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적 급소?…이그니오 찌른 영풍의 '창', 공중증 저격한 고려아연의 '방패'

정진주 2024. 9. 30.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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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MBK vs 고려아연, 공개매수 앞두고 독한 '패'싸움
영풍 "고려아연 인수한 美기업 이그니오 법적 실체 모호" 지적
vs 고려아연 "MBK는 중국계 펀드" 공증증(恐中症) 부각
D-4, 총 5조원 육박 '쩐의 전쟁'에 금감원도…시장감시 강화
고려아연의 주요 주주 및 지분 구성ⓒ데일리안 박진희 디자이너

경영권을 두고 지분경쟁을 벌이고 있는 영풍·MBK파트너스 연합과 고려아연의 장외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언론 보도를 두고 양측의 반론이 이어지고 여기의 반박과 재반박이 이어지는 식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양측은 전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발언을 두고도 자기 쪽에 유리한 해석을 내놓기 바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 원장은 지난 27일 열린 부원장회의에서 "건전한 경영권 경쟁은 시장 자율에 맡겨야 하지만 현재 진행 중인 공개매수는 관련자들 간 경쟁 과열로 보이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은 "건전한 경영권 경쟁은 시장 자율에 맡겨야 한다"에 방점을, 고려아연은 "현재 진행 중인 공개매수는 관련자들 간 경쟁 과열로 보이는 측면이 있다"는 쪽에 무게를 실었다.

실제 MBK파트너스는 입장문을 발표하고 이 원장의 당부 사항에 공감한다면서 "근거 없는 루머 유포를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고려아연 역시 "기습적으로 공개매수를 선언하고 공개적으로 매수가 인상을 검토하지 않는다고 밝혀오다 또다시 공개매수가격을 상향하는 등 시장 질서를 교란하고 시장의 불안을 야기하는 행위들은 더 이상 이뤄져서는 안 될 것"이라고 밝혔다.

각종 보도에 대해서도 유리한 근거만을 강조해 상대를 몰아붙이고 있는 셈이다. 내심 여론 지형이 자신들에 유리하게 흐르길 기대하는 눈치다.

앞서 고려아연은 뉴스버스가 "고려아연이 인수한 폐기물업체 이그니오 미국 본사 주소지를 찾아가 보니 공유오피스였다"는 보도에 대해 "기사에서 거론한 주소는 이그니오의 모회사인 페달포인트홀딩스(고려아연 미국 자회사)의 등록 주소"라며 "중요한 시기에 허위보도를 하는 것은 당사는 영풍 등에 의해 사주 된 것으로 판단해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반발했지만,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중국에 대한 두려움으로 뜨거워지는 17억 달러 규모의 경영권 분쟁'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소개하며 "WSJ이 'MBK의 고려아연 인수로 중국에 대한 서방의 공포와 우려가 커진다고 언급했다"고 맞섰다.

하지만 MBK 측은 "이와 같은 내용과 문장 표현, 단어 사용은 해당 기사 그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며 "고려아연은 마타도어를 넘어 외신기사도 왜곡했다"고 반발했다.

이런 가운데 '이그니오 뉴욕 본사가 공유 오피스'라고 보도했던 뉴스버스는 관련 의혹을 재차 제기했다. 뉴스버스는 "고려아연이 전날 공개한 반박자료는 임차인이 페달포인트 홀딩스라는 점과 계약 개시일, 사무실 규모 등 해당 건물 임대 계약에 관한 참고 사항을 나열한 레퍼런스 페이지(참조 페이지)였다"며 "계약의 핵심 내용인 임대금, 임대 기간, 임대 대상 부동산은 물론, 임대 당사자 간 사인(서명) 등 계약서의 핵심 부분들은 공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고려아연이 해명과 함께 제시한 뉴욕 '브로드웨이 140 빌딩' 페달포인트 사무실 사진에도 페달포인트의 로고가 붙은 벽면과 작은 간판이 붙어있을 뿐, 정작 이그니오의 간판과 로고는 나와 있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매출을 직접 발생시키고 직원 수가 더 많은 사업회사인 이그니오의 명의가 아니라 지주회사이며 직원 수가 적은 페달포인트의 명의로 뉴욕의 사무실을 임대한 것에 의문을 제기한 셈이다.

앞서 뉴스버스는 "5800억원에 고려아연이 인수한 폐기물업체 이그니오 미국 본사 주소지를 찾아가 보니 공유오피스였다"는 내용을 보도한 바 있다. 영풍은 고려아연의 원아시아파트너스 등 사모펀드 투자 결정, 해외 자회사인 이그니오 홀딩스 투자 결정 및 씨에스디자인그룹(현 더바운더리)과 인테리어 계약 체결 과정에서 고려아연이 막대한 손실을 봤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 박기덕 고려아연 대표(TD사업총괄)는 "각국 정부의 ESG 규제 강화 및 중국의 공격적인 동 스크랩 확보 등 심화하는 경쟁에서 현지화를 통한 원료의 안정적 수급 능력 확보를 위해 세계 최대 전자전기폐기물 발생국인 미국과 프랑스에 소재한 이그니오를 인수했다"며 영풍과 MBK가 산업적 맥락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다음달 4일까지인 영풍과 MBK의 고려아연 공개매수 시한이 다가오면서, 고려아연이 대항 공개매수에 곧 나설 것으로 보인다. MBK 측이 공개매수가격을 당초 주당 66만원에서 75만원으로 올린 만큼, 고려아연의 대항 공개매수가는 80만원 이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경영권을 수성하는 데 필요한 자금은 1조3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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