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北 해킹 제재”“지뢰와 뭔 상관”…조현·정동영 고성 충돌

이찬규 2026. 10. 5.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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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 외교부 장관과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2026년 을지연습 준비보고회의에 참석해 있다. 뉴스1

비무장지대(DMZ)에서 발생한 북한군 매설 지뢰 폭발 사고의 대응 방안을 놓고 지난 1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조현 외교부 장관과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정면 충돌한 것으로 파악됐다. 외교부가 북한의 불법 사이버 활동을 겨냥한 독자제재를 대응 카드로 제시하자 정 장관이 강하게 반대했다고 한다. ‘동맹파’와 ‘자주파’ 간 대북정책 노선 차가 다시 수면 위로 드러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4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등 복수의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외교부는 지난 1일 열린 NSC 상임위원회에서 북한의 해킹과 가상자산 탈취, 해외 IT 인력 활동 등 불법 사이버 활동에 관여한 개인ㆍ기관을 대북 독자제재 대상으로 추가 지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고 한다. 제재 대상으로 지정되면 국내 자산이 동결되고 우리 국민과의 금융 거래 등이 제한된다. 실효를 떠나 한국 정부가 단독으로 제재했다는 상징적 의미가 적잖다.

이에 정 장관은 “지뢰 사건과 직접 관련 없는 사이버 제재를 왜 현시점에 추진하느냐”는 취지로 강하게 반대했고, 이 과정에서 조 장관과 언성을 높였다고 한다. 특히 정 장관은 같은 날 이재명 대통령이 국군의날 기념사에서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을 낮추겠다는 기조를 재확인한 점을 거론하며 추가 제재에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장관은 북한 지뢰 폭발 대응을 논의하기 위해 열리는 NSC에 참석하고자 영국ㆍ독일 등 유럽 3개국 출장 일정을 단축하고 귀국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장관이 특히 언성을 높인 것으로 안다”며 “북ㆍ미 대화 국면에서 정부가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해야 한다는 강한 뜻이 있기 때문 아니겠나”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우리 장병이 발목까지 잃었는데 아무 대응도 안 할 수는 없지 않으냐는 고민이 정부 내에 적잖다”며 “통일부는 지뢰 사건 이후에도 ‘로우키’ 대응을 강조해 국방ㆍ외교 라인과 입장 차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대북 독자제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와 별개로 현행 국내법에 따라 정부가 취하는 조치다. 한ㆍ미ㆍ일은 지난 6월 워싱턴에서 북한 사이버 위협 대응 실무그룹을 연 데 이어 지난달 21일 뉴욕에서 열린 3국 외교장관회의 공동성명에서도 북한 IT 인력 공동주의보 등 사이버 위협 대응의 진전을 평가하고 관련 공조를 이어가기로 했다. 한 소식통은 “한ㆍ미ㆍ일 공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번 기회에 추가 제재를 추진하려 한 것 아니겠나”고 말했다.

조현 외교부 장관과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이 지난달 21일(현지시간) 뉴욕에서 회담하기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NSC에서 드러난 두 장관의 인식 차는 이튿날 공개 발언에서도 확인됐다. 외교부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최종 발표가 되면 그에 따라 외교부가 할 수 있는 여러 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반면, 정 장관은 대북 확성기 재개에 대해 “무책임하고 위험천만한 일”이라며 “강 대 강으로 대치해서는 풀릴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에 군사분계선(MDL)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대화를 제안했다.

이 대통령은 지뢰 사건 이후에도 기존의 대북 긴장완화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이 대통령은 국군의날 기념사에서 이번 사건을 “불의의 사고”라고 표현하고 북한을 직접 거론하지 않은 채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을 낮추기 위한 조치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4일 10ㆍ4 남북정상선언 기념행사 축사에서도 “적대와 대결의 악순환을 끊어내야 평화와 번영의 선순환을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정점식 원내대표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에서는 정부가 북한 책임에 소극적으로 대응한다는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장동혁 대표는 1일 “‘불의의 사고’란 표현은 제3자나 쓸 법한 말”이라고 비판했고, 정점식 원내대표도 “도대체 얼마나 더 도발과 모욕을 당해야 비굴한 인내심을 멈출 것이냐”고 지적했다.

정부는 이르면 이번주 발표될 군 당국의 최종 조사 결과를 토대로 구체적인 대응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다만 지난 1일 NSC에서는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방안은 별도로 거론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남북이 서로 다르게 인식하고 있는 MDL 기준선을 명확히 하는 문제도 대응 방안 가운데 하나로 거론된다. 강신철 국방부 장관은 지난 2일 제이비어 브런슨 유엔군사령관을 만나 지뢰 사건과 함께 MDL 기준선 문제를 논의했다.

이찬규 기자 lee.chank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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