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월급제 전국 시행 2년 유예, 이후를 준비합니다

장영우 2024. 10. 15.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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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의 목소리]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정원섭 전략조직국장 인터뷰

[장영우]

근로기준법은 주 40시간을 표준 노동시간으로 하고, 주 40시간 일했을 때 노동자 재생산과 건강과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최소의 임금을 최저임금으로 정해 놓았다.

택시 노동자들에게도 이 원칙은 똑같이 적용돼야 한다. 그런데 과거 법인 택시 업계에서 시행된 사납금 제도는, 택시 노동자들이 하루 수익 중 일부(약 14만 원 안팎)를 회사에 내고 남은 돈을 가져가는 식이었다. 택시 노동자들은 사납금을 채우기 위해 장시간, 야간, 위험 운전에 몰렸다. 사측에서 실근로시간과는 관계없이 소정 근로시간을 줄이는 방식으로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임금을 지급했고, 대법원에서 소정근로시간을 줄이는 방식으로 최저임금을 줄이면 안 된다는 판정이 2019년 있을 정도였다.

상황이 이러니 택시 노동자에게 안정적인 소득을 보장하고, 안전 운전을 유도한다는 취지로 2019년 택시운송사업의 발전에 관한 법률(택시발전법)이 개정됐다. 주 40시간을 소정근로시간으로 하고 최저임금을 적용해, 이 이상의 월급을 주라는 법이었다. 그게 택시발전법 11조의2 내용이다. 법이 만들어진 지 5년 되는 올해 8월 20일 전국 시행이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지난 8월 19일 국회는 이를 2년 유예하였다. 택시 월급제 전국 확대는 왜 무산됐고, 택시 노동자들은 이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듣기 위해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정원섭 전략조직국장을 만났다. 인터뷰는 2024년 9월 11일 강서구 공공운수노조 사무실에서 진행하였다.
 정원섭 전략조직국장
ⓒ 장영우
택시월급제 제대로 시행된 적이 없다

서울 지역에는 월급제가 2021년 1월부터 이미 시행 중이며 이번 전국 시행 유예에도 서울에서는 제도가 유지된다고 하지만 정확히는 '유사 사납금제'이다. 2023년 9월 26일 민주노총 소속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방영환 조합원은 택시발전법 즉각 시행과 택시월급제를 요구하며 분신하기도 했다.

"서울에서도 형식적으로는 최저임금법에 따른 임금 체계를 마련해 놓았지만 사실상 여전히 사납금제도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현재 월급제로 알려진 전액관리제는 택시기사가 회사로부터 택시를 배정받는 대가로 매일 십 수만 원의 사납금을 내는 대신 근무 당일 운송 수입금 전액을 회사에 납부하고 매월 고정급과 성과급을 받는 제도입니다.

소정 근로시간을 1일 6시간 40분으로 정하고 주 6일 근무로 이렇게 해서 주 40시간을 맞춰 놓았습니다. 그래서 6시간 40분 근무해서 실차(승객을 태우고 운행)하면 벌 수 있는 금액을 기준금으로 정해놓고 기준금을 채우면 최저임금 포함한 임금을 다 주는 방식을 취하지만 그 기준을 채우지 못하면 깎는 방식을 하고 있습니다. 기준금을 초과하여 버는 금액은 성과급인데 변칙적인 사납금제도입니다.

실제로 서울시가 고(故) 방영환 씨가 근무했던 해성운수를 비롯해 21개 법인 택시 회사의 전액관리제(월급제) 이행 실태를 긴급 조사한 결과 대상 업체 전부가 유사 사납금제를 운용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택시 회사들이 코로나로 승객 감소, 매출 감소의 어려움을 노동자들한테 떠넘겼는데 서울시가 택시월급제 시행 후 제대로 점검을 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이런 편법적인 전액관리제 하에서, 월급제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늘어났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 등 택시 노동조합 중에도 이번 월급제 유예 혹은 폐지에 찬성하는 곳들도 있다. 현장 노동자들의 반응은 어떨까?

"월급제를 시행하고 노동자들이 최저임금 위반 건에 대해 소송을 걸게 된다면 회사들이 패소할 수 있습니다. 사측에서는 혹여 있을 수 있는 소송 등에 대해서 대비해서 기준금을 확 올려놓고 있습니다. 전액관리제 혹은 월급제가 도입되기 전에 당시의 기준금은 약 하루에 14만 원 정도였거든요. 근데 현재는 20만 원 정도 수준이기 때문에 거의 45%가량 뛴 거죠. 실제로 택시 노동자들이 집으로 가져가는 돈은 줄었습니다. 택시 운행으로 하루에 20만 원 벌기가 쉽지 않아요. 예전에 비해서 많이 수익이 떨어졌기 때문에 택시 노동자들이 택배 등 다른 일로 전직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택시 노동자들이 봤을 때는 월급제 시행은 기준금의 대폭 인상과 같은 말, 정작 노동자의 몫은 줄어든다는 인식이 저변에 깔리게 된 거죠. 그래서 월급제 전면 시행에 대한 기대도 그렇게 높진 않고 우호적이지 않은 정서가 확대된 상황입니다. 이면에는 월급제(전액관리제)가 시행된 후 택시 회사들이 사납금(기준금)을 폭등시켜 택시노동자의 소득이 급락했다는 사실이 있습니다."

