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들어갔다 오지 뭐”…사기꾼, 평균 범죄수익 1억

이가현,김용현 2023. 11. 21. 19:0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한국 사회에서 사기범죄가 끊이지 않는 것은 처벌을 받더라도 '남는 장사'라는 인식 탓이 크다.

사기죄 양형이 가볍고 차명으로 범죄수익을 은닉할 수 있어 사기꾼들 사이에선 "몇 년 들어갔다 오자"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고 한다.

실제 국민일보가 확보한 주요 사기 사건 판결문 10여건을 살펴봐도 징역 형량 1년 당 평균 범죄수익 3억6576만원이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한국 사회에서 사기범죄가 끊이지 않는 것은 처벌을 받더라도 ‘남는 장사’라는 인식 탓이 크다. 사기를 치더라도 수사 당국에 검거될 확률이 일단 낮다. 설령 잡히더라도 벌금이 작고, 범죄수익에 대한 추징금 또한 집행율이 낮다.

‘청담동 주식부자’로 알려진 이희진(37)씨는 비인가 투자회사를 세워 130억원의 시세차익을 챙긴 혐의(사기)로 지난 2020년 2월 징역 3년6개월, 벌금 100억원과 추징금 122억6700여만원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국민일보가 21일 대검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씨에 대한 추징금은 28억146만원만 집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벌금은 완납했지만, 추징금 잔여분 94억6627만원이 미납 상태다.

그럼에도 그는 출소 후 추징을 피해 호화생활을 즐겼다. 차명으로 돌려놓은 사기 범죄 수익금이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 이씨는 수백억원대 가상자산 투자사기 혐의로 다시 구속됐는데, 수사 과정에서 이씨의 재산이 일부 드러났다.

검찰은 지난달 26일 이씨가 사기로 벌어들인 270억원 상당의 재산을 동결했다. 그는 차명 법인과 개인 명의 등으로 청담동 소재 고급 건물, 제주도와 경기도 소재 레지던스, 토지 등 부동산과 강원도 소재 골프장 회원권 등을 소유하고 있었다. 징역을 살고 나와도 이씨에게 사기는 소위 ‘남는 장사’인 셈이다. 사기죄 양형이 가볍고 차명으로 범죄수익을 은닉할 수 있어 사기꾼들 사이에선 “몇 년 들어갔다 오자”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고 한다.

서울동부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장을 지낸 임채원 변호사는 “다른 범죄로 옥살이하던 재소자로부터 편지를 받은 적이 있는데 사기죄로 들어온 재소자들이 ‘어차피 차명으로 묻어놓은 돈이 있으니 걱정 없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자기 아버지도 사기를 당한 적이 있는데 그 말을 듣고 화가 치솟았다더라”고 전했다. 사기꾼 잡는 변호사로 유명한 천호성 변호사도 “의뢰인이 여자친구로부터 10억원을 사기당했다며 찾아왔는데, 의뢰인이 말한 그 10억원도 자신이 중고물품 판매 사기 등으로 얻은 범죄 수익이었다”며 혀를 찼다.

솜방망이 처벌은 끊이지 않는 사기의 원동력이다.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사기 혐의로 검거된 인원은 총 149만명에 달했다. 이 기간 사기 범죄로 인한 피해 규모도 총 142조에 달한다. 드러나지 않은 피해 금액, 미검자 등 변수를 제외한 단순 수치만으로 계산하면 검거된 인원 1인당 약 1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셈이다. 실제 국민일보가 확보한 주요 사기 사건 판결문 10여건을 살펴봐도 징역 형량 1년 당 평균 범죄수익 3억6576만원이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사기 친 사람이 또 사기를 치기도 한다. ‘2022 대검 범죄분석’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전과가 있는 사기 피의자 중 동종 사기 전과가 있는 비율이 42.3%로 나타났다. 서준배 경찰대 교수는 “사기 치고 징역 3년 받아도 1년에 2~3억 연봉이 되니까 계속 사기를 치는 것”이라며 “재범률이 높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가현 김용현 기자 hyun@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