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터지면 "밥 먹읍시다"…尹대통령·한동훈의 '식사 정치'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4일 함께 밥을 먹는다. 정혜전 대통령실 대변인은 윤 대통령의 체코 순방 출국 직전인 19일 오전 서면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24일 국민의힘 지도부를 용산으로 초청해 만찬 회동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정진석 비서실장이 지난 18일 윤 대통령에게 순방 전 만찬 일정을 확정하면 좋겠다는 건의를 했고, 윤 대통령이 흔쾌히 승낙했다”고 전했다.
당초 윤 대통령은 한 대표 등 당 지도부와 지난달 30일 만찬을 할 예정이었지만, 의대 정원 확대를 둘러싼 양측간 이견이 표출되며 만남이 한 차례 연기됐다. 정 대변인은 “이번 회동은 의료 개혁을 비롯한 개혁 과제를 논의하는 폭넓은 소통의 자리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검사 시절부터 20년 넘게 인연을 이어온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함께 밥을 먹는 것이 뉴스가 된 건 한 대표가 정치에 입문한 뒤로부터다. 두 사람의 식사는 이른바 ‘윤·한 갈등’이 표출될 때마다 급한 불을 끄는 소방수 역할을 해왔다. 근본적 해결책을 제시하진 않더라도, 당장 갈등을 가라앉히고 당·정이 다시 결속하는 계기가 됐다.
대표적 사례가 총선 전인 지난 1월 말 윤 대통령과 한 대표(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및 여당 지도부 간의 2시간 37분 오찬이다.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를 둘러싼 갈등으로 윤 대통령이 한 대표의 사퇴를 요구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일주일이 지난 시점이었다. 당시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두 시간의 오찬 뒤 예정에 없던 37분 차담을 나눈 점을 강조하며 윤·한 갈등이 해소됐다는 점을 부각했다.
지난 7월 국민의힘 전당대회 다음날 윤 대통령과 한 대표 및 전대 출마자들과의 만찬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전대 기간 내내 김 여사 문자 논란이 이슈였고, 친윤계 의원 대다수가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을 지원하며 윤·한 갈등이 표면화된 상태였다. 당시 만찬에서 윤 대통령은 “우리가 앞으로 하나가 돼 우리 한 대표를 잘 도와줘야 한다”고 했고, 한 대표와 러브샷도 했다. 메뉴도 막역한 사이에서나 먹을 수 있다는 삼겹살에 모둠 상추쌈이 준비됐다. 당·정·대 화합을 강조하는 취지였다.
두 사람의 오·만찬은 무산될 때도 정치적 해석이 뒤따랐다. 총선 뒤 한 대표가 건강상의 이유로 윤 대통령의 오찬 초청을 거절하고, 지난달 의대 정원을 둘러싼 갈등으로 윤 대통령이 한 대표의 만찬을 미룰 때마다 정치권에선 윤·한 갈등설이 제기됐다.
여권에선 24일 만찬의 의미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의·정 갈등이 장기화하며 윤 대통령과 당의 지지율이 동반 하락하며 최저치를 찍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고 있어서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두 사람 모두 절박한 심정으로 국민의 여론을 받아들여야 한다”며 “이번 만찬이 단순히 밥 먹고 사진 찍는 자리에 그쳐선 안 된다”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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