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에 갇힌 식품사] ① 동서식품, 'K커피믹스' 해외 진출은 언제쯤 | 맥심

국내 식품기업들이 K푸드 열풍과 내수 부진으로 일제히 해외 개척을 외치는 가운데 내수에 갇힌 기업과 제품들을 살펴봅니다.

동서식품은 동서와 미국 몬델리즈가 지분을 50%씩 보유한 형태로 운영된다. /사진 제공=동서식품

동서식품은 해외로 뻗어나가는 K푸드 기업들을 바라보기만 해야 하는 처지다. 지난 1976년 세계 최초로 크리머와 설탕을 배합한 ‘한국형 커피믹스’를 개발하고 브랜드 '맥심'을 회사 탕비실의 필수품으로 정착시키며 반세기 동안 관련 시장을 장악해왔지만, 이 상표권과 판권은 다국적 식품기업 몬델리즈 소유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몬델리즈와 이해충돌 우려가 있는 만큼 동서식품은 국내에 머물 수밖에 없는 한계를 가진다. 우리나라가 인구절벽과 소비침체를 마주한 이상 이는 작지 않은 파고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동서식품의 수출제한 요건이 사라질 것이라는 기대가 나올 때마다 몬델리즈와 지분을 양분한 ㈜동서의 주가가 치솟는다는 사실은 이 회사의 처지가 더욱 아쉬운 이유 중 하나다.

5대5 합작사라는 운명

동서식품의 대표 제품인 '맥심 모카골드 마일드' /사진 제공=동서식품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동서 주가는 지난해 10월22일 전 거래일 대비 29.94%(5830원) 오른 2만5300원에 마감하며 상한가를 기록했다. 큰 틀에서 상승세를 이어가며 지난해 12월11일에는 장중 3만1700원을 찍어 최근 3년래 최고가를 경신했다.

이는 몬델리즈가 글로벌 2위 커피 기업 JDE피츠의 지분(17.6%)을 독일 JAB홀딩스컴퍼니에 매각한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면서 동서식품이 해외 확장에 나설 수 있다는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라고 업계는 봤다. 매각이 이뤄지면 몬델리즈 산하에서 커피 사업을 하는 기업은 동서식품뿐이라 이해상충 문제가 해결된다는 이유에서다.

동서식품은 동서와 몬델리즈 싱가포르법인(몬델리즈홀딩스싱가포르)이 지분을 50%씩 가진 공동기업 형태다. 몬델리즈의 전신인 제너럴푸드의 합작투자로 1968년 설립돼 현재까지 파트너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회사의 상징인 맥스웰, 맥심 등 커피 브랜드는 이 무렵 제너럴푸드와의 제조기술 제휴로 탄생했다. 이 때문에 직접수출이 불가하고 상표권 역시 몬델리즈가 확보하고 있다.

그럼에도 ‘K커피믹스’의 해외 진출에 대한 시장의 열망이 큰 것은 앞선 사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2021년 2월 몬델리즈(당시 크래프트하인즈)가 동서식품 지분을 정리할 것이라는 풍문이 다시 돌자 주가는 4만2500원(2월10일 종가 기준)까지 뛰며 과열 양상을 보였다. 이 역시 수출제한이 풀린다는 기대와 같은 맥락으로, 몬델리즈가 동서와 동일한 구조로 운영하던 일본의 AGF(아지노모토제너럴푸드) 지분 전량(50%)을 2015년 아지노모토에 매각했다는 사실도 힘을 실었다.

다만 '동서식품독립설’은 결과적으로 모두 해프닝에 그쳤다. 안정적인 현금창출원인 동서식품을 몬델리즈가 놓아줄 리 없다는 시각도 많다. 실제로 회사는 2015년부터 매년 1160억원의 배당을 실시해왔을 뿐 아니라 상표권이용료로 매년 200억~300억원을 지급하고 있다. 동서식품 역시 해외 사업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커피 제품의 해외 수출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선을 그었다.

국내 포화... 수익성은 하락

동서식품의 최근 10년간 실적과 총배당금, 상표권 사용료 등의 지표 /그래픽=박진화 기자

업계가 우려하는 점은 동서식품이 매출 대부분을 의지하는 커피믹스 시장의 포화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21년 1조3685억원이던 국내 인스턴트커피(커피스틱 포함) 시장 규모는 4년 연속 감소해 지난해 1조3037억원으로 집계됐다. 2015년 1조4752억원과 비교하면 감소 폭은 11.6%에 달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수요가 급성장하는 중국을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다는 점도 뼈아픈 요소다. 중국 커피 시장은 최근 10년간 연평균 15% 이상의 증가율(2019년 기준)을 보였고 향후 커피 소비량 역시 연평균 30%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경쟁사인 남양유업은 ‘프렌치카페 카페믹스’를 내세우며 일찌감치 진출해 판로를 확보한 상태다.

동서식품은 캡슐커피 시장 돌파구로 삼아 다각화에 나섰으나 수익성은 오히려 악화하고 있다. 2023년 초 캡슐커피 ‘카누 바리스타‘를 내놓은 뒤 영업이익률은 전년 대비 0.4%p 하락한 9.5%를 기록했다. 이런 가운데 유로모니터 조사에서 지난해 국내 커피캡슐 시장이 전년 대비 18억원가량 줄어든 3754억원에 그쳤다는 점이 또 다른 과제로 떠올랐다.

최근 10년간 실적을 보면 동서식품의 부진은 더욱 두드러진다. 연결기준 매출은 2014년 1조5057억원에서 2023년 1조7554억원으로 16.6% 늘었지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032억원에서 1671억원으로 17.7% 줄었다.

박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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