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 이재명 vs '유죄' 이재명…관망하던 중도표심 움직이나
대법원이 1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항소심 무죄를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하면서, 30여일 남은 대선판에 이 후보의 사법리스크가 다시 변수로 떠오르게 됐다.

그 전까지 이 후보는 ‘대세론’이라 불릴 정도로 좋은 흐름을 이어갔다. 사법리스크는 위증교사 사건 1심 무죄(지난해 11월)에 이어 공직선거법 2심 무죄(3월 26일) 선고로 한동안 사라졌고, 그 기간 이 후보의 지지율은 33%(3월 31일~4월 2일)→39%(14~16일)→42%(28~30일)로 급상승했다. 지난달 28~30일 전화면접 방식으로 실시된 3자 대결 가상 조사에서 이 후보는 상대가 누구든 45~46%의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전국지표조사)
지난달 30일 발족한 이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엔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과 이석연 전 법제처장, 권오을·이인기 전 한나라당 의원 같은 옛 여권 인사가 대거 합류했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 우상호·박용진·임종석 전 의원 등 비명계 인사들도 총망라한 ‘빅 캠프’ 형태였다. 그런 ‘이재명 대세론’은 이날 대법원 파기환송으로 처음 돌부리에 걸린 셈이 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다만 대법원의 유죄 취지 결정에도 민주당 지지층의 결집 양상이 흔들리지 않을 거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민주당의 전략통 의원은 “사법부가 이렇게 급하게 정치에 개입해도 되느냐는 여론도 있지 않겠나”라며 “중도층엔 일부 영향이 있겠지만, 당장의 지지율 추락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의 예측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여론조사업체 메타보이스의 김봉신 부대표는 “민주당 지지층의 분노 포인트를 자극할 만한 사안이기 때문에, 오히려 투표 적극성이 높아지는 등 결집 양상이 나타날 것”이라며 “다만 아직 지지 후보를 정하지 않은 미결정 층이 보수 후보로 이동할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법원 결정이 중도·보수 유권자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 컨설턴트인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12·3 비상계엄 이후 흩어진 보수층이 이 후보의 사법리스크를 고리로 결집할 것이고, 특히 관망하던 중도 보수층까지 움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진보층은 흔들리지 않겠지만, 중도층에는 아무래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다만 이번 판결로 영향을 받을 중도층을 국민의힘이 온전하게 담아낼 수 있을지는 또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향후 한덕수 전 대통령 권한대행과 이낙연 전 국무총리 같은 양당 바깥의 제3지대 후보들과 국민의힘 후보를 묶는 ‘반명(反明) 연대’의 명분이 커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전직 의원은 “이념과 진영을 초월한 ‘반(反)이재명 연합’이 탄력을 받으려면 명분이 중요한데, 대법원이 이 후보 과거 발언을 ‘공직 적격성 판단을 그르칠 정도로 중요한 허위’라고 질타했으니 이보다 더 좋은 명분이 어디 있겠냐”고 말했다.
출마 자체가 대법원 판결에 정면으로 맞서는 모양새가 된 것과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진행 중인 재판이 정지되느냐 여부를 둘러싼 ‘헌법 84조 논쟁’이 크게 활성화된 것은 이 후보에게 적잖은 부담이다. 헌법 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국민의힘은 “소추만 정지될 뿐 재판은 당연히 진행되는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민주당은 “대통령이 되면 진행 중인 재판이 중단되는 게 헌법학계의 통설”(박균택 의원 등)이라고 맞서고 있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결국 본선에서 국민의힘은 이 후보의 사법리스크를 놓고 공격할 수 있는 부분이 생겼다”며 “이 이슈 하나로 승패가 갈리진 않겠으나, 격앙된 민주당이 거친 발언을 쏟아내면 일부 중도층 표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오현석·하준호 기자 oh.hyunseok1@joongang.o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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