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오롯이 담긴 튼 ‘ㅁ’자집, 강릉 주택 ‘명경재’

도시 생활을 접고 강릉에서 지방 생활을 하기로 결정한 건축주로부터 프로젝트 의뢰를 받았다. 시골에서 평범해 보이는 풍경이 좋은 필지를 구입하고, 단독주택을 짓는 기획이다. 필지는 남쪽으로 넓게 펼쳐진 원경의 풍경이, 동쪽으로는 적당한 거리의 숲 풍경이, 북쪽으로는 소나무 산이 인접해 있다. 말 그대로 풍경을 고루 갖춘 땅이다. 건축주 부부는 자녀 둘과 함께 개방된 땅에서 프라이빗한 생활을 할 수 있는 단독주택을 원했다.

진행 이형우 기자 | 글 자료 ㈜리슈건축사사무소 | 사진 김재윤, 김진철 작가

HOUSE NOTE

DATA

위치 강릉시 구정면
용도 단독주택
건축구조 철근콘크리트조
대지면적 783㎡(236.86평)
건축면적 182.18㎡(55.11평)
연면적 195.31㎡(59.08평)
1층 165.09㎡(49.94평)
2층 30.22㎡ (9.14평)
건폐율 23.27%
용적률 24.94%
설계기간 2020년 12월~2021년 4월
시공기간 2022년 3월~2023년 3월

설계 ㈜리슈건축사사무소 02-790-6404
blog.naver.com/richuehong2
시공 ㈜동행건축 031-774-8664
www.housedh.com

MATERIAL
외부마감 지붕 - 리얼징크
외벽 - 스타코플렉스
데크 - 방부목데크
내부마감 천장 - 도배
내벽 - 도배
바닥 - 강마루
단열재 지붕 - 비드법보온판
외벽 - 비드법보온판
창호 PVC시스템창호(융기베카시스템창호 적용)
AL시스템창호(공간시스템창호 적용)
주방기구 건축주 직영
위생기구 건축주 직영
난방기구 건축주 직영
사용할 면적이 50평 남짓한 집을 812㎡(245평)의 땅에 앉혀야 했다. 도시가 아닌 개방된 농촌 지역이기에 프라이빗한 주거 유형으로 전통건축 유형인 튼 ‘ㅁ’자집을 제안했다. 실제로 강릉 선교장의 안채 부분도 튼 ‘ㅁ’자 배치로 안채의 독립된 공간을 확보하고 있다.

