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전당 이름에 '자유' 넣자? "이승만도 기념하자는 말이냐"
[윤성효 기자]
▲ 창원 민주주의전당 조감도. |
ⓒ 창원시청 |
창원마산 3.15해양누리공원 일원에 지어 곧 준공을 앞두고 있는 '창원 민주주의전당'(가칭) 명칭에 '자유'를 넣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가운데, 평생 민주화운동을 해온 김영만(80) 열린사회희망연대 상임고문이 강조한 말이다.
창원 민주주의전당은 3.15의거와 4.11민주항쟁, 4.19혁명, 부마민주항쟁에다 6.10항쟁에 이르는 민주화운동 역사를 기록하는 공간으로 건립이 추진됐다.
그런데 지난 8월 13일 마산합포구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창원 민주주의전당 운영 활성화 공청회'에서 일부 참석자가 민주주의전당 앞에 '자유'라는 단어가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자유' 넣자는 사람들... 창원시장 "자유 가치를 민주화에 덧붙이는 건 괜찮지 않나"
당시부터 일각에선 명칭을 '한국민주주의전당' '창원마산민주주의전당' '한국자유민주주의전당' '한국자유민주시민의전당', '창원 자유민주주의집'으로 해야 한다는 거론이 있었다.
명칭에 '자유'를 넣어야 한다는 주장은 보수 진영과 국민의힘 쪽에서 하고 있다. 국민의힘 창원시의원이 시정질문 때 '자유'를 넣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소속 홍남표 창원시장은 지난 10일 열린 임시회 본회의에서 관련 시정질문에 "대한민국의 핵심 가치 중 하나가 자유다. 자유의 가치를 민주화에 덧붙이는 건 괜찮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라고 답변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홍 시장은 "여러 이해관계자가 있기 때문에 시정조정위와 시의회 공론화를 거쳐 바람직한 명칭이 결정됐으면 한다"라고 했다.
창원시는 20일 오전 시조정위 회의를 열어 1개 명칭으로 선정한 뒤, 조례안을 만들어 창원시의회에 넘긴다는 계획이다. 창원시의회는 국민의힘이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다.
"수년 동안 민주주의전당으로 논의 돼왔던 사안"
민주주의전당 명칭에 '자유'를 넣는 문제에 대해, 김영만 상임고문은 강력하게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 김 상임고문은 "민주주의전당을 창원에 짓자는 이야기는 2018년부터 나왔고, 그때부터 건립추진위가 구성됐다. 수년 동안 민주주의전당으로 논의가 돼왔던 사안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런데 지난 8월 공청회 이후부터 명칭에 '자유'를 넣어야 한다는 주장들이 나오고 있다. 특히 '마산국화축제'에 친독재 전력이 뚜렷한 이은상이 남긴 시조 제목인 '가고파'를 넣어야 한다고 주장했던 측에서 이번에는 민주주의전당에 '자유'를 넣어야 한다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어 "명칭에 '자유'를 넣는 게 그동안 사전 논의가 없었는데, 운영 방안을 다루는 공청회에서 나온 주장을 창원시가 받아들여 절차를 밟고 있는 것 같아 큰일"이라며 "창원시 시조정위에서 자체 결정을 하는 형식을 거치는 것도 문제다. 시민 여론 수렴 과정도 없이 진행되는 것 같아 더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자유'라는 단어에 대해, 김 상임고문은 "'자유민주주의'라는 단어는 역사적으로 이념적 용어다. '사회민주주의'나 '인민민주주의'에 대칭되는 말"이라며 "지난 8월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여러 차례 했던 단어가 '자유'였다. 그 단어를 사용한 대상이 북한이다. 이는 곧 '반공'을 말한다"라고 설명했다.
"반공을 말할 때 자유민주주의라는 용어를 써왔다. 그렇다면 민주주의전당을 '반공투쟁' 기념관으로 만들려는 것이냐. 독재에 항거했던 민주화 기념관이어야 하는데 말이다. '독재'에 반대되는 말이 '민주'다. 그래서 민주주의전당이 맞다. '민주주의'라는 단어의 의미 안에는 '자유'가 들어 있다."
그는 "이데올로기로 북한과 대결할 때 강조하기 위해 '자유민주주의'를 써왔다. 민주주의전당은 '반공투쟁'이 아니고, 이승만자유당독재, 박정희유신독재에 맞서 투쟁해서 승리한 시민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만들고 계획했던 전당"이라며 "당연히 민주주의전당이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창원시가 느닷없이 시조정위를 열어 명칭을 논의한다고 하는 것은 '자유민주주의전당'을 선호한다는 말과 같다"며 "민주주의전당을 자유민주주의전당이라 바꿔 착각하도록 만들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김영만 상임고문은 "1960년 3월 15일에 일어난 3.15의거와 김주열 열사의 시신 인양으로 일어났던 4.11민주항쟁, 그것이 도화선이 됐던 4.19혁명이 일어나면서 민주주의가 승리했다"라며 "그때 혁명정부가 계속 됐더라면 몇 년 안에 기념관이 지어졌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그때 기념관 명칭을 '자유민주주의전당'이라고 했다면 시민들한테 몰매를 맞았을 것이다. 이승만 독재정부의 정당이 자유당이었다"라며 "그때 자유민주주의전당으로 하자고 했다면 시민들이 다시 들고 일어났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상임고문은 "세월이 지나서 지금 다시 '자유'라는 단어를 민주주의전당에 넣자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3.15, 4.19가 이승만 정부 때 민주화 교육을 했기에 일어났다'라고 주장하는 시의원이 있을 정도"라며 "그 말 속에는 민주주의전당에 이승만 기념도 함께하자는 의도가 숨어 있다고 보여진다"라고 진단했다.
김영만 상임고문은 "명칭이 한번 정해지만 바꾸기 매우 힘들다"라며 원래 불리었던 '민주주의전당'으로 하는 게 맞다는 입장을 보였다.
유사 공간의 명칭을 보면 서울 '민주화운동기념관'(옛 남영동 대공분실)과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있고, 부산에는 '부산민주공원'과 '부산민주항쟁기념관'이 있으며, 광주에는 '5.18기념문화센터'와 '5.18기념공원', 경기도 이천 '민주화운동기념공원'이 있다.
창원 마산합포구 3.15해양누리공원 일원에 2022년 4월 착공한 민주주의전당은 지상 3층에 연면적 7894.95㎡ 규모로 지어지고 있으며, 오는 11월께 준공해 2025년 1월 개관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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