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엄마로 불리는 이 배우가 '애마부인'에 출연할 뻔한 이유

고두심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배우 고두심은 오랫동안 ‘국민엄마’라는 별칭으로 불려 왔다. 드라마 <전원일기> 속 인자하고 따뜻한 어머니의 모습은 세대를 아우르며 시청자들의 마음속에 깊이 각인됐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1980년대 대표적 에로 영화 <애마부인>에 캐스팅될 뻔한 이력이 있다. 만약 그가 이 작품을 선택했다면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국민엄마’ 고두심은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SBS <힐링캠프> 방송 캡처

고두심은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당시 상황을 솔직히 털어놓았다. 그는 “아주 짙은 멜로는 도저히 못 하겠더라. 사실 <애마부인> 출연 제안도 왔었다. 안소영 씨가 했던 역할이 내가 할 뻔했던 배역이었다”고 고백했다. 이어 “시나리오를 보고 벗은 몸을 보여야 한다는 걸 알게 됐는데, 그 연기를 차마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혹여 출연했더라면 국민엄마가 아닌 전혀 다른 이미지로 남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 <아침에 퇴근하는 여자>

사실 고두심은 젊은 시절 이미 과감한 도전을 한 적이 있다. 박용준 감독의 <아침에 퇴근하는 여자>(1979)에서 겁탈당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끝내 못 찍겠다고 해 대역을 세운 일화가 있다. 당시에는 소극적으로 연기했을 때라 고백하며 “지금은 나이에 맞는 역할이라면 뭐든지 감사히 하겠지만, 아주 진한 멜로는 여전히 자신 없다”고 웃어 보였다.

고두심 20대 시절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애마부인> 캐스팅된 배경엔 그의 외모가 한몫했다. 고두심은 “내가 사실 가슴 사이즈가 컸다. 정일엽 감독님이 만나자고 했지만 자신감이 없어 고사했다”고 밝혔다. 반면, 이 ‘글래머러스한 몸매’ 때문에 다른 영화에서는 탈락을 경험하기도 했다. 그는 “영화 <성춘향> 캐스팅에서 최종 후보에 올랐지만, 풍만한 몸매 때문에 한복 맵시가 잘 살지 않는다는 이유로 고배를 마셨다. 결국 나보다 말랐던 양정화 씨가 그 배역을 따냈다”고 설명했다.

고두심은 자신을 본격적으로 알린 첫 작품으로 제주 여인 김만덕의 삶을 다룬 드라마 <정화>를 꼽았다. “결혼 이후 살이 갑자기 쪄서 캐스팅에서 미끄러지고, 대신 남정임 선배가 맡게 됐다. 그런데 그분이 불의의 사고를 당해 결국 내가 그 역할을 하게 됐다”며 당시 일화를 전하기도 했다.

MBC<전원일기>
KBS <사랑의 굴레)

몸매 때문에 출연작의 기회가 오가기도 했지만, 결국 고두심은 다른 길에서 꽃을 피웠다. 1980년 시작된 <전원일기>에서 정겨운 농촌 아낙으로 분한 그는 전국적인 사랑을 받으며 ‘국민엄마’ 타이틀을 얻게 됐다. 이후 <설중매>(1984), <사랑의 굴레>(1989) 등을 통해 선배 김혜자의 뒤를 잇는 국민적 여배우로 자리매김했다.

만약 그가 <애마부인>에 출연했다면 지금처럼 ‘국민엄마’로 기억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우연과 선택의 결과로, 고두심은 반세기 가까이 한국 대중문화 속 ‘따뜻한 어머니’의 얼굴로 살아왔다. 글래머러스한 몸매로 인해 좌절과 기회가 교차했던 젊은 시절의 일화는, 오히려 오늘날 그의 배우 인생에 흥미로운 뒷이야기로 전해진다.

나우무비 에디터 썸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