땅을 조직하는 튼 ‘ㅁ’자집
튼 ‘ㅁ’자 집은 우선 땅을 남북으로 삼등분한다. 그중에 중앙에 건물을 배치해 땅의 앞뒤와 옆쪽을 남겨 농촌 생활을 배려하고 있다. 앞쪽은 바깥마당으로 주차장과 바깥 정원이 되고, 뒤쪽은 뒷마당을 두어 다양한 바깥 생활(바비큐, 김장, 작업, 반려견 활동 등)이 가능하다. 동쪽의 옆마당은 햇볕이 잘 들기에 텃밭으로 사용한다. 이처럼 삶이 오롯이 담긴 튼 ‘ㅁ’자집은 전원 농촌주택의 지속 가능한 유형의 건축이고자 한다.
위에서 본 명경재. 튼 ‘ㅁ’자 형태로 지은 집의 5개 마당이 한눈에 드러나 보인다.
거실 앞에 있는 사랑마당은 안마당과는 현관 동선으로 분리되면서도 연결돼 있다.
삶을 직조하는 마당집
튼 ‘ㅁ’자집은 9분할 모듈을 기준으로 삶의 조건에 따라 유연한 변형을 하게 된다. 삶으로써 이 집은 손님과 거주인, 부부와 아이들, 일과 주거, 침실과 공용 등 여러 영역의 중첩된 관계를 만들고 있다. 튼 ‘ㅁ’자집으로 생기는 5개의 마당과 2층 테라스 마당은 중첩된 관계를 직조하는 동력이 된다.
중심에 안마당을 두면서 크게 손님 영역(거실)과 거주인 영역으로 구분된다. 거실 앞에는 대문을 들어서면 마주하는 사랑마당이 있다. 안마당과는 현관 동선으로 분리되면서도 연결돼 있다. 다용도실과 연결되는 사이마당은 훌륭한 쌈지마당으로 생활마당이 된다. 나머지 두 개의 사이마당도 있다. 동쪽의 사이마당은 부부와 아이들 영역을 나누면서 사이 풍경을 만들어 준다. 북쪽 사이마당은 이 집의 공용과 침실 영역을 나누면서 뒷마당과 이어지기에 실용성을 더한다.
거실에서 보는 사랑마당. 천장까지 트인 큰 창을 통해 풍경을 집안으로 끌어들인다.
다이닝룸에서 보는 안마당. 다른 거리감과 깊이감으로 다시점의 풍경을 즐길 수 있다.
1층의 주거 영역과 분리되는 2층 서재는 남편의 재택근무 방이자 이곳 집에서 주변 풍경을 가장 잘 감상할 수 있는 정자 역할도 한다. 이처럼 다양한 마당들은 사람에 의해 정해지는 규정된 공간이 아니라 자연, 가족, 삶이 엮이면서 관계를 만드는 생성의 공간이 된다.
거실 바닥보다 낮게 조성함으로써 자연스럽게 공간을 분리한 주방과 다이닝룸. 모든 방면에 창을 설치해 안마당과 사이마당, 뒷마당의 다양한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북쪽 사이마당에서 보이는 뒷마당. 바닥과 하늘이 함께 보이는 수직 풍경이 인상적이다.
중첩된 깊이의 다시점 풍경집
과거에는 일시점의 투시도 발명과 함께 자연을 인식적으로 지배하고 상업화해 왔다. 풍경은 자연을 시각적인 대상으로만 취급하고, 자연으로부터 탈맥락화해 상업적으로 프레임화된 결과이다.
크게 낸 창으로 풍부한 빛이 유입되면서 청량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실내
풍경을 담고 있는 2층 집무실. 서재가 정자로 불릴 만큼의 훌륭한 풍경을 담고 있다.
‘명경재’에서 일시점의 풍경 프레임은 배제된다. 우리는 5개의 마당과 2층 테라스 마당으로 다층적이고 중첩된 깊이의 다시점 풍경을 제안한다. 일상의 실들과 마당, 담장과 처마는 중첩된 깊이감을 조율하는 장치가 된다. 남쪽의 원경은 사랑마당과 안마당을 통해 보이는데, 각각이 다른 거리감과 깊이감으로 마당들이 중첩된다. 담장과 수평 처마는 깊이감을 압축적으로 조율하는 장치가 되고 있다. 낮은 담장을 둔 사이마당들은 담장 너머 풍경을 담아내는데, 중심인 안마당에서 관통해서 볼 수 있기에 일상과 겹쳐진 풍경으로 중첩성을 더한다. 북쪽의 사이마당은 바닥부터 하늘이 같이 보이는 수직 풍경이다.
겹겹이 보이는 사랑마당과 안마당과 사이마당
하늘과 햇빛을 담고 있는 안마당. 앞마당의 담장과 수평 처마는 공간에 깊이감을 주는 장치가 된다.
담장과 처마로 만들어진 프레임 안에 그림처럼 걸려 있는 풍경
2층 서재에서 보는 풍경은 서재가 정자로 불릴 만큼의 훌륭한 풍경을 담고 있다. 중첩된 깊이의 다시점 풍경은 자연에 덧씌워진 상업적 시선이 아니라 일상을 자연과 공명하고자 하는 인식의 시선이고자 한다.
정면에서 바라본 주택. 스타코플렉스로 처리한 밝은 톤의 외벽이 깨끗한 환경 속에서 더욱 도드라져 보인다.
‘명경재’는 풍경을 고루 갖춘 개방된 땅에 프라이빗한 생활을 하도록 지은 집이다.
명경재 유튜브 영상 Q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