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즈니가 건져 올린 보물, 김민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파인: 촌뜨기들>에서 목포 행운다방 종업원 ‘박선자’로 등장한 김민은 데뷔작부터 강렬한 존재감을 남겼다. 첫 등장과 동시에 1995년 개봉한 왕가위 감독의 <중경삼림> 속 왕페이(왕정문)를 떠오르게 하는 쇼트커트와 맨얼굴, 화려한 복고풍 의상은 시선을 단숨에 붙잡았다. 그러나 단순히 ‘비주얼’만으로 기억되기엔 그녀의 연기는 너무도 생생했다.

김민이 연기한 선자는 1970년대라는 시대를 배경으로, 온갖 욕망과 배신이 뒤엉킨 인물들 속에서 유일하게 순수함을 간직한 캐릭터다. 동네 건달 벌구(정윤호)에게는 냉정하지만 서울에서 내려온 오희동(양세종)에게는 은근한 호감을 드러내며 때로는 한탕을 꿈꾸는 욕망을 숨기지 않으면서도, 상처를 가진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며 드라마의 온기를 전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김민은 이 역할을 위해 대담한 변신을 택했다. 눈이 펑펑 내리던 2023년 겨울, 반팔 티셔츠와 얇은 롱스커트를 입고 맨얼굴로 2차 오디션에 나섰고, “선자의 밝은 면이 김민과 닮았다”는 강윤성 감독의 말과 함께 최종 캐스팅됐다. 분장팀이 단정하게 잘라준 머리도 “쥐 파먹은 듯 어수선하게 잘라달라”고 요청해 선자의 외형을 완성했다. 의상 또한 캐릭터의 성격과 상황을 반영해 짧은 스커트 대신 스타킹을 덧입는 등 세심하게 설정했다.

가장 큰 도전은 전라도 사투리였다. 목포 출신으로 착각할 만큼 자연스러운 억양을 위해, 김민은 모든 전라도 사투리 영화와 드라마를 섭렵하고, 실제 전라도 출신 지인을 찾아가 함께 대사를 읽고 녹음했다. 아침에 눈 뜨자마자, 잠들기 직전까지 그 녹음을 들으며 말투를 몸에 익혔다. 현장에서는 ‘벌필도 패밀리’라 불린 지역 출신 배우들에게도 조언을 받았다.

그 결과, 김민의 선자는 단순한 주변 인물이 아니라 이야기의 정서적 중심이 됐다. 희동과의 미묘한 로맨스를 형성하고, 술에 취해 하룻밤을 보낸 뒤 “임신했다”는 거짓말을 했다가 들통나 오열하는 장면에서는 선자의 절박한 심정과 복잡한 감정을 충실히 담아내며 신인답지 않은 집중력으로 호평을 받았다.
중앙대학교에서 연극을 전공 중인 김민은 이번 작품으로 업계의 ‘보물’로 불릴 만큼 강한 인상을 남겼다. 수많은 경쟁자를 제치고 만장일치로 캐스팅된 그녀는 씨네21과의 인터뷰에서 “상상으로 인물의 경험을 채우고, 집중력으로 표현하는 것”이 연기의 핵심임을 깨달았다고 했다. 그리고 하루 한 편씩 영화를 보는 습관은 그가 가진 잠재력을 무한히 확장시키는 자산이다.

90년대 홍콩과 2000년대 초 대만영화를 연상케 하는 청량한 얼굴, 시대극의 디테일까지 소화해 내는 몰입력, 첫 작품에서부터 보여준 과감함까지. <파인: 촌뜨기들>은 김민을 발견한 작품이자, 앞으로 그가 어떤 길을 걸어갈지 기대하게 만드는 출발점이 됐다.
나우무비 에디터 썸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