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전 '생태복원' 약속하곤, 그린벨트 푼다는 윤석열 정부

이태경 2024. 2. 24.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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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비수도권 그린벨트 해제, 지역경제 활성화와 무관... 환경 파괴만 부추길 뿐

[이태경 기자]

▲ 윤석열 대통령, 토지규제 개선 민생토론회 발언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울산시 울주군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열세 번째, 다시 대한민국! 울산과 대한민국의 새로운 도약'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민생토론에는 토지 규제 개선과 관련한 정부 부처의 합동 보고와 참여자들의 토론이 있었다.
ⓒ 대통령실
 
윤석열 정부가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명분을 내세워 비수도권에 위치한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를 대거 해제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방에는 개발제한구역을 풀지 않더라도 기업을 유치할 땅이 널려있는데다 비수도권 개발제한구역 대거 해제가 투기만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윤석열표 그린벨트 해제조치는 총선용 대책이라는 비판을 면할 길이 없다. 

난데 없는 윤석열 정부의 비수도권 그린벨트 해제 허용

국무조정실과 국토교통부, 농림축산식품부는 21일 오후 울산에서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비수도권 그린벨트 대폭 해제 등이 담긴 토지 규제 개선 방안을 보고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비수도권 그린벨트는 대폭 해제하도록 허용하고 지역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운영하도록 한다고 밝히면서 구체적으로 지역경제 활성화 등을 위해 비수도권 지역 주도로 추진하는 전략사업(지역전략사업)의 경우, 그린벨트 해제 가능 총량을 줄이지 않은 채 그린벨트를 해제할 수 있게 한다고 천명했다.

심지어 환경평가 1·2등급지는 원칙적으로 그린벨트 해제가 허용되지 않았는데, 비수도권 지역전략사업의 경우에는 환경평가 1·2등급지도 그린벨트 해제를 허용한다고도 했다. 윤 정부는 환경등급 평가 체계도 완화하겠다는 방침이다. 현재는 6개 환경평가 지표 중 1개만 1∼2등급이더라도 그린벨트 해제가 불가능한 방식으로 엄격하게 운영되는데, 앞으로는 지역별 특성에 맞게 환경등급을 조정하는 개선 방안을 연구할 예정이다.

또한 토지이용규제기본법에 등록된 모든 규제에 일몰제를 도입해서 정기적으로 존속 여부를 결정하고, 불필요한 규제가 중복됐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신속하게 일괄 해제할 수 있도록 통합심의 절차를 도입할 계획이다.

계획관리지역 중 도로와 상하수도 등 기반 시설이 확보된 곳은 공장 건폐율(건설부지에서 건축물이 차지하는 비율)을 현행 40%에서 70%까지 완화하고, 생산관리지역에서 환경오염이 적은 경우에는 300㎡ 미만 휴게음식점 설치를 허용하기로 했다.

이외에 공장 준공 이후 용도 지역이 변경되는 등 예상하지 못한 이유로 규제가 강화되더라도, 10년간은 준공 당시의 허가 기준대로 증축을 허용하고 계획관리 지역 내 숙박시설 입지 규제를 철폐해 관광 수요를 활성화한다는 방침이다.

비수도권에 싼땅이 없어서 기업들이 안 가나?
 
▲ 윤석열 대통령, 토지규제 개선 민생토론회 발언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울산시 울주군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열세 번째, 다시 대한민국! 울산과 대한민국의 새로운 도약'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민생토론에는 토지 규제 개선과 관련한 정부 부처의 합동 보고와 참여자들의 토론이 있었다.
ⓒ 대통령실
  
총선을 앞둔 윤 정부의 이번 비수도권 그린벨트 해제허용조치가 도무지 납득되지 않는 건, 비수도권 그린벨트 해제허용조치가 지역경제활성화와 무관해 보이기 때문이다. 그린벨트를 풀지 않은 지금도 비수도권 지자체들이 토지를 거의 무상으로 제공하고 각종 혜택을 부여하겠다면서 기업 유치에 총력을 경주하고 있지만, 성공한 사례는 손에 꼽힌다. 

인재와 각종 인프라 등 원활한 기업활동에 필요한 자원 측면에서 비수도권은 수도권에 비해 비교 자체가 되지 않을 정도로 열위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지자체들이 토지와 세제에 특혜를 준다고 해도 기업들이 지방으로 가지 않는 것이다. 지방은 고사하고 서울에 인접한 수도권인 안산·의정부·김포·하남시조차도 2021년 경기도에서 부여받은 해제 가능 총량을 활용하지 못해 회수당한 사례가 있을 정도다.

환경파괴, 투기만 야기할 총선용 그린벨트 해제허용
  
윤 정부의 그린벨트 규제 혁신안이 특히 위험한 건 환경파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했듯, 윤 정부는 지역 전략사업으로 지정되면 그린벨트 해제 총량에 포함하지 않고 개발이 불가능한 환경평가 1~2등급지까지 풀겠다고 공언했는데, 만약 이 공언이 실행된다면 대규모 환경파괴가 불가피하다. 그리고 우리가 수없이 경험했듯 한 번 파괴된 환경을 되돌이키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또한 윤 정부의 이번 비수도권 그린벨트 해제 허용 공약은 윤 정부가 지난해 12월 12일 국무회의에서 2030년까지 자연 보호지역을 전 국토의 30%로 확대하고 파괴된 생태계를 복원하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제5차 국가생물다양성전략'(2024~2028) 의결과와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윤 정부가 앞뒤 맞지 않는 발언과 정책을 내놓은 적이 하도 많아서 새삼스럽지도 않지만 이건 너무 심하다.

지역경제 활성화와 무관하고 환경파괴만 야기할 비수도권 그린벨트 해제를 윤 정부는 왜 대관절 지금 밀어붙이는 것일까? 총선을 빼놓곤 설명이 어렵다. 

당장 이날 민생토론회가 열린 울산의 경우만 해도 전체 행정구역의 25.4%에 해당하는 면적이 그린벨트이고, 그중 개발이 불가능한 환경평가 1·2등급 비율은 81.2%에 달한다. 주지하다시피 울산은 이른바 부울경(부산, 울산, 경남)중 하나로 민주당과 국힘이 각축을 벌이는 지역 중 하나다. 그린벨트를 해제하겠다고 하면 그린벨트에 토지를 가진 유권자의 마음이 어디로 쏠릴지는 불문가지라 할 것이다.

그린벨트 제도는 국힘 지지자들이 우상으로 여기는 박정희가 만든 것으로 환경보호 및 난개발 억제, 녹지확보 등의 긍정적인 역할을 수행해왔다. 그런데 이 그린벨트를 국민의힘에서 배출한 대통령인 윤석열이 줄이려 하니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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