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산 날개’ FA-50, 동남아 하늘 날아오를까 [박수찬의 軍]
남중국해 제공권을 둘러싼 동남아시아 각국의 움직임이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중국의 군사적 움직임이 그만큼 노골적으로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본토는 동남아시아 북쪽에 있지만, 중국은 사실상 남중국해 전역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남중국해와 인접한 동남아 국가들은 중국과의 경제 교류 등을 감안, ‘맞불’에 신중하다. 하지만 공군력 강화에 관심을 보이는 형식으로 중국의 군사적 행보를 견제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다만 정치·경제적 문제로 고가의 첨단 전투기 도입이 어려운 상황에서 구매할 수 있는 기종은 매우 제한적이다. K방산이 적절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공군 증강 추진하는 동남아
동남아에서 가장 충실한 공군력을 지닌 국가는 싱가포르다. 싱가포르는 공중전 능력을 발전시키고자 많은 투자를 해왔다.
미국 보잉의 F-15SG 전투기 40대와 록히드마틴 F-16 60대를 운용중이다.
F-15SG는 능동전자주사(AESA) 레이더를 제외하면 한국 공군 F-15K와 유사한 기종으로서 F-15 계열 중에선 상당한 성능을 지니고 있다.
싱가포르는 F-35 스텔스 전투기 도입도 추진, 동남아 최초로 스텔스기를 운용하는 국가가 될 예정이다.
반면 인접국 말레이시아는 공군력 강화에 상당한 난항을 겪었다. 2000년대 후반부터 다목적전투기(MRCA) 사업을 진행했으나 지연·축소를 거듭했다.
처음에는 프랑스 닷소의 라팔, 유럽 에어버스의 타이푼 등 최신 기종이 후보로 거론됐지만, 사업이 지지부진해지면서 대상 기종의 사양도 낮아졌다.
이 과정에서 러시아산 미그-29 전투기는 퇴역했고, 지난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면서 미국 등 서방의 제재로 러시아산 SU-30 전투기 운영유지도 쉽지 않게 됐다.
미국산 전투기 엔진을 사용하면서도 가격이 저렴한 기종에 관심이 쏠렸고, 그 결과 지난해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FA-50M 경공격기 18대 도입이 결정됐다.
FA-50M은 AESA 레이더와 정밀유도폭탄 운용 능력 등을 갖춰 한국 공군용보다 우수한 성능을 지닐 예정이다.
말레이시아는 기존에 쓰던 미국산 F/A-18D를 당분간 더 운용하고자 호주에서 퇴역하는 F/A-18의 부품을 확보하고, 미국과의 협력을 지속하는 등 전투기 유지에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전투기의 활동을 도와줄 지원기가 부족해서 중국 공군의 공세적 행동을 말레이시아 공군이 저지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인도네시아는 지난 2022년 라팔 42대 도입을 결정, 동남아 최초의 라팔 구매국이 됐다.
과거 인도네시아는 러시아, 미국산 전투기를 사용했다. 하지만 러시아산 SU-35 전투기 도입이 어려워지자 라팔 구매로 선회했다.
서방 전투기 중에서 가격이 상당히 비싼 라팔에 대한 인도네시아의 높은 관심은 한국에서 KF-21 개발 참여 의지를 의심하게 하는 원인 중 하나가 됐다.
남중국해 영유권과 관련, 중국과 심한 갈등을 빚고 있는 필리핀은 FA-50 12대 외에는 투입 가능한 전투기를 갖고 있지 않다.
초음속 경전투기로 분류되는 FA-50을 통해 기본적인 공중치안유지 및 단거리 공대함 작전 등을 할 수 있게 됐지만, 필리핀은 공군력을 더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스웨덴 사브 그리펜 또는 록히드마틴 F-16 전투기 도입이 거론되고 있다.
F-35 도입이 좌절된 태국도 F-16V 또는 그리펜 구매를 저울질하는 모양새다.
