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하나의 중국'이 친중? 1992년 노태우 수교문이 답

임병도 2026. 1. 5.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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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한중수교 성명 "오직 하나의 중국만이 있고 대만은 중국의 일부분"

[임병도 기자]

 중국을 국빈방문하는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4일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 도착한 공군1호기에서 내려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중국 국빈 방문을 앞두고 중국 관영 CCTV와 가진 인터뷰가 화제입니다. 특히 대만 문제와 관련해 "하나의 중국을 존중한다"고 밝힌 대목을 두고 보수 지지층을 중심으로 비난이 거셉니다.

일부 보수 커뮤니티와 유튜버들은 "이재명 대통령이 친중파 본색을 드러냈다", "자유 민주주의 국가인 대만을 배제하고 중국 공산당만 인정했다", "굴욕 외교다"라며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이 정말 친중 성향 때문에 대한민국 외교 원칙을 무너뜨린 것인지, 아니면 정해진 외교적 합의를 재확인한 것인지 팩트체크해 보겠습니다.

'하나의 중국' 원칙, 이재명이 아닌 노태우가 합의했다
 이상옥 외무부장관과 전기침 중국 외교부장이 한중 수교 조인식을 마치고 악수를 하는 모습. 1992.8.24
ⓒ 국가기록원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일 방송된 중국 중앙TV(CCTV)와의 인터뷰에서 "한중 수교 당시 대한민국 정부와 중국 정부 간 합의된 내용은 여전히 한중 관계를 규정하는 핵심 기준으로 유효하다"며 "저 역시도 '하나의 중국'을 존중한다"고 말했습니다.

여기서 핵심은 '한중 수교 당시 합의된 내용'입니다. 시계를 1992년으로 돌려보겠습니다. 당시 대통령은 노태우씨였습니다.

1992년 8월 24일, 당시 이상옥 외무부 장관과 첸지천 중국 외교부장은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대한민국 정부와 중화인민공화국 정부 간의 외교관계 수립에 관한 공동성명'에 서명합니다.
이 공동성명 제3항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명시되어 있습니다.

"대한민국 정부는 중화인민공화국 정부를 중국의 유일 합법 정부로 승인하며, 오직 하나의 중국만이 있고 대만은 중국의 일부분이라는 중국의 입장을 존중한다." (1992년 한중 수교 공동성명 중)

놀랍게도 이 내용은 이재명 대통령의 인터뷰 발언과 맥락이 정확히 일치합니다. 대한민국 정부는 이미 30년 전, 보수 정권인 노태우 정부 시절에 '하나의 중국' 원칙을 받아들이고 대만과 단교하며 중국과 수교를 맺었습니다.

당시 노태우 정부는 '북방외교'라는 이름 아래 공산권 국가들과의 수교를 추진했습니다. 이는 소련과 중국을 통해 북한을 압박하고, 궁극적으로는 한국 주도의 통일 기반을 조성하려는 보수 정권의 전략적 선택이었습니다. 중국 역시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정책과 맞물려 한국과의 경제 협력이 절실했습니다.

즉, '하나의 중국' 인정은 이재명 대통령 개인의 정치적 성향이 아니라, 1992년 이후 대한민국 정부가 일관되게 지켜온 공식적인 외교적 입장이자 약속입니다.

보수 지지자들의 비난, 노태우 정부 부정하는 꼴

이 대통령을 향해 "대만을 버리고 중국에 붙었다"고 비난하는 것은, 엄밀히 말해 1992년 노태우 정부의 결정을 비난하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당시 한국은 대만과 오랜 우방 관계였음에도 불구하고 국익을 위해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 대륙을 선택했습니다.

만약 이재명 대통령이 인터뷰에서 "대만은 독립 국가다"라거나 "하나의 중국 원칙을 반대한다"고 말했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이는 한중 수교 공동성명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 되어, 4일부터 예정된 국빈 방문 자체가 무산되거나 심각한 외교적 파장을 초래했을 것입니다.

대통령은 개인 자격으로 인터뷰하는 것이 아닙니다. 국가를 대표하는 자리에서 지난 30년간 이어져 온 양국 간의 조약을 재확인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외교적 수사입니다. 이를 두고 '친중' 프레임을 씌우는 것은 무지의 소치이거나, 알고도 공격하는 악의적인 정치 공세에 불과합니다.

"미국과 안보 협력은 필수"... 실사구시 외교 강조
 이재명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2026년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올 한 해를 붉은 말처럼 힘차게 달리는 해로 삼아 '대한민국 대도약의 원년'으로 만들겠다"며, 반칙과 특권이 없는 사회를 구현해 성장의 과실을 모두가 함께 나누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 청와대 제공
오히려 이 대통령의 인터뷰 전체 맥락을 보면 '친중 일변도'와는 거리가 있습니다. 이 대통령은 "미국과의 안보 협력은 피할 수 없는 일"이라며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명확히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중국과 충돌하는 것은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균형을 강조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이를 '실사구시(사실에 입각하여 진리를 탐구하려는 태도)'라고 표현했습니다. 과거 노태우 정부가 보수 정권임에도 공산권과 수교를 맺었던 그 실용주의 정신과 맞닿아 있는 대목입니다.

이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과의 일화를 소개하며 친근함을 표하면서도, 과거사에 대해서는 "자국의 이익을 위해 타국을 침략하거나 타국 인민을 학살하는 일은 다시는 벌어지지 않아야 한다"며 뼈 있는 말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할 말은 하되, 국익을 위해 협력할 부분은 확실히 하겠다는 의지로 읽힙니다.

외교는 '현실', 비난을 위한 비난 멈춰야

노태우씨는 생전 12.12 군사 반란과 5.18 무력 진압이라는 씻을 수 없는 과오가 있지만, 북방외교를 통해 한국 외교의 지평을 넓혔다는 평가도 받습니다. 그의 아들 노재헌씨가 한중 교류를 위해 활동하고, 중국 정부가 노씨 사망 당시 각별한 애도를 표한 것도 이런 배경 때문입니다.

지금 보수 지지자들이 이재명 대통령을 비난하기 위해 꺼내 든 '반중 정서'는, 역설적으로 그들이 배출한 대통령의 최대 외교 치적을 부정하는 결과를 낳고 있습니다.

대통령의 외교적 발언은 팩트와 역사적 맥락 위에서 평가돼야 합니다. 1992년의 약속을 지키며 국익을 도모하는 대통령에게 '친중 딱지'를 붙이는 소모적인 논쟁은 이제 그만둘 때도 됐습니다. 국익 앞에서는 여야도, 보수와 진보도 없어야 한다는 말은 말이 아닌 실천으로 드러나야 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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