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법인 택시 노동자 뭉쳤다... "카카오 '불공정 배차' 중단하라"

최나영 2024. 9. 26.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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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온라인 호출앱 대기업 횡포 근절해야"

[최나영 기자]

 택시연대는 25일 경기 성남시 카카오 판교 본사 앞에서 투쟁선포 결의대회를 열고 카카오모빌리티에 중개수수료 인하 등을 요구했다.
ⓒ 택시연대
개인택시와 법인택시 노동자가 택시연대를 구성하고, 카카오모빌리티에 불공정 배차 중단·중개수수료 인하·호출료와 호출 취소료 지급 등을 촉구했다.

택시연대는 25일 경기 성남시 카카오 판교 본사 앞에서 투쟁선포 결의대회를 열고 "카카오 온라인 호출앱 대기업의 횡포를 근절하기 위해 전국의 개인택시·법인택시 노동자들이 투쟁체를 조직해 출범을 선언하고 투쟁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이날 결의대회에는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조합원을 포함해 개인택시·법인택시 노동자 70여 명이 모였다. 개인택시와 법인택시 노동자들이 한 데 모이는 것은 이례적이다. 이들의 이해관계는 엇갈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삼형 택시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은 이날 <소리의숲>과의 통화에서 "카카오의 횡포가 심하다 보니 공동의 목표가 생겨서 함께 목소리를 내게 됐다"고 설명했다.

"불공정 배차 중단·중개수수료 인하·호출료 지급" 촉구

택시연대는 이날 불공정 배차 중단하고 승객과 최단 거리 차량에게 우선 배차하는 방식으로 알고리즘을 변경할 것을 카카오모빌리티에 요구했다.

택시 노동자가 가입할 수 있는 카카오 모빌리티 회원제에는 ▲직영 ▲매월 전체 매출의 3.3%를 수수료로 내는 카카오T블루(가맹택시) ▲정액제로 매월 3만9000원을 내는 프로멤버십(비가맹 택시) ▲별도의 수수료가 없는 일반 회원(비가맹 택시) 등 4가지가 있다.

노동계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이 중 가장 큰 수익을 안겨주는 카카오T블루를 우대하는 방식으로 배차했다고 지적해 왔다. 실제 공정거래위원회는 카카오모빌리티가 배차 알고리즘을 조작해 회사 가맹택시에만 콜을 몰아줬다고 보고 시정명령과 과징금 271억 원을 부과했다. 하지만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택시연대는 전했다.

이 위원장은 "카카오모빌리티는 돈을 많이 벌어주는 택시를 우선적으로 배차하도록 알고리즘 입력값을 만들었다"며 "카카오모빌리티가 처음 시작할 때는 무조건 호출자와 가장 가까운 택시를 먼저 배치해 준다고 했는데 사기극임이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택시연대는 회원제를 프로멤버십 하나로 단일화하고, 중개수수료를 대폭 인하할 것도 주장했다. 이 위원장은 "카카오모빌리티가 회원을 4개 단계로 쪼개서 이윤을 부풀리고 있다"며 "나머지 회원제는 다 폐지하고 한 달에 3만9000원씩만 내면 되는 월 정액제로 회원제를 단일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택시연대는 호출료와 호출 취소료 지급도 요구했다. 고객들이 내는 호출료나 호출취소료를 모두 카카오모빌리티가 가지고 가고 있다고 지적하면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일반 택시도 호출료를 내면 빨리 잡을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도입해 왔다. 택시연대는 "현장에서 콜을 수락하고, 승객의 이동을 책임지며, 콜 취소를 당하는 당사자는 택시 노동자들"이라며 "당연히 호출료와 호출취소료는 당사자인 택시 노동자들의 몫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택시연대는 25일 경기 성남시 카카오 판교 본사 앞에서 투쟁선포 결의대회를 연 뒤 항의서한을 전달하러 카카오모빌리티를 방문했다.
ⓒ 택시연대
"여객자동차법 개정 필요"

그러면서 택시연대는 카카오모빌리티가 택시시장을 독과점하면서 노동자들에게 이 같은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택시연대는 "카카오가 택시 시장에 진입한지 1년도 지나지 않아 막대한 수수료 등의 우려는 현실로 됐다"며 "택시 플랫폼의 90%를 석권한 괴물 기업 카카오는 곧바로 이윤 확대와 부의 축적에 몰두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들은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여객자동차법)을 비롯한 법 개정을 통해 이같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택시연대는 "카카오모빌리티는 호출료를 자율에 맡긴 여객자동차법의 조항을 악용해 부당한 횡포를 저지르고 있다"며 "'택시 호출료는 택시 종사자의 처우 개선과 비과세로 사용한다'는 내용으로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택시연대는 이날 결의대회를 마친 뒤 카카오모빌리티에 항의서한을 전달하러 갔지만 사측에서는 받을 사람이 나오지 않았다. 이 위원장은 "카카오모빌리티 로비에서 30분가량 기다리다가 항의서한을 찢어버리고 나왔다"고 전했다. 택시연대는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시민·사회단체와 연대해 투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택시연대에 따르면 연대체를 구성하면서, 법인택시 노동자 위주로 구성됐던 택시지부에 개인택시 노동자들도 속속 가입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개인택시 노동자들은 택시지부 산하에 개인택시분회 형식으로 노조에 가입하게 될 것"이라며 "이미 서울과 대전을 비롯한 일부 지역에서는 이날 개인택시분회가 설립됐다"고 전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대안언론 '소리의숲'(https://forv.co.kr)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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