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회계법인서 30대 회계사 잇단 사망…‘감사 시즌’ 장시간 노동 논란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12일 새벽 3시 회계법인 삼정KPMG 본사가 위치한 서울 강남구 강남파이낸스센터 앞 도로에 10여대의 택시가 도로 양쪽에 줄지어 서 있었다.
최근 삼정KPMG에서 30대 회계사 2명이 잇달아 숨지면서 회계 업계의 노동 환경을 문제시하는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삼정KPMG 제조업(IM) 본부 소속 30대 회계사 두 명은 지난해 11월과 올해 3월 각각 숨을 거뒀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당국 “법 사각지대 전문직종 살펴봐야”

12일 새벽 3시 회계법인 삼정KPMG 본사가 위치한 서울 강남구 강남파이낸스센터 앞 도로에 10여대의 택시가 도로 양쪽에 줄지어 서 있었다. 야근을 마치고 퇴근하는 회계사들을 태우기 위해서다. 이런 풍경은 일이 몰리는 1~3월 다른 회계법인 앞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최근 삼정KPMG에서 30대 회계사 2명이 잇달아 숨지면서 회계 업계의 노동 환경을 문제시하는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다. 두 사람의 사인은 과로와 연관성이 높은 뇌출혈로 알려졌다. 회계사들은 일이 몰리는 감사 시즌 혹독한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면서도 실제 근로시간을 줄여서 기록하는 관행 때문에 초과근로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업계에 따르면 삼정KPMG 제조업(IM) 본부 소속 30대 회계사 두 명은 지난해 11월과 올해 3월 각각 숨을 거뒀다. 지난해 11월 숨진 회계사는 평소 기저질환이 없었고 사망 한 달 전 마라톤 대회에 참가할 정도로 건강했다.
올해 3월 사망한 회계사는 심리실(DPP) 조서 제출 기한이 사망일 직후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심리실 조서 제출은 감사보고서 발행 전 내부 품질관리 절차로 제출 기한을 앞두고 많은 직원이 밤샘 작업을 한다.
현직 회계사들은 ‘감사 시즌’인 1~3월이 되면 근무시간이 극단적으로 늘어난다고 입을 모았다. 대체로 기업의 결산일이 12월 31일이고 3월에 감사 보고서가 나가기 때문이다.
삼정KPMG 소속 회계사 A씨는 “1월 중순부터 오전 10시에 출근해 다음 날 새벽 3시까지 일하고 2~3월에는 새벽 4시 퇴근도 흔했다”며 “주말에도 최소 하루 이상 출근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전했다.
문제는 이렇게 늘어난 근무시간이 제대로 기록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회계사들은 업무 시간을 ‘타임시트’에 입력해 관리하는데 실제 근로시간보다 적게 기록하는 관행이 있다.
이런 관행은 계약구조와 관련 있다. 회계법인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가격인 감사보수는 회계사의 예상 근로시간에 시간당 단가를 곱해 결정된다. 최근 기업들이 감사 비용을 낮추면서 회계법인들은 예상 근로시간을 낮게 잡기 시작했다. 현실적으로 계약시간에 맞춰 근무를 끝낼 수 없으므로 정해진 시간을 초과해 일할 수밖에 없다.
삼정KPMG 소속의 또 다른 회계사 B씨는 “계약 단계에서 근로시간이 이미 정해져 이를 넘겨 근무하더라도 기록할 수 없다”며 “실제 근로시간과 기록 사이 괴리가 매우 심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장시간 노동을 하더라도 초과근로에 대한 보상을 제대로 받을 수 없다. 삼정KPMG는 주 52시간을 넘겨 일한 부분을 휴가로 보상하는 제도를 두고 있지만, 실제 근로시간이 축소 기록되면 보상 대상이 되는 시간 자체가 줄어든다.
그럼에도 회계사를 비롯한 전문직들의 장시간 노동 환경은 고용노동부 등 당국의 감시 시야에서 벗어나 있다. 자격증을 가진 전문직종은 재량근로 적용 대상인 경우가 많아 근로시간 관련 법 위반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삼정KPMG도 재량근로제와 포괄임금제를 동시에 채택하고 있다.
재량근로제란 실제 일한 시간과 상관없이 근로자와 사용자가 합의한 시간을 근로시간으로 간주하는 제도다. 근로자에게 과도한 업무가 배정되면 합의한 시간을 넘겨 일하고도 상응하는 보상을 받지 못할 위험이 발생한다.
업계에서는 재량근로제 및 포괄임금제 오남용 실태 점검을 요구한다. 노동부 고위 관계자는 “겉으로는 화려해 보이지만 사실상 노동법 사각지대에 놓인 전문직종의 노동 환경 실태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황민혁 기자 okjs@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국힘 사이비 같어” 싸늘한 중원… 정부엔 “사고 친 건 없잖여”
- 대형 회계법인서 30대 회계사 잇단 사망…‘감사 시즌’ 장시간 노동 논란
- “집 가진 게 이익 안 되게”…초고가·비거주 1주택 규제 예고
- “검찰, 사이코패스 김소영에 속은 것”…프로파일러 주장
- 삼겹살 가격 보고 화들짝… 뒤바뀐 돼지고기 소비 근황
- 김정은, 딸 주애와 권총 사격…“진짜 훌륭한 권총”
- 여객기 참사 잔해물 조사서 또 희생자 유해 추정 물체 쏟아져
- ‘주민번호 13자리 그대로 노출’ 롯데카드에 과징금 96억원
- 양문석, ‘대출사기’ 징역형 집유 확정…의원직 상실
- ‘성폭행 혐의’ 대학 부교수 남경주…홍익대 “인사 조치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