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재명표 배드뱅크’ 빚 탕감 본격 시작 못했는데…이자만 챙겨

박성영 2026. 3. 2.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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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정부의 배드뱅크(부실 채권을 싼값에 넘겨받아 정리하는 기관)인 '새도약기금'이 법적 근거를 갖추기도 전에 자금부터 조성한 뒤, 정작 핵심인 빚 탕감은 시작조차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실이 새도약기금 운영 기관인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캠코는 "신용정보법이 개정돼야 금융·가상자산 정보 수집이 가능하다. 법 개정 전에는 상환능력 심사 및 그에 따른 채권 소각(채권자가 빚을 받을 권리를 포기해 채무를 없애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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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새도약기금 출범식이 열리고 있다. 금융위원회 제공

이재명정부의 배드뱅크(부실 채권을 싼값에 넘겨받아 정리하는 기관)인 ‘새도약기금’이 법적 근거를 갖추기도 전에 자금부터 조성한 뒤, 정작 핵심인 빚 탕감은 시작조차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개인의 빚을 조정하려면 일정한 심사 절차가 필요한데 현행 법 체계상 제약이 있기 때문이다. 그 사이 기금은 수천억원을 굴려 이자 수익을 냈고, 수억원의 홍보·운영비도 집행됐다. 정책 설계의 선후가 뒤바뀐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새도약기금은 5000만원 이하의 빚을 7년 이상 갚지 못한 개인 채무를 매입해 소각하거나 감면하는 제도다. 정부와 금융권은 8400억원을 조성해 액면가의 5% 수준으로 채권을 사들여 최대 16조원 규모의 빚을 정리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출범 당시부터 형평성 논란과 포퓰리즘 비판이 제기됐지만, 정부는 장기 연체자의 재기를 돕기 위한 정책이라고 설명해왔다.

그러나 실제 집행 과정에서 정부는 법적 제약에 부딪혔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실이 새도약기금 운영 기관인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캠코는 “신용정보법이 개정돼야 금융·가상자산 정보 수집이 가능하다. 법 개정 전에는 상환능력 심사 및 그에 따른 채권 소각(채권자가 빚을 받을 권리를 포기해 채무를 없애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채무를 감면하거나 없애려면 채무자의 소득과 재산을 종합적으로 파악해야 하는데, 현재 이를 위한 정보 수집 근거가 충분치 않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현재까지 이뤄진 1차 채권 소각은 기초생활수급자 등 상환능력 심사가 사실상 필요 없는 일부 대상에 한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예고했던 대규모 빚 탕감 작업은 본격화하지 못한 셈이다.

앞서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지난해 7월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신용정보법을 고치지 않아도 새도약기금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실제 새도약기금 운영기관인 캠코는 현행 법 체계로는 상환능력 심사가 어렵다고 밝히면서 정책 추진 과정에서 법적 검토가 충분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 의원실 제공


빚 탕감이 지연되는 사이 기금은 자금을 운용해 수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캠코에 따르면 지난달 9일 기준 새도약기금이 보유한 자금은 약 5493억원이다. 이를 운용해 벌어들인 수익만 약 16억원에 달한다. 또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홍보·행사·용역비 등 사업 운영비로 약 8억4000만원이 집행됐다. 시장 일각에선 “빚을 탕감하겠다며 조성한 돈이 정작 채무 조정보다 금융 운용과 홍보에 먼저 쓰인 모양새”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금융위는 채권 소각 지연과 별개로 연체 채권(정해진 기한을 넘겨 갚지 못한 빚) 매입 자체만으로 기금이 효과를 내고 있다고 해명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연체 채권이 기금으로 넘어오면 즉시 추심이 중단된다”며 “빚 탕감과는 별도로 채무자의 부담을 줄이는 기능은 이미 작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서민들의 빚을 없애주겠다더니 정작 빚 탕감 계획은 멈춰 있고, 기금의 이자 수익만 쌓이고 있다”며 “사업 실행 전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보다 홍보와 발표를 우선순위에 둬서 발생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박성영 기자 ps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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