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왕의 측우제도, 국제물주간에서 세계 비의 날로

한무영 2025. 8. 26.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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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와 동기부여, 빗물학교가 학생들을 기후행동으로 이끈다

[한무영 기자]

기후 위기의 시대, 해법은 빗물에서

폭염·가뭄·홍수·산불이 덮친 2025년 여름, 스톡홀름 세계물주간(SIWI) 무대에서 하나의 해법이 제시됐다. 바로 빗물을 다시 보자, 그리고 학생들이 게임처럼 배우며 행동하자는 것이다.

Gamification(게임화)이란 목표설정·경쟁·보상·도전과제 같은 게임 요소를 교육에 적용해, 참여와 학습 효과를 높이는 방법이다. 세션의 사회를 맡은 한윤선 교수(서울대)는 "기후위기 시대에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배우고 실천하는 것이야말로 지속가능한 미래의 힘"이라고 강조했다.
▲ SIWI에서 발표한 자료 2025.8.25 SIWI 세계물주간 (World Water Week) 에서 발표한 내용. 15세기 한국의 빗물제도로부터 UN 세계 비의날까지: 선조들의 게임화 기반 제도를 현대의 기후위기 행동으로 바꾸는 방법
ⓒ 한무영
정부·학생·연구소·NGO가 한 무대에

이번 세션에서 특별했던 점은 정부, 학생, 연구기관, NGO가 한 무대에 선 것이다. 국제회의에서 이렇게 다양한 주체가 같은 주제로 발표하는 장면은 매우 드물다.

먼저 김 세타니 차관(캄보디아 교육부)은 "앞으로 모든 학교에 빗물시설을 설치하는 것을 국가 목표로 삼겠다"고 선언했다. 서울대와 협력해 시작된 레인스쿨(Rain School Initiative)이 이제 국가 정책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 순간이었다.

이어 수리얀(Mekong Institute)은 "Rain School은 아시아에서 출발해 세계로 확산될 수 있는 플랫폼"이라며 지역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탄자니아 물부 산하 물연구소 대표는 "아프리카도 물부족과 기후위기를 겪고 있다. 빗물은 단순한 보조원이 아니라 미래 세대를 지탱할 전략적 자원"이라며, 빗물 교육을 국가 차원에서 제도화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또한 트란 투 프엉(베트남 고등학생)은 직접 빗물의 수질과 수량을 관측하고 친구들과 공유한 경험을 소개하며, "우리가 주체적으로 참여할 때 기후위기를 극복할 힘을 얻는다"고 말했다.

타누자 아리야난다(스리랑카 NGO)는 청소년과 지역사회가 함께한 빗물 보전 활동을 공유하며,
"게임화는 단순한 교육이 아니라 실제 행동을 촉진하는 힘"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정부–국제기구–연구소–학생–NGO가 한 무대에 선 것 자체가 드문 사례였다. 이번 세션은 단순한 학술 발표를 넘어, 세대와 분야를 아우르는 협력의 장으로 기록될 만하다.
▲ 세계물주간 발표 포스터 8월25일 세계물주간 발표 포스터: <세션제목: 빗물의 게임화: 젊은이들의 기후행동> 캄보디아의 교육부 차관을 비롯하여 전세계 다양한 계층, 분야의 9명의 경험과 사례가 발표되었다.
ⓒ 한무영
세계 최초의 빗물정책, 그리고 서울대의 제안

나는 한국의 전통을 소개했다.

1441년 세종대왕은 세계 최초로 '측우제도'를 반포해, 고을 수령이 직접 비를 재고 기록하도록 했다. 특히 9월 3일은 세종이 측우제도를 시행하도록 결정한 날이다(참고 기사: 세종은 '수령이 친히 비를 재라'고 했다, https://omn.kr/2e7t4). 이 제도의 핵심은 단순한 관측 기술이 아니었다.

목표: 전국적으로 강우량을 기록해 농업과 치수를 개선한다.
규칙: 비가 내릴 때마다 수령이 친히 측우기를 확인하고 기록해야 한다.
보상: 이를 성실히 수행한 수령은 치적을 인정받았다.
벌칙: 소홀히 하면 문책 대상이 되었다.

즉, 세종의 측우제도는 목표·규칙·보상·벌칙이라는 게임의 요소를 갖춘, 세계 최초의 gamification 기반 정책이었다. 나는 "세계 최초의 빗물 관리 정책이 한국에서 시작됐다. 이제 그 정신을 되살려 학생들이 게임처럼 배우고, 지역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세계적 운동으로 확산하자"고 발표했다.

그리고 이날 9월 3일을 '세계 비의 날(UN World Rain Day)'로 지정하자고 공식 제안했다.

토론자로 나선 베트남의 Khue Do 박사(SNU Asia Center)는 "각국의 경험은 달라도, 학생들이 빗물을 통해 배우고 지역사회가 함께 참여한다는 점에서 하나로 연결된다"며, "세계 비의 날 제안은 이 흐름을 모으는 중요한 상징"이라고 평가했다.

세션을 마무리한 한윤선 교수는 "오늘의 논의가 발표에 그치지 않고, 학교와 마을 현장에서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정리했다.

이 세션의 의미와 앞으로의 길

이번 스톡홀름 세션은 단순한 사례 발표가 아니었다. 정부의 정책 결단, 지역 연구소의 협력, 학생들의 참여, NGO의 실천, 그리고 역사적 전통을 잇는 국제적 제안이 한 무대에서 만났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그 의미는 분명하다.

첫째, 빗물은 더 이상 주변적 자원이 아니라 기후위기 대응의 핵심 전략이라는 것.
둘째, 기후행동은 위에서 내려오는 지시가 아니라, 학생과 지역사회가 주도하는 로컬 액션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것.
셋째, 교육은 단순한 지식 전달이 아니라, 게임의 요소를 활용해 재미와 동기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리는 600여 년 전 세종대왕이 시작한 빗물정책을 오늘날 세계적 연대로 확장시켜, 9월 3일을 '세계 비의 날'로 제정하자는 흐름을 만들어냈다. 앞으로 이 제안이 실현된다면, 매년 9월 3일은 전 세계 학생과 시민이 함께 빗물을 배우고 실천하는 지구적 축제이자 행동의 날로 자리 잡을 것이다(참고 기사: 알고 있나요? 제헌절 노래가 '비'로 시작된다는 사실, https://omn.kr/2ekfw).

그것이 이번 세션이 남긴 가장 큰 의미이자,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이다.

*이 기사는 카드뉴스로도 볼 수 있습니다 : https://link24.kr/BTQ6uJF

덧붙이는 글 | 이번 제안이 단순히 국제회의의 한 장면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정부와 국회 관계자들이 힘을 합쳐 ‘세계 비의 날’ 지정 운동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면, 기후위기 시대에 우리가 가진 해법을 전 세계에 확산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세종대왕의 측우제도는 600여 년 전 선조들이 기후와 농업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만든 지혜였다. 이제 그 정신을 다시 살려, 학생과 시민이 함께 참여하는 빗물운동으로 발전시킨다면, 한국이 기후위기 시대에 세계에 기여할 수 있는 중요한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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