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삼쩜영] 아이들과 과자 뒷면을 연구하며 배운 것들
그룹 '육아삼쩜영'은 웹3.0에서 착안한 것으로, 아이들을 미래에도 지속가능한 가치로 길러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서울, 부산, 제주, 경기 가평, 미국에서 아이를 키우는 보호자 여섯 명이 함께 육아 이야기를 씁니다. <기자말>
[김보민 기자]
▲ 캘리포니아 공립학교에서 인공 색소 첨가물이 포함된 음식의 판매를 금지하는 법안이 통과되었다는 기사와 함께 알록달록한 색깔의 아이들이 좋아하는 시리얼 이미지가 게재되었다. |
ⓒ 김보민 |
작년에 캘리포니아는 브로민화 기름, 브롬산칼륨, 프로필파라벤, 빨간색 염료의 음식물 가공 사용을 금지했고, 미국 식품의약청(FDA)이 올해 7월 브로민화 식물성 기름을 음식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먹거리를 고민하는 엄마로서 '음식물 가공에 사용하는 모든 인공 첨가물의 생산을 중단시키고, 유통을 근절할 방법은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돈이 되는 건 뭐든 팔리는 이 세상에서 그런 일이 쉽게 일어나지 않을 것이기에, 결국 소비자가 '선택'을 제대로 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학교에 보낼 아이들 간식 고민
아이들의 학교 간식으로 무엇을 싸줄지 한참 고민했던 시간이 있었다. 아이들에게 학교 친구들이 주로 무엇을 싸 오는지 물어보기도 하고, 학교 간식에 대해 구글에서 검색해보기도 했다. 그런데 아이들과 구글이 나에게 알려주는 것은 대부분 과자였다.
아이들 스낵용으로 판매되는 과자는 소포장 되어 있어 휴대가 간편하고, 먹고 나서 봉지를 쓰레기통에 버리면 끝이니 정리도 수월하다. 굳이 간식 보관용 통을 가지고 다닐 필요도 없고, 음식이 가방에 쏟아질 염려도 없으니 여러모로 합리적인 선택처럼 보였다.
특히,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은 팝콘, 감자칩 같은 과자를 싸주던 어느 날, '이래도 괜찮은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서 먹는 간식과 학교에서 먹는 간식 사이의 차이가 너무 컸기 때문이다.
▲ 동네 슈퍼에 가면 '런치 스낵' 코너가 따로 있는데, 수많은 과자를 보고 있자면 여러 생각이 든다. 어디에 있는 식품 공장에서 얼마나 많은 식품 첨가물을 사용해 이 과자들을 만들어내는지 궁금하다. |
ⓒ 김보민 |
아이들은 친구들처럼 팝콘과 감자칩을 먹고 싶어 했다. 학교에서 친구들과 간식을 나눠 먹는 것이 금지되어 있어서, 아마도 친구들의 간식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봤을 것이다. 미국 학교에서는 땅콩과 같은 알레르기 유발 식품으로 인해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아이들이 서로의 간식을 나눠 먹을 수 없다.
사실 그즈음, 나 역시 아이들 간식 메뉴를 선정하고 준비하는 데 다소 지쳐 있었다. 삼시 세끼 준비도 모자라 간식까지 챙기려니 진이 빠질 수밖에 없었다. 아이들이 천년만년 내가 차려주는 밥과 간식만 먹고 살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으니, 음식을 먹는 주체인 '아이들'도 스스로 뭔가를 제대로 알고 먹는 것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아이들과 함께 결정했다
아침과 저녁 식사를 함께할 때, 미리 싸놓은 간식 통을 건넬 때, 그리고 장 보러 가는 길에 무엇을 어떻게 먹고 사는 것이 중요한지에 대한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왜 흰밥 대신 쌀과 귀리, 현미를 섞은 잡곡밥을 먹는지, 라면과 국수류를 덜 먹으려 애쓰는지, 지나치게 달콤한 음식과 기름에 튀긴 음식을 피하는지, 여러가지 색을 띈 야채를 챙겨 먹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요리 재료마다 어떤 영양소가 풍부한지가 주된 내용이었다.
