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질녘 우도 해변…섬은 ‘썸’이 된다

섬을 드나들다 깨달은 게 있다. 섬 바다는 섬사람의 것이지만, 섬의 이름은 섬사람 것이 아니다. 섬 이름에는 섬사람 바깥의 시선이 투영되어 있다. 제주도 동쪽 섬 우도(牛島)가 그러하다. 이름을 풀면 ‘소섬’인데, 우도에서 소를 풀어 키웠다는 기록은 없다. 우도는 어디에서 나왔을까. 제주도 동쪽 해안에 서면 알 수 있다. 바다 건너 섬이 영락없이 소가 누워 있는 꼴이다. 시방 우도가 제 이름 같다. 밀려드는 관광객과 그 관광객을 상대로 한 장사치가 섬 주인 행세를 한다.
‘섬 속의 섬’ 우도, 해마다 150만명 찾아

우도는 현재 가장 뜨거운 제주도 관광지다. 2012년 연 100만 명을 넘어선 우도 방문객은 2010년대 중반 연 200만 명을 돌파했다. 코로나 사태 이후 한풀 꺾였다지만, 우도는 여전히 만원이다. 우도면사무소에 따르면 지난해 약 150만 명이 우도를 방문했고, 올해도 지난해 수준이 예상된다. 제주도 관광 시장이 울상이라지만, 우도는 건재하다.
우도도 제주도처럼 화산 폭발로 만들어졌다. 섬 남쪽 불룩한 언덕이 우도봉(132m)이다. 우도를 낳은 작은 화산, 즉 오름이다. 우도봉이 고개 든 쇠머리가 되고, 남쪽으로 길게 이어진 평지가 소 등줄기를 이룬다.

우도는 제주도 부속 섬 62개 중 가장 큰 섬이다. 면적이 5.9㎢이고 둘레는 17㎞다. 제주올레 1-1코스가 우도 해안을 얼추 에두른다.

섬 속의 섬 우도에도 ‘섬 속의 섬’이 있다. 제주도 옆 우도 옆에 비양도가 딸렸다. 제주도 서쪽 한림 앞바다에만 비양도가 있는 게 아니다. 제주도 동쪽 우도 옆에도 비양도가 있다. 우도 비양도는 요즘 캠핑으로 인기가 높다.
우도는 번다하고 복잡하다. 그러나 온종일 시끄러운 건 아니다. 우도 관광은 보통 반나절이면 끝난다. 중국인은 물론이고 한국인에게도 우도는 당일 여행지다. 여행 고수는 이 틈을 노린다. 느지막한 오후 우도에 들어갔다가 이튿날 다시 번잡해질 즈음 섬에서 나온다. 한낮의 우도 해변은 시장통 같지만, 해 질 녘에는 당신이 독차지할 수 있다. 식당에서도 대우가 달라진다. 점심 한 끼 장사로 먹고사는 우도 식당에서 저녁 손님은 귀빈 대접을 받는다. 그리고 우도의 밤. 한치 배와 갈치 배가 수평선을 밝힌 우도의 밤바다는 오롯이 당신 혼자만의 것이 된다.
주민 20% 해녀…알 굵은 소라 특히 유명

우도 바다는 제주에서도 알아주는 ‘바당밭’이다. 특히 소라가 많다. 우도 소라는 알도 굵다. 소라는 4월부터 9월까지 수확을 금지한다. 그러나 우도에서는 한여름에도 신선한 소라를 먹을 수 있다. 해녀가 봄에 잡은 소라를 바닷속에 쟁여 놓고 있어서다.
소라를 채취하는 일은 물론 해녀의 몫이다. 우도의 딸은 어려서부터 바다로 나갔다. 옛날에는 ‘우미 방학’이란 게 있었단다. 제주 말로 우미, 그러니까 우뭇가사리 수확 철이 되면 아이를 학교 대신 바다로 보냈었다.
우도 해녀는 제주 해녀 중에서도 억척스럽기로 유명하다. 1932년 1월 세화 오일장에서 발발한 해녀 항쟁도 우도 해녀가 주도했다. 1932년의 해녀 항쟁은 제주에서 일어났던 반일 시위 중 가장 격렬했다. 현재 우도 인구는 1618명이다(2023년). 우도면사무소에 따르면 우도에서 해녀는 300여 명에 이른다. 섬 주민의 약 20%가 해녀인 셈이다.

우도 북쪽 끄트머리 전흘동 바다가 우도에서도 이름난 바당밭이다. 전흘동 바다를 우도 해녀는 ‘물들이’라고 부른다. 여러 갈래에서 물이 들어와서다. 하여 소라부터 성게·전복·문어·톳·미역 같은 온갖 바닷것이 그득하단다. 여기에서 해녀 고봉선(53)씨를 만났다. 막 바다에서 나온 해녀의 ‘망사리’에 제주 말로 ‘구살(성게)’이 한가득 들어 있었다.

“구살은 7월이 끝이에요. 구살도 소라처럼 미리 잡은 걸 여름에 팔아요. 어머니가 우도에서 유명한 해녀였어요. 올해 팔순인데, 건강이 안 좋아 은퇴하셨어요. 65년은 물질을 하셨을 거예요. 저도 어머니 따라 어렸을 때부터 바다로 나갔어요. 저도 많으면 하루 100㎏씩 소라를 잡아 옵니다.”
그날 저녁 해녀 아내가 잡아 온 바닷것으로 남편 홍영수(57)씨가 밥상을 차렸다. 소라회에 모둠물회, 성게비빔밥, 보말칼국수를 차례로 맛봤다. 우도 바다는 달고 고소했다.

☞여행정보 =우도에 들어가려면 성산항으로 가야 한다. 수시로 여객선이 운항한다. 배 타고 10여 분이면 우도에 들어간다. 우도에 렌터카로 들어가는 건 어렵다. 장애인·임산부 등 교통약자이거나 만 6세 미만 아이를 동반한 가족 같은 특별한 경우에만 허락한다. 어른 왕복 1만1000원. 우도에 들어가면 별도의 교통수단을 이용해야 한다. 우도 천진항과 하우목동항 주변에 전기로 작동하는 이륜차·삼륜차·스쿠터 등 온갖 탈것을 대여하는 업체가 줄지어 있다. 동력이 있는 탈것의 경우 하루 대여료 4만∼5만원 정도. 대여료가 비싸지만, 대안이 마땅치 않다. 보험 가입 여부를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보험에 가입했어도 자차는 안 되는 경우가 많다. 우도에서 펜션과 민박집은 1박 15만원 정도 받는다.
우도=글·사진 손민호 기자 ploves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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