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시장의 새로운 풍경
전혜진 2022. 10. 20. 00:00
시장으로 가자. 오래된 골목 곳곳에 새로운 맛과 공간 그리고 취향이 태동하는 그곳으로, 다시.
「 광장시장 KWANGJANG MARKET 」
110여년 역사를 지닌 대한민국 최초의 전통시장. ‘먹자골목’이라는 이름 아래 1905년 이후 수십 년간 한우물을 파온 뚝심 있는 가게들이 지글지글 기름내를 풍긴다. 빈대떡, 마약김밥, 육회집과 포목점, 한복점이 공존하던 풍경에는 이제 모던한 와인 바와 페이스트리 냄새를 풍기는 카페, 그로서리 상점이 함께 자리한다. 시장 밥을 먹고 자란 그곳 상인 3세대들이 창의적인 공간에 옛 맛을 적절히 뿌려 두었다.
「 히든아워 」
“시장에 없는 새로운 시장 콘텐츠를 만들고 싶었어요. 실제로 올라와 보면 다른 세계로 온 것처럼 느껴지도록 말이죠.” 번잡한 노상 틈으로 고요히 존재감을 발하는 와인 바. 영화 〈해리포터〉에 등장하는 9와 4분의 3 정거장에 들어선 듯 좁은 계단을 오르면 비밀 공간이 펼쳐진다. 100년 된 시장의 낡은 풍경을 사진 보듯 한 프레임에 감상하고, 루프톱에 올라 배배 꼬인 전선 사이에서 시장과는 정반대인 시간의 흐름을 홀짝이는 곳. 머릿고기나 오소리감투 등 시장 재료를 활용한 메뉴를 선보이던 히든아워는 10월 중 한식 메뉴로 재편해 제2막을 예고하고 있다.
@hidden_hour
「 365일장 」
펄럭이는 만국기 아래 ‘힙’한 클럽 같은 네온 간판과 문을 연 그로서리 스토어. 난데없이 등장한 ‘요즘 숍’ 같겠지만 그리 난데없지는 않다. 주변 길거리 음식과 뛰어난 페어링을 자랑하는 토종에일 광장시장1905와 우렁이쌀 청주, 고소한 어묵튀김과자와 고사리 파스타 소스 등 옛 맛도 함께이니까. 나물 팔던 할머니와 원로 맛집 ‘박가네 빈대떡’을 운영하는 부모님을 뒤이어 시장 상인 3세대가 시장과 상생하고자 만든 뜻깊은 이곳. 독일 ‘IF 디자인 어워즈 2022’에서 브랜드 전략 & 디자인을 수상할 정도로 창의력이 번뜩인다.
@365iljang
「 어니언 광장시장 」
피자, 아니 빈대떡을 닮은 페이스트리 파이와 고소한 헤이즐넛 라테를 파는 노점. 올해 8월에 문을 열었지만 원래 이곳은 지은 지 60년 된 시곗방이었다. “삶의 터전으로 자리를 지켜온 분들의 시간이 켜켜이 쌓여 있는 이곳에서 그분들이 쌓아온 시간을, ‘열심’을 이어보고 싶었습니다.” 시장 특유의 투박하고 소탈한 면면과 테이프가 덕지덕지 붙은 ‘힙’한 플라스틱 의자, 박스지에 갈겨 쓴 듯한 메뉴판으로 이국적인 분위기를 골고루 품었다. “광장시장 먹거리에 반한 젊은이, 장 보러 온 어머님들, 주변에서 일하고 계신 어머님들, 근처 회사원들까지 자유자재로 오고 가는 공간입니다.”
@onion.gwangj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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