특히 아이들과 함께 슈퍼에서 장을 볼 때, 가공식품에 표시된 영양 정보와 재료를 살펴보며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같은 사과주스라도 설탕이 추가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비교할 수 있었고, 알 수 없는 여러 재료가 들어간 고구마 칩과 서너 가지 재료로만 만들어진 고구마 칩이 같은 진열대에 놓여 있다는 것도 발견할 수 있었다.
"엄마가 늘 신선한 야채와 고기로 식사 준비를 하려고 애를 쓰지만, 가끔은 이렇게 가공식품을 먹을 때도 있잖아. 그럴 땐 잘 따져보고 구입하는 연습을 하는 게 중요해."
"같은 가공식품이라도 뭔지 모르는 재료가 잔뜩 들어간 것도 있고, 몇 가지 재료로만 만들어진 식품도 있거든."
"앞으로 가공식품을 살 때에는 포장 디자인이나 브랜드 이름만 보지 말고, 뒷면에 표시된 영양 정보와 재료를 꼭 살펴봐야 해."
점차 아이들은 식품 뒷면에 표기된 영양 정보와 재료를 꼼꼼히 살펴보기 시작했고, 궁금한 점도 많아졌다.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이 각각 몸속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이 영양소가 많이 들어있는 식품은 무엇인지, 자신들이 좋아하는 재료에 어떤 영양소가 많은지 따져봤다.
고기를 좋아하지 않는 딸과는 아이가 섭취할 수 있는 단백질의 다양한 재료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었다. 아이들이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먹은 날에는 설탕이 들어간 다른 음식을 더 먹을 수 없다는 내 말에 수긍했고, 달콤한 음식을 더 달라고 조르는 일도 없어졌다.
▲ 아이들이 좋아하는 과자의 뒷면을 보면 높은 설탕 함유량도 걱정스럽지만, 재료의 가짓수가 많은 점이 더욱 눈에 띈다. 많은 재료 각각이 몸에 미치는 영향도 있을 것이고, 섞였을 때의 영향도 있을 텐데, 그 결과를 우리가 정확히 알 수 없다는 점이 답답하다. |
ⓒ 김보민 |
▲ 아이들 간식으로 고른 이 과자는 고구마, 아보카도 오일, 소금, 단 세 가지 재료로 만들어졌다. 다른 과자에 비해 가격이 높은 점이 아쉽지만, 몸에 덜 해로운 음식을 먹고 병원을 덜 찾는 것이 결국 돈을 아끼는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
ⓒ 김보민 |
초가공식품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아이들은 나와는 또 다른 먹거리에 노출되어 있다. 친구 생일 파티에서 아이가 먹었을 음식을 떠올려도 아찔하다. 각종 색소로 염색된 젤리, 설탕과 식물성 생크림이 가득 들어간 케이크과 쿠키, 달콤함이 하늘을 찌를 듯한 음료수까지.
그렇다고 친구 생일 파티에 가서 이런 음식이 몸에 좋지 않으니 먹지 말라고 할 수도 없다. 그러니 먹더라도, 아이가 뭘 먹는지, 그리고 이러한 음식이 몸에 해롭다는 것을 스스로 인식해야 간식의 양을 조절하는 차선책까지 생각할 수 있도록 성장하지 않을까.
부모 곁을 떠나 스스로 음식을 준비해 먹어야 할 때, 습관적으로 좋은 먹거리를 선택하고 해로운 것을 멀리할 수 있는 어른이 되려면, 어릴 때부터 좋은 식습관을 기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식습관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도 않고, 어른이 되면 저절로 생기는 습관도 아니다. 좋은 식습관을 갖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오랜 시간과 정성이 필요하다.
스스로 제 몸을 돌보는 일이 내가 무엇을 먹고 사는지 아는 것에서 시작한다면, 아이들의 밥상에 올라가는 반찬 하나, 간식 하나의 의미를 아이들과 진지하게 이야기하는 것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공부를 잘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는 것만큼, 건강한 생활 습관이 몸에 배게 하여 건강하게 사는 것도 중요하다. 이를 어릴 때부터 인식한다면, 아이들은 누구보다 행복하고 건강한 사람으로 성장할 것이라 믿는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