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1st] '리그 최고 수비형 미드필더' 황인범, 수비+공격전개+득점 혼자 다 했다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황인범은 명문 페예노르트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를 맡아 팀내 최고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팀을 넘어 네덜란드 에레디비시를 통틀어도 최고 수준의 수비형 미드필더다.
6일(한국시간) 네덜란드 로테르담의 스타디온 페예노르트에서 2024-2025 네덜란드 에레디비시 8라운드를 치른 페예노르트가 트벤테에 2-1 승리를 거뒀다.
페예노르트는 개막 후 패배는 없지만 무승부가 너무 많아 순위를 끌어올리지 못하던 상태였다. 최근 3경기에서 2승 1무로 승리 비중을 높여가며 현재 3승 4무가 됐다. 트벤테는 4승 2무 2패로 여전히 페예노르트보다 위에 있다.
이 경기에서 두 팀의 차이를 만든 선수는 단연 황인범이었다. 유망주를 많이 육성하는 에레디비시 풍토에 맞게 두 팀 모두 20대 초반 주전 선수가 많다. 재능은 있지만 경기운영을 할 줄 모르는 선수들이 다수 포진돼 있다. 페예노르트에서 황인범과 호흡을 맞추는 간판 유망주 미드필더 퀸턴 팀버르가 대표적이다. 공격력과 활동량을 겸비한 미드필더지만 플레이 효율은 아쉽다는 평가를 받는다.
황인범의 위치 선정과 영리한 플레이는 페예노르트를 팀으로 완성시켜주는 마지막 퍼즐이었다. 기본적으로 4-3-3 포메이션의 수비형 미드필더로 배치된 황인범은 동료들이 전방압박이나 공격가담을 위해 자리를 비웠을 경우 이 위치를 커버해주는 역할을 자주 수행했다. 그래서 포백 앞에 자리를 지키고 있는 구식 수비형 미드필더가 아니라, 경기장 곳곳을 돌아다니며 루즈볼이 흘러나올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을 선점하는 능동적인 플레이를 보여줬다.
수비력 자체도 훌륭했다. 측면이 뚫려 결정적인 패스가 문전으로 들어올 때면 황인범이 경로를 막아서며 공을 끊었다. 상대 속공 기회에서 황인범이 섣불리 발을 내밀지 않고 앞을 잘 지키며 지연시켜 수비할 시간을 벌기도 했다.
공격 상황에서도 황인범은 능동적이었다. 기본적으로 포백 앞에서 공을 받은 뒤 패스를 뿌리는 역할을 맡지만, 빌드업이 성공해 상대 진영으로 공이 넘어가는 단계에서는 한 발 더 전진해 마무리 과정에도 관여했다. 이 점에서는 수비형 미드필더의 전설 안드레아 피를로와 비슷한 플레이를 보여줬다. 피를로는 공격형 미드필더 출신으로서,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에 있지만 동료 미드필더들과 포지션 체인지를 통해 전진하고 한층 올라간 위치에서 직접 스루패스를 넣는 플레이도 많이 보여준 바 있다. 이날 황인범이 맡은 역할도 그랬다.
여기서 팀의 두 골이 나왔다. 황인범이 왼쪽으로 전진해 패스 연계를 해 줬을 때, 레프트백 우고 부에노가 좋은 타이밍에 크로스를 날려 우에다 아야세의 헤딩골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또한 팀 공격이 무산되자 흘러나온 공을 황인범이 받아 왼발 중거리 슛으로 마무리하기도 했다.
황인범은 이날 유독 왼발이 강력했다. 주로 쓰는 오른발뿐 아니라 왼발로도 롱 패스와 슛을 자유자재로 구사했다.
후반전에는 수비형 미드필더 라미즈 제로우키가 교체 투입되면서 황인범이 좀 더 올라간 위치를 잡고 공수 연결고리 역할을 맡았다. 페예노르트는 역습 상황에서 미드필더들의 드리블이 길어 금방 소유권을 잃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황인범은 침착하고 영리하게 패스를 연결하며 팀 공격의 완성도를 높였다. 후반 추가시간에도 성실하게 압박에 가담했다.
황인범은 앞서 '페예노르트 9월의 선수'로 선정된 바 있다. 새 팀으로 이적하자마자 곧바로 기존 선수들을 뛰어넘어 1등 활약을 보여줬다. 마치 수상을 자축하듯, 10월의 첫 리그 경기에서도 경기력은 여전했다. 여기에 골로 결실까지 맺었다.
황인범은 이적 후 데뷔전부터 풀타임을 소화해 9월 중순부터 이번 경기까지 17일 동안 숨가쁘게 5경기 풀타임을 소화했다.
황인범은 이 경기 후 대한민국 대표팀에 소집돼 10일 요르단(원정), 15일 이라크(홈)를 상대하는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두 경기에 나선다. 한국의 중원에서 황인범이 차지하는 비중은 더없이 크다. 피로가 걱정되긴 하지만 경기감각만 보면 어느 때보다 좋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페예노르트 인스타그램 및 X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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