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가깝네"…6시간이면 두바이·스위스 만나는 이곳

박형수 2024. 10. 5.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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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 여섯시간 만에 아랍에미리트(UAE)의 두바이와 유럽 국가 스위스의 알프스를 한꺼번에 만날 수 있다?

카자스흐스탄 수도 아스타나 얘기다. 서울이 높은 습도와 불볕더위로 푹푹 찌던 지난 9월, 아스타나는 섭씨 10~17도를 오가는 선선하고 쾌청한 날씨였다. 날씨만으로도 "이보다 좋을 순 없다"는 말이 저절로 나왔지만, 현대적 건축물로 가득한 미래 도시와 침엽수림 사이로 펼쳐진 신비한 호수의 비경은 중동과 유럽의 정취를 한꺼번에 느낄 수 있게 했다.

지난 7~15일 다녀온 아스타나에 대한 첫 느낌은 "생각보다 가깝다"였다. 지난 6월, 카자흐스탄 국적기 에어아스타나가 인천~아스타나 직항 노선을 재개하면서 그 전에 알마티를 경유해야 했던 기존 노선보다 훨씬 비행시간이 단축됐다. 인천공항에서 아스타나까지 6시간 만에 도착했는데, 태국 푸켓과 비슷한 거리다.

부라바이 국립공원에 위치한 호수 안에 있는 기암괴석 중 가장 유명한 줌박타스의 모습. 보는 각도에 따라 소녀와 노파의 모습으로 다르게 보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박형수 기자

'대초원의 우주정거장'으로 불린 미래 도시


아스타나는 첨단 미래 건축물의 화려함과 태고의 순수한 자연을 모두 품은 도시다. 카자흐스탄은 1997년 12월 수도를 알마티에서 아스타나로 옮겼다. 당시 대통령인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84·1990~2019년 재임)는 작은 시골 마을이던 아스타나에 세계적인 건축가들을 불러모아 과감하고 실험적인 스타일의 미래 도시로 탈바꿈시켰다.

가디언은 '가상도시'와 같은 아스타나의 전경을 '대초원의 우주 정거장'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일본의 국민 건축가로 불리는 쿠로가와 키쇼가 아스타나의 전체적인 마스터플랜을 짰고,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건축가 노먼 포스터 등이 초현실적 건축물을 빚어냈다. 대표적인 건축물은 '불사조가 낳은 황금알'을 형상화한 높이 97m의 바이테렉 전망대, 피라미드 모양의 평화·화해 궁전, '왕의 천막'이란 의미의 칸 샤티르 엔터테인먼트 센터 등이다.

카자흐스탄 수도 아스타나를 상징하는 건축물로 꼽히는 바이테렉 전망대. 박형수 기자
카자흐스탄 수도 아스타나를 상징하는 건축물로 꼽히는 바이테렉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도시의 전경. 박형수 기자


아스타나엔 옛 동유럽에서 느낄법한 구소련의 고즈넉한 정취도 남아있다. 아스타나를 좌우로 가르는 이심강의 왼편엔 도시 개발이 집중됐지만, 강 오른편엔 구소련 시절 건축물이 보존됐다. 이심강은 조깅과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은데, 강을 따라 산책하면서 강 양편의 풍경을 비교해보는 것도 흥미롭다.

도심에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도 확인할 수 있다. 아스타나 도심에 자리한 햄버거 레스토랑의 간판엔 노란색으로 'IM'이라 적혀 있었다. 현지인들은 "원래 맥도날드가 있던 자리"라고 설명했다. 맥도날드는 2022년 5월 러시아에서 매장을 완전 철수했는데, 이듬해 카자흐스탄에서도 철수했다. IM에선 키오스크로 주문할 수 있었는데, 소고기·닭고기·돼지고기 등 패티를 고른 뒤 크기를 선택한다.

카자흐스탄에서 철수한 맥도날드 레스토랑 자리에 문을 연 햄버거 가게 'IM'의 모습. 박형수 기자

기암괴석 둘러싸인 신비한 호수…'카자흐의 알프스'


아스타나 인근에서 대자연의 신비를 만끽할 수 있다. 아스타나 북쪽으로 280㎞ 떨어진 악몰린스크주(州)의 부라바이 국립공원에는 전체 넓이 13만㏊(약 1300㎢)에 달하는 보로보예 호수와 빽빽한 침엽수림, 기암괴석이 어우러져 있다. '카자흐스탄의 스위스'라 불리는 공원은 아스타나에서 자동차로 약 2시간30분 거리다.

푸르고 드넓은 호수를 둘러싼 기이한 모양의 암석 봉우리들은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더한다. 피라미드 모양, 코끼리 다리 모양 등 다양한 형태의 암석 가운데 가장 유명한 바위는 호수 안에 자리한 '줌박타스'다. 보는 각도에 따라 한쪽은 소녀의 얼굴, 반대쪽은 노인의 얼굴로 보이는 이 바위는 인간의 삶을 압축해서 보여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라바이 국립공원에 위치한 호수를 천천히 둘러보려면 페리를 이용하면 된다. 박형수 기자


이곳의 비경을 천천히 즐기고 싶다면 페리 탑승을, 한눈에 조망하고 싶다면 볼렉타우산 등반을 권한다. 페리를 타면 20여 분 동안 호수 전체를 돌며 기암 괴석과 침엽수림 등 전체 절경을 차분하게 감상할 수 있다.

볼렉타우산은 높이 147m로 비교적 낮은 편으로 정상까지 오르는 데 15~30분이면 충분히다. 다만 경사는 다소 가파른 편이라 편한 복장과 신발이 필수다. 이 산의 정상은 부라바이 국립공원에 자리한 두 개의 호수(보로보예와 볼쇼예 체바체)를 한 눈에 감상할 수 있는 유일한 장소로, '자연이 준 전망대'로 유명하다.

부라바이 국립공원의 '자연 전망대'로 불리는 볼렉타우산 정상에서 바라본 호수 전경. 박형수 기자


카자흐스탄의 대표 음식은 빵과 고기다. 빵 종류는 매우 다양한데 화덕에 구워 기름기가 쏙 빠져 담백하고 고소한 흘렙, 기름에 튀겨 부드럽고 달콤한 바우르삭, 페스트리 안에 고기 소를 채워 넣은 삼사 등이 인기가 많다.

고기 요리 중에선 말고기로 만든 담백하고 쫄깃한 베시바르막, 양꼬치 구이인 샤슬릭이 유명하다. 각종 야채와 소·양고기 등을 넣어 기름에 튀기듯 볶아낸 고소한 볶음밥인 쁠롭도 한국인 입맛에 잘 맞는다.

카자흐스탄 베시바르막. 카자흐스탄 문화관광부

아스타나(카자흐스탄)=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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