태국은 싱가포르를 제외하면 유일하게 공중조기경보통제기(스웨덴 사브 에리아이)를 운용하는 국가로서 공군력 운용능력을 충실하게 갖췄지만, 노후 기종 대체를 위한 전투기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K방산 기회 얻나
동남아 국가들은 중국 해·공군의 압박에 맞서 영공을 지켜야 하지만, 최신 기종 도입은 쉽지 않은 실정이다.
과거에는 러시아산 미그-29나 수호이-27 계열 기종이 이같은 수요를 충족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가 무기 수출 대신 자국 수요 충족을 우선할 수밖에 없는데다, 서방 제재로 부품 공급 등이 어려워졌다.
결국 서방 전투기를 알아봐야 하지만 필리핀과 말레이시아는 예산 사정으로 첨단 기종 구매가 어렵고, 태국은 국제정치적 문제로 F-35 도입이 좌절된 바 있다.
구매 및 운영유지비가 매우 저렴하면서도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규격과 호환되는 기종이 필요한데, 이같은 조건을 맞추는 전투기는 FA-50과 중고 그리펜 정도다.
F-16V는 첨단 전자장비가 추가되면서 가격이 올랐고, 주문도 밀려있는 상태다. 중국산 JF-17은 기술적 신뢰성과 국제정치적 문제를 안고 있다. 프랑스산 중고 미라지2000을 인도네시아가 카타르에서 들여오려고 했으나, 계약이 취소됐다.
일각에선 KF-21도 거론되고 있다. 개발사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도 수출에 적극적이지만, 동남아 국가들이 선택하기에는 비용 측면에서의 문턱이 높다. 개발 일정상 공대함·공대지 능력을 완전히 갖추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것도 변수다.
폴란드에 수출될 FA-50PL은 AESA 레이더와 AIM-9X 공대공미사일 등을 사용한다. 전투 임무와 더불어 전술입문훈련(LIFT)에도 활용이 가능하다.
그리펜은 성능과 운영유지 분야에서 앞서고 있다. 태국 공군 그리펜은 지난 2015년 중국 공군 J-11 전투기와의 훈련 도중 비가시거리(BVR) 교전에서 우위를 차지했다.
그리펜은 유지 관리가 쉽고 운영 비용도 낮으며, F-16과 유사한 수준의 항공무장을 사용해 공대공·공대함·공대지 작전에 모두 투입할 수 있다.
최신형인 그리펜E는 AESA 레이더 등을 추가하면서 가격이 상승, 대당 8500만 달러(약 12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F-16V와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하지만 제작사인 사브는 중고 기체 판매나 임대도 한다. 실제로 필리핀에는 중고 기체를 개량한 것을 제안하고 있다. 다만 지금까지의 수출 실적이 좋지 않다는 것은 걸림돌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FA-50이 동남아 시장을 더욱 파고들려면, 공격력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미국산 항공무장 수출 승인이 이뤄지지 않을 수 있는 국가에도 FA-50을 판매해야 하는 상황에 대비, 유럽의 최신 무장을 통합하는 능력을 미리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FA-50M 18대 도입을 결정한 말레이시아는 18대를 추가 구매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6~9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렸던 DSA2024 방산전시회에서 MBDA는 FA-50M에 브림스톤 공대지미사일과 아스람 공대공미사일을 탑재한 개념을 소개했다.
브림스톤은 무게가 50kg에 불과하고 전투기 무장장착대 1개에 3발을 탑재한다. FA-50M에는 12발을 실을 수 있다. 사거리도 20㎞에 달하며 전차와 차량 등을 파괴한다. 공대지미사일이 빈약한 말레이시아에선 상당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아스람은 음속의 3배가 넘는 속도로 20㎞ 거리에 있는 적기를 타격한다. 단거리 공대공미사일의 사거리를 최대한 늘린 개념이다.
제한적이나마 중거리 공대공 전투능력을 FA-50M에 제공할 수 있는 아스람이 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말레이시아 수출을 계기로 FA-50의 항공무장을 교체해 공격력을 기존 판매국이나 한국 공군 기체보다 더욱 높인다면, 중고 그리펜과의 수주 경쟁을 포함한 해외 수출에 상당한 도움이 될 전망이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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