 아래로 내려간 분위기다. 다만, 자체 기술 내재화를 시도하다 테슬라 추종 전략으로 선회한 뒤 또다시 엔비디아 플랫폼으로 갈아타는 ‘갈지자’ 전략의 중장기 방향성에 의구심을 던지는 시각도 있다.

내연기관·SW ‘원팀’ 강조
한때 균열을 드러냈던 현대차그룹 자율주행 조직이 전략 조정·실행에 속도를 낸다.
자율주행 전략 수장 박민우 사장은 최근 현대차그룹 AVP본부 연구 거점인 경기 성남 판교 테크원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에서 “현대차 AVP본부와 포티투닷, 모셔널의 자율주행 센서를 엔비디아 하이페리온10 센서 스위트(Suite)로 통합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또, 그는 “현대차그룹, 포티투닷, 모셔널이 쓰고 있는 자율주행 데이터 수집과 학습, 추론 기준을 엔비디아 양식으로 통합해 테슬라를 추격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그룹 자율주행 두 축인 포티투닷과 모셔널(로보택시) 데이터를 결합하고 엔비디아 기술 생태계를 활용해 테슬라를 잡겠다는 포부다. ‘하이페리온10’은 엔비디아가 개발한 자율주행 플랫폼이다. 카메라·레이더·라이다 등 자율주행 센서와 차량용 인공지능(AI)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센서 스위트는 여러 종류 센서를 묶은 패키지다. 지난 2월 23일 취임 이후 처음 열린 타운홀 미팅에는 임직원 150여명이 참석했다. 남양연구소와 해외 연구소 등 AVP본부 소속 직원 500여명이 온라인 생중계로 참여했다.
박 사장은 자율주행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핵심 과제로 ‘전문성’ ‘집요함’ ‘민첩한 실행’ ‘유연한 조직 문화’를 꼽았다. 그는 “포티투닷은 선행 기술, AVP본부는 양산 개발·검증, R&D본부는 기계 장치 분야에 강점을 갖고 있지만 각 조직이 장점에만 집중하면 사일로 현상에 빠질 수 있다”며 조직 간 협력 필요성을 강조했다. 사일로 현상(Silo Effect)은 조직 내 부서 간 장벽이나 부서 이기주의를 뜻한다. 또,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을 리더십 원칙으로 꼽으며 “측정 가능한 목표를 설정해 모든 팀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율주행 기술의 장기 전망에 대해선 “자율주행은 궁극적으로 완성 단계에 도달하는 기술이며 이후 사용자와 상호작용이 더 중요한 가치가 될 것”이라며 “사람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기술 개발에 집중해달라”고 당부했다.
박 사장 취임 후 현대차 자율주행 전략은 또 한 번 변곡점을 맞게 됐다. 현대차그룹 자율주행 기술 두 축은 포티투닷과 미국 모셔널이다. 포티투닷은 양산차 전반에 적용 가능한 범용 자율주행과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Software Defined Vehicle) 플랫폼 구축을 목표로 삼았다. 모셔널은 특정 도시·노선·환경에 한정된 ‘로보택시’ 서비스 구현에 집중했다. 무게중심은 포티투닷에 실렸던 터다. 당시 송창현 사장 주도로 현대차는 기존 라이다(LiDAR) 방식 자율주행 시스템을 테슬라처럼 카메라 기반으로 전환 중이었다. 박 사장이 새 수장으로 오면서 현대차 자율주행 전략은 자체 기술 기반 내재화에서 테슬라 추종으로 선회했다가 다시 엔비디아 협업 체계 구축으로 방향을 틀게 됐다. 강성진 KB증권 애널리스트는 “현대차그룹은 기계적 완성도, 시뮬레이션·트레이닝 역량, 상용화 전략, 양산 전략 등에서 로보틱스 분야를 선도하고 있다”라며 “현대차는 테슬라가 독점해온 자율주행·로보틱스 미래 가치를 나눠 가질 수 있는 가장 유력한 대안 기업”이라고 분석했다.


