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재야' 장기표 별세....정치권 추모
노동·시민운동에 헌신…제도권 정치
입성 위해 노력했지만 번번이 고배
일생을 노동·시민 운동에 헌신했던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 원장이 22일 향년 78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의료계와 유족 등에 따르면, 장 원장은 이날 오전 1시 35분께 입원 중이던 일산 국립암센터에서 세상을 떠났다.
서홍관 국림암센터 원장은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남긴 글에서 "장기표 선생님이 오늘 새벽 1시반 국립암센터에서 돌아가셨다"며 "처음 담낭암 진단을 받으셨을 때 이미 너무 진행된 상태였다. 그래도 항암치료를 시도했으나 체력이 많이 소진되어 쉽지 않았다"고 전했다.
서 원장은 "그제 금요일 퇴근 전 마지막에 뵈었을 때 식사도 하시고 과일도 드시면서 표정도 매우 좋으셨다"며 "저보고 바쁜데 일 보라고 하신 말씀이 마지막이었다"고도 했다.
앞서 장 원장은 지난 7월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건강 상태가 매우 안 좋아 병원에서 진찰받은 결과 담낭암 말기에 암이 다른 장기에까지 전이돼 치료가 어렵다는 판정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장 원장은 "당혹스럽지만 살 만큼 살았고, 한 만큼 했으며, 또 이룰 만큼 이루었으니 아무 미련 없이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 한다"고 말했다.
고인은 1945년 경상남도 밀양에서 4남 2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마산공고를 졸업하고 1966년 서울대 법학과에 입학했으나 전태일 열사의 분신 사건을 계기로 학생·노동 운동에 투신했다. 학사모는 1995년이 돼서야 쓸 수 있었다.
장 원장은 전 열사 사후에 어머니 이소선 여사와 시신을 인수하고, 서울대 학생장으로 장례를 치를 수 있도록 도왔다. 전 열사 자료를 수집해 평전 제작에 기여했고 2009년에는 전태일기념사업회 이사장을 지냈다.
그는 서울대생 내란음모 사건, 청계피복노조 사건 등으로 1970~80년대 투옥과 석방, 수배 생활을 거듭하기도 했다. 다만 민주화 운동에 따른 보상금은 일절 수령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재야운동의 핵심 인물로 부상한 그는 1984년 10월 문익환 목사를 의장으로 종교인, 변호사, 퇴직 언론인 등이 참여하는 민주통일국민회의(국민회의)를 창립하는 데 힘을 보탰다. 이후 국민회의와 민중민주운동협의회(민민협) 통합을 이끌어 민주통일민주운동연합(민통련)을 창립하기도 했다.
1990년에는 이재오 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의원,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등과 힘을 합해 민중당 창당을 모색하며 진보정당 운동을 시작했다. 이후 개혁신당, 한국사회민주당, 녹색사민당, 새정치연대 등을 연이어 창당하며 여의도 입성을 노렸다.
하지만 14·15·16대 총선과 2002년 재보궐 선거에 이어 17·19·21대 총선까지 7차례 출마했으나 한 차례도 당선되지 못했다. 특히 21대 총선에선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 후보로 출마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후 장 원장은 국민의힘을 탈당해 특권폐지당 창당을 추진하던 중 원외 정당인 가락당에 합류했다. 가락특권폐지당으로 22대 총선 후보를 배출했지만 원내 입성엔 실패했다.
그는 대선 출마도 세 차례 선언한 바 있지만, '여의도 울타리'에 번번이 고개를 숙였다. 노동·시민 운동에 일생을 바친 그에게 '영원한 재야'라는 별명이 붙은 배경이다.
정치권에선 추모 메시지가 이어지고 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장기표 선생이 세상을 떠나셨다"며 "내가 대학생 시절 김근태 선생과 함께 마음속 깊이 존경했던 대선배이셨다. 그런 분이 왜 전격적인 정치적 우향우를 했는지 상세히 알지 못한다. 이제 영원한 안식을 빌 뿐"이라고 밝혔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민주화와 개혁의 큰 별, 장기표 선생님의 명복을 빈다"며 "고인의 헌신과 열정은 우리 모두의 가슴에 깊이 새겨질 것"이라고 말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에 차려진다. 장례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장으로 치러지며 발인은 26일, 장지는 이천 민주화운동기념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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