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고무신 신고 뛰어다니던 아이, 어떻게 컸을까?
[김민솔 기자]
(* 이 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영화 <극장판 검정고무신 : 즐거운 나의 집>은 기영이와 그의 친구들이 기찻길 근처에서 뛰어노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종을 울리며 철도 위를 시끄럽게 달리는 기차는 5060세대에게는 아련한 향수를, 그 시대를 살아보지 못한 관객에게는 과거 한국 사회를 보여준다. 기영의 시점에서 진행되는 기존 애니메이션과 달리, 이번 극장판은 그의 형 기철을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검정고무신'은 1992년 소년챔프 연재를 시작으로 1960년대 한국의 모습을 세밀하게 담아내고 높은 완성도 인정받아 현재까지도 사랑받는 작품이다. 원작 만화는 뜨거운 인기를 얻고 2000년에 애니메이션이 제작됐다. 이후 2022년에는 첫 번째 극장판이 개봉했는데, 이번 영화는 두 번째 극장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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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극장판 검정고무신: 즐거운 나의 집> 스틸컷 |
| ⓒ ㈜형설앤,㈜새한프로덕션 |
기존 애니메이션에서 기철은 아버지를 대신해 가족의 생계를 돕고자 신문을 배달하는 에피소드가 나온다. 그것도 가족들 다 자고 있는 새벽에 '몰래'한다. 그런 그가 수업료를 함부로 써버리는 모습은 기존의 기철과 맞지 않는 행동이다. 더 나아가 돈을 다 썼다는 이유로 집을 뛰쳐나가는 건 더욱 이해가 가지 않는다. 조부모님은 물론 어머니와 아버지, 동생 기영과 막내 오덕이까지 온 가족을 걱정시키는 전개는 다소 급하게 느껴진다. 원래 캐릭터성과 다른 기철의 행동은 기존 팬들에게 어색함을 남긴다.
검정고무신은 원래 블랙코미디
서울 마포구의 집에서 서울역까지 무작정 걸어간 기철은, 구두닦이 형제인 용수와 용식을 만난다. 같이 지내는 것을 허락받은 기철은 수업료를 마련하겠다는 이유로 구두닦이 일을 배우기 시작한다. 그러나 구두닦이 형제의 서사는 영화에서 다루지 않아, 왜 이들이 기철을 돕는지 긴장감을 유발한다.
가격이 저렴한 라면으로 끼니를 해결하던 형제는 기철에게도 라면을 권한다. 평소 집밥을 주로 먹는 기철이가 이때 하는 말이 가히 압권이다. "난 맨날 맨날 라면만 먹었으면 좋겠다" 상대의 처지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철없는 발언은 관객으로 하여금 헛웃음을 짓게 한다. 형제 중 기철과 비슷한 또래인 용식 입장에서는 얼마나 얄미웠을까.
집을 떠나 생활하기는 결코 쉽지 않았다. 항상 어머니께서 지어주시는 흰쌀밥을 먹었고, 따뜻한 방에서 추위 따위 모르고 지내던 기철에게 길거리 생활은 야생 그 자체였다. 기철은 바닥에 떨어져 있던 쫀드기를 주워 먹으며 귀했던 흰쌀밥의 의미를 뒤늦게 깨닫는다. 익숙했던 일상의 소중함을 잊고 나서야 알게 된다.
'철든다'라는 것은 계절의 흐름을 비로소 알아채는 것이라 했다. 성장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영화는 가출이라는 다소 급작스러운 전개지만, 기철의 성장 과정을 설득력 있게 담아냈다. 집과 가족의 의미를 재발견하게 한 점이 특히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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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극장판 검정고무신: 즐거운 나의 집> 스틸컷 |
| ⓒ ㈜형설앤,㈜새한프로덕션 |
오히려 기철 어머니 입장에서 보면 우울한 인생수업이 러닝타임 79분 동안 진행된다.어머니는 기철을 찾아다니며 부모로서 자신의 부족함을 자책한다. 마음 기댈 곳 없는 어머니는 어깨를 들썩이며 엎드려 운다. 어머니의 다정한 음성으로 마무리된다.
"그래 기철아. 어디 시골 친구 집에 놀러 갔다 온 거지? 엄만 그렇게 알고 있을게"
기철의 등을 멋쩍게 쓰다듬는 어머니의 모습은, 극장 가득 아련한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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