수직계열화 테슬라와 비교
다만, 완성차 업계에서는 현대차의 ‘갈지자’ 자율주행 전략을 두고 우려 섞인 시선도 던진다.
첫째, 전략 일관성 부족에 따른 조직 리스크다. 과거 현대차 남양연구소는 레벨3 양산을 목표로 제네시스 G90, 기아 EV9 등 여러 프로젝트에 관련 기술을 축적해둔 상태였다. 송창현 전 사장 체제 아래 자율주행 플랫폼 재설계를 이유로 사실상 이를 백지화한 결정은 기술전략 전환을 넘어 조직 학습 연속성을 가로막는 조치로 작용했다는 게 다수 전문가 진단이다. 자율주행 기술은 센서·지도·제어·법규 대응까지 전 영역을 아우르는 통합 아키텍처의 누적적 발전이 필수다. 전략이 ‘자체 개발 → 플랫폼 재설계 → 플랫폼 전환’처럼 반복적으로 바뀌면 연구 조직 내부에서 기술 로드맵 일관성이 약화할 수 있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박 사장이 부임하면서 송 사장이 주도했던 기존 ‘아트리아 AI’는 사실상 용도 폐기되고 엔비디아 자율주행 기술 ‘알파마요’ 기반으로 재편될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라며 “이미 포티투닷, 모셔널, AVP본부 등 여러 조직이 병렬적으로 존재하는 상황에서 기술 표준이 계속 변경되면 개발 자산의 재활용이 어려워지고 중복 투자 위험도 커진다”고 지적했다.
둘째, 자율주행 수직계열화(Vertical Integration)를 일군 테슬라에 비춰 현대차 전략의 양면성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테슬라는 ▲차량용 AI 반도체(FSD 칩) ▲자율주행 알고리즘 ▲데이터 학습 체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까지 대부분을 자체 개발하는 수직계열화 구조다. 차량에서 수집되는 방대한 주행 데이터를 자체 AI 인프라에서 학습시키고 이를 다시 차량 소프트웨어에 반영한다. 이런 전략은 기술 개발 속도는 상대적으로 느릴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핵심 알고리즘과 데이터, 플랫폼 통제권을 모두 내재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현대차그룹 자율주행 전략은 여러 글로벌 기술 기업과 협력하는 개방형 플랫폼 모델에 가깝다고 평가된다. 자율주행 컴퓨팅과 AI 모델에서는 엔비디아 플랫폼을 활용하고 로보틱스와 AI 연구에서는 구글 딥마인드와 협력하는 구조다. 이 방식은 기술 도입 속도를 높이고 글로벌 생태계를 적극 활용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현대차그룹이 엔비디아 ‘알파마요’ 도입을 추진한 배경에는 속도감 있는 기술 개발을 추진하겠다는 전략적 판단이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오픈소스로 공개된 모델을 활용하면 초기 연구개발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반면, 핵심 기술 역량이 외부 플랫폼에 분산된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 기술 종속 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는 신중한 시각도 제기된다.
이런 이유로, 엔비디아 플랫폼 적용 확대가 자칫 플랫폼 종속(Lock-In)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시각이 있다. 자율주행 AI는 단순한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데이터 구조 ▲학습 방식 ▲시뮬레이션 환경 ▲센서 입력 구조 등이 연결된 시스템 아키텍처다. 알파마요 기반으로 자율주행 플랫폼 개발이 진행되면 데이터 구조는 물론 칩 설계까지 엔비디아 생태계 기준으로 맞춰질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기술 경로 의존성(Path Dependency) 심화가 우려된다는 게 소프트웨어 전문가 진단이다.
셋째, 향후 양산 단계에서 비용 구조가 적잖은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자율주행 기술에서 가장 중요한 과정은 유효성 검증(Validation)이다. 이 단계에서 ▲AI 모델 안정성 ▲오작동 가능성 ▲안전 규제 기준 충족 등 검증을 밟는다. 레벨3~4 자율주행에서는 규제기관이 요구하는 안전 검증 체계가 필수다.
문제는 유효성 검증에 필요한 세부 알고리즘이 공개되지 않으면 완성차 업체가 독립적인 검증 체계 구축이나 모델 수정 등이 매우 까다롭다는 데 있다. 엔비다아 알파마요 역시 ‘학습 가중치(데이터 묶음)’는 공개돼 있지만, 유효성 검증을 위한 알고리즘은 공개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결국 양산 단계에서 유효성 검증 체계를 활용하려면 플랫폼 기업과 별도 협의를 거쳐 일정 수준 라이선스 비용을 치러야 할 것이란 관측이다.
최근 인공지능(AI) 산업에서는 핵심 기술을 무료로 공개해 생태계를 확대한 뒤 상업화 단계에서 수익을 확보하는 전략이 확산한다. 대표 사례가 메타(Meta)의 거대언어모델(LLM) ‘Llama 3’다. 메타는 모델 자체를 무료로 배포해 개발자들이 자유롭게 활용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를 기반으로 구축한 서비스가 일정 규모 이상 월간 사용자 수를 기록할 경우 별도 상업용 라이선스 계약을 요구한다. 초기에 기술 접근성을 높여 생태계를 확장한 뒤 서비스가 성장하면 수익을 확보한다.
이런 전략은 다른 기술 플랫폼에서도 목격된다. 구글은 모바일 운영체제 안드로이드를 오픈소스로 공개했지만, 스마트폰 상용화에는 ‘구글 모바일 서비스(GMS)’ 라이선스가 필요하다. 엔비디아 역시 병렬 컴퓨팅 플랫폼 쿠다(CUDA)를 개발자에게 사실상 무료로 제공하면서도, 이를 활용한 AI 시스템 구축 과정에서 자사 GPU 사용을 유도하는 구조를 구축했다.

로봇 사업 역시 비슷한 우려가 따른다. 현대차그룹 로봇 사업 계열사 보스턴다이내믹스는 구글 딥마인드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 로봇의 몸은 보스턴다이내믹스가, 뇌는 구글 딥마인드가 담당하는 방식이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차세대 아틀라스 등 로봇 하드웨어와 제어기술을 제공한다. 구글 딥마인드는 로봇 AI 파운데이션 모델 ‘제미나이 로보틱스’로 로봇의 인지·추론·제어·상호작용 능력을 부여하는 게 뼈대다.
현대차 자율주행 전략이 또다시 변곡점을 맞으면서 박 사장 역시 시험대에 섰다는 평가다. 현대차그룹 안팎에서는 그에 대한 기대와 우려의 시선이 함께 제기된다. 박 사장이 엔비디아 부사장으로서 이끌었던 조직은 수십명 규모에 불과했다. 재계 관계자는 “수천명에 달하는 소프트웨어 조직인 AVP본부와 포티투닷을 이끌며 비(非)IT 진영(내연기관 양산·품질 조직 등)을 하나로 묶는 통합적 리더십 구축 여부에 따라 자율주행 전략 성패가 갈릴 것”이라 봤다.
[배준희 기자 bae.junhee@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51호(2026.03.18~03.2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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