애초 택시노동자들이 주 40시간, 최저임금 등의 기본적인 규율의 적용을 받지 못한 것은 회사 밖에서 일하기 때문에 노동시간을 산정하기 어렵다는 논리였다. 지금도 여전히 택시 운행 기록과 수익금이 정확하지 않다며 완전월급제를 반대하는 논리도 있다. 하지만 정확한 정보에 접근할 수 없어 손해를 감수하고 있는 것은 오히려 노동자들이다.

"미터기는 요금 정산하는 카드사랑 연결돼 있어 요금을 받아야 되기 때문에 그건 정확하다고 봅니다. 그런데 회사에서는 이건 공개하지 않지요.

국토부가 구축하고 교통안전공단이 관리하는 택시운행정보 관리시스템(TIMS, 팀스)이라는 게 있습니다. 교통안전공단에서 이 팀스를 만들었던 이유는 택시 수요 대비 공급 총량을 산정하기 위해 운행정보, 운전자 근무시간, 근무형태, 운송 수입금 등의 정보를 알기 위함이었습니다. 정확하다고 알려진 시스템인데 이것도 한계는 있었습니다. 모든 택시가 팀스 모뎀을 설치하지 않고 있어 정보수집이 100%가 되지 않고 팀스를 설치한 택시도 영업정보 전송선을 끊고 운행하는 경우도 확인되었습니다. 직접 우리 노조가 있는 회사에서 이걸 담당하는 분에게 확인을 해 보니 정부의 요청에 의해 설치는 했는데 사후 관리는 제대로 하진 않는다고 합니다.

교통안전공단의 팀스 관련 정보에 사측은 접근할 수 있지만 우리에게는 일부만 공개가 됩니다. 팀스 운행자료, 월계표, 영수증 등을 제대로 운영하고 투명하게 공개해 분석하면 손쉽게 운송원가와 운송수입을 확인할 수 있는데 택시 운송사들은 뿌리 깊은 불법과 탈법, 탈세를 숨기고자 이를 공개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습니다. 택시 회사는 이렇게 과소 추계한 매출액을 토대로 월급제 하면 망한다고 하며 월급제 시행에 반대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분석한 바로는 인구가 적은 지방 소도시를 제외한다면 기준금을 많이 올리지 않아도 최저임금을 보장해 줄 정도는 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월급제를 시행하면 제대로 일하지 않을 거라는 우려가 있지만 요즘 카카오택시 같은 앱을 사용하고 있어 콜을 노동자가 거부하기도 힘든 상황입니다. 팀스도 제대로 작동한다면 노동감시나 통제를 우려할 정도로 노동시간을 계측할 시스템도 갖추어져 있습니다."
 지난 2024. 8.1 열린 택발법 관련 기자회견.
ⓒ 공공운수노조
택시는 공공 영역, 시민 안전에도 직결

정원섭 국장은 택시 운송업의 공적인 성격을 들어 정부가 관리감독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택시 운송업을 순수한 민간의 영역으로만 볼 수는 없습니다. 정부가 택시 면허 수도 관리하고 있어 새로운 택시 사업자가 접근할 수도 없습니다. 요금도 정부에서 정하지요.

정부는 택시 회사에 세제 혜택도 많이 주고 있습니다. 법인 택시는 계속 감차하는 추세거든요. 중장기적으로 개인 택시를 활성화시키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어 택시를 줄인 만큼 법인 택시회사가 손해가 볼 수 있으니까 감차 보상금으로 지원해주고 있고, 유가보조금도 지원해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택시가 노후화되어 새로운 차로 구입할 때 세금도 감면해 줍니다. 그런 점에서 택시산업은 공공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봅니다. 도로 안전에서도 중요한 주체이니, 도로 안전을 위해서도 정부가 택시회사를 관리해야 하는데 이런 감독은 사실상 실종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택시 회사는 경영이 어렵다고 하지만 구시대적인 사납금제도를 여전히 운영하며 실제 수익을 축소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혹이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가 이런 회계 자료를 요구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하지 않습니다."

투쟁이 끝난 것은 아니다. '소정노동시간을 40시간보다 적게 할 수 있다'는 개악을 막아냈다. 2년간의 유예 이후를 다시 준비해야 한다.

"이번 월급제 사안에 대응하면서 아쉬웠던 점은 이 투쟁이 택시 노동자 혹은 택시회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시민 안전에도 중요한 과제였다는 점이 잘 드러나지 않았다는 겁니다. 도로 안전 혹은 서비스를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데 대해 시민사회의 의견을 모아가는 과정을 더 만들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월간 일터 10월호에도 실립니다.이 글을 쓴 장영우 님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선전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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