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조진웅의 고교 시절 범죄 이력이 폭로되면서 그가 전격 은퇴를 선언하자, 논쟁은 곧 소년법의 취지와 ‘죄의 유통기한’을 둘러싼 격론으로 번졌다. 이미 소년보호처분 등 법적 제재를 받은 지 30년이 지난 일을 다시 끌어와 그의 현재 활동을 중단시킨 것이 정당한가, 반대로 피해자가 존재하는 사건에서 공적 활동을 계속하는 것이 또 다른 상처가 아닌가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모양새다. 여기에 각종 연예인 논란에는 침묵하던 범여권 인사들까지 잇달아 “돌아오라”“반성했다면 응원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내면서 정치적 논쟁으로까지 번졌다.
"소년원은 감옥이 아니라 학교"
재사회화 강조한 온정론

논란의 출발점은 디스패치의 보도였다. 조진웅이 고교 시절 일진 무리와 어울리며 차량 절도와 성폭행 범죄에 연루돼 소년보호처분을 받고 소년원에 송치됐고, 성인이 된 뒤에도 폭행과 음주운전 전력이 있다는 내용이다. 소속사는 미성년 시절 일부 범죄 사실과 성인 이후 폭행·음주운전은 인정하면서도, 성폭행 직접 가담 의혹은 부인했다. 결국 조진웅은 입장문을 통해 “모든 질책을 겸허히 수용하고 오늘부로 모든 활동을 중단, 배우의 길에 마침표를 찍겠다”며 은퇴를 선언했다.
이후 논쟁의 한 축은 ‘소년법의 원래 취지’를 상기시키는 쪽이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장을 지낸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청소년 범죄는 처벌과 동시에 교육과 개선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이 핵심”이라며, 소년보호처분을 받은 이가 수십 년간 무탈하게 사회생활을 해왔다면 그것 자체가 교정의 성과이자 다른 청소년들에게도 ‘길잡이’가 될 수 있다고 썼다.
청소년 쉼터를 만들어온 송경용 신부 역시 “소년원 다녀온 아이들 대부분이 지금은 잘 살고 있다”며 “그 시절 잘못에 합당한 처벌을 받고 반성하며 살아온 사람이라면 응원을 해줘야 한다”고 조진웅을 두둔했다. 현직 판사인 류영재 판사는 “소년보호처분은 전과가 아니다. 미성년자의 재사회화는 사회의 책무이자 약속”이라며, 조진웅이 이후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취지의 글을 남겼다.
정치권 범여권 인사들도 이 온정론에 동참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의원은 한 교수와 송 신부의 글을 공유하며 “청소년 시절의 잘못을 어디까지, 어떻게, 언제까지 책임져야 하는가”라고 물었고, 박범계·양기대 전 의원 등도 “과거 잘못 때문에 한 사람의 인생 전체가 주홍글씨로 남아선 안 된다”는 의견을 냈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모든 성인은 과거가 있고, 모든 죄인은 미래가 있다”는 오스카 와일드 문장을 인용해 조진웅을 둘러싼 비난 여론을 에둘러 비판했다.
이들의 공통된 논지는 이렇다. 소년법이 기록 비공개·삭제를 원칙으로 한 이유는 ‘한 번의 낙인’으로 평생을 막지 말자는 사회적 합의인데, 유명인이 됐다는 이유로만 사실상 ‘무기징역형’ 낙인을 찍는 건 제도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ㅣ
"피해자는 평생인데..."
피해자 중심주의와 공적 검증론

반대편에서는 “소년이든 성인이든 피해자 중심주의가 우선”이라는 반론이 만만치 않다.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 교수의 ‘생매장’ 표현을 정면 반박했다. 그는 “국민이 사람을 평가하는 데 필요하다고 여기는 사실을 언론이 밝힌 것”이라며, 사법 처분이 끝난 사건이라고 해서 평가 대상에서 삭제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전두환·노태우가 형을 살았다고 해서 5·18 책임을 거론하지 말라는 것이냐”는 예까지 들며, 공적 인물에 대한 정보 공개와 평가는 시민의 권리라고 강조했다.
야권의 어조는 더 직설적이다.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은 “다들 제정신인가. 좌파 범죄 카르텔 인증하느라 정신이 없다”고 원색적으로 비판하며, 보도 내용대로라면 “차를 훔쳐 여성들을 유인해 번갈아 성폭행했다는 범죄자를 감쌀 일인가”라고 지적했다. 나경원 의원은 아예 대통령·국회의원 등 고위 공직자의 소년기 흉악범죄를 조회·공개하는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예고했다. “살인·강도·성폭력 같은 중범죄까지 ‘소년범’이라는 이유로 영구 사각지대에 두는 건 공정에 맞지 않는다”는 논리다.
온라인 여론에서도 “미성년자라고 해서 중범죄를 가볍게 볼 순 없다”, “정의로운 캐릭터 연기하는 공인 가해자를 TV에서 계속 봐야 하는 피해자의 2차 가해는 누가 책임지냐”는 반응이 쏟아진다. 학폭 의혹만으로도 드라마·예능에서 하차한 연예인들이 줄줄이 나왔던 만큼, ‘소년범’ 사건이라고 예외를 둘 수 없다는 것이다.
ㅣ
"왜 유독 조진웅에겐 적극적"이냐는 의심
진영 논리 vs 원칙 논쟁

이번 사안을 둘러싸고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온갖 연예인 학교폭력·음주운전·학력 위조 논란에는 침묵하던 정치권 인사들 상당수가 유독 조진웅에게만 “돌아오라” “응원한다”는 메시지를 보냈다는 점이다. 그가 정의로운 형사·독립운동가 등을 주로 연기하며 ‘의로운 이미지’를 쌓아온 배우라는 점, 진보 성향 인사·서사와 접점이 많았던 전력 등이 겹치면서 “우리 편이라고 느껴지는 인물에겐 유난히 관대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옹호하는 쪽은 “조진웅 개인이어서가 아니라, 소년보호처분 제도의 취지를 놓친 채 마녀사냥으로 흐르는 여론을 우려한 것일 뿐”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비판하는 쪽에서는 같은 ‘소년범’ 논란이라도 익명의 일반인·비연예인, 혹은 정치적 상대방이었다면 과연 이런 온정적 발언이 나왔겠느냐는 의견이다.
조진웅의 은퇴 선언이 ‘올바른 해결책’인지에 대한 판단은 각자의 몫이다. 다만 분명한 것은, 이 사건이 한 사람의 몰락을 소비하는 데서 멈출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나우무비 에디터 김무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