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모차 끌며 스마트폰 빠진 '엄빠'…그들 자녀 충격 연구 결과

임선영 2024. 9. 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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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길을 걷다 보면 한 손으로 유모차를 끌면서 다른 한 손에 쥔 스마트폰을 한참 들여다보는 엄마, 아빠들이 종종 눈에 띈다. 버스나 식당 안에서도 어린 자녀에겐 좀처럼 눈길을 주지 않고 스마트폰에 빠져 있는 부모들도 목격된다. 한 60대 여성은 중앙일보에 "아이는 엄마, 아빠와 손을 잡거나 이야기하고 싶어하는 데 부모는 스마트폰에 집중한 모습을 보면 안타깝다"고 말했다.

부모가 스마트폰에 중독돼 있을 경우 자녀의 언어 발달을 방해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해외에서 나왔다. 일러스트 챗GPT

"가족 간 대화나 독서 줄어"

부모의 스마트폰 중독은 자녀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까. 부모가 스마트폰 의존도가 높은 경우 어린 자녀의 언어 발달을 방해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해외에서 나왔다. CNN 등에 따르면 에스토니아 타르투대 연구진은 4세 이하 자녀를 둔 421가구 대상 진행한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발달 심리학의 최전선'에 최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연구진은 먼저 부모들에게 보통 주말 하루 동안 가족 구성원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시간을 추정하도록 했다. 그 후 자녀의 언어 능력을 평가하는 설문을 작성하게 했다.

부모의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 길수록 아이의 언어 능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터=연합뉴스


그 결과 부모의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 길수록 아이의 언어 능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부모의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 적은 아이가 문법 능력과 어휘력 모두에서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와 관련 연구를 이끈 티아 툴비스트 타르투대 교수는 "생후 몇 년 동안 아이의 언어 발달에 가장 중요한 건 부모와의 언어적 상호작용인데 스마트폰을 많이 사용할수록 이런 시간이 줄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행동발달 전문가인 제니 라데스키 박사도 "부모나 자녀가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 가족 간의 대화나 교육, 독서가 줄어든다"며 "이점이 아이의 문법 능력과 어휘력을 떨어트린다"고 지적했다.


스마트폰 중독, 대물림된다

또 이번 연구에선 스마트폰을 부모가 많이 사용하면, 마찬가지로 자녀도 많이 사용하는 경향이 발견됐다. 어린 자녀는 부모가 스마트폰을 자주 쓰는 모습을 보고 따라한다는 설명이다.

국내에서도 부모의 스마트폰 의존 정도를 자녀가 닮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바 있다. 지난 7월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학술지에 실린 논문(초등학교 6학년생 2229명 대상 연구)에 따르면 스마트폰 의존도가 평균을 넘는 부모를 둔 자녀 중 78.6%는 평균보다 스마트폰에 많이 의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스마트폰 의존도가 낮은 부모를 둔 자녀 중엔 7.6%만이 스마트폰 의존도가 높았다. 또한 자녀와 부모의 대화 시간이 길수록 자녀의 스마트폰 의존도가 낮아졌다. 스마트폰 중독은 유아기 자녀뿐 아니라 초등생이 된 자녀에게도 대물림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가 된다.

스마트폰 중독도 대물림된다는 연구 결과가 국내외에서 나왔다. 사진 셔터스톡

부모 스마트폰에 빠지자 다친 아이 증가

부모의 지나친 스마트폰 사용은 자녀를 물리적 위험에 노출시킬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CNN에 따르면 2017년 발표된 연구는 3G 네트워크가 확산돼 스마트폰 사용이 증가한 미국의 지역들에선 5세 미만 어린이의 응급실 방문이 9% 증가했다고 전했다. 이는 보호자가 스마트폰을 보느라 자녀를 돌보는데 집중하지 않았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부모가 자녀와 함께 있을 때만큼은 스마트폰을 많이 사용하지 않도록 노력하라고 조언한다. 상담 전문가인 로렌 테텐바움은 "모든 연락과 알림에 즉각 반응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갖지 말라"고 당부했다.

이어 "스마트폰이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있는 시간을 늘리는 연습을 추천한다"며 "이렇게 하면 자녀에게 좋은 모델이 될 수 있을 뿐 아니라, 가족과 대화하는 시간이 늘 것"이라고 말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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