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보고서]"제주 말고 오사카"…엔저·NO재팬 약화 영향

허미담 2023. 3. 1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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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찾는 한국인 여행객 급증
日 매체 "저가 항공권·엔화 약세 영향"
3년 전 '노재팬' 무색

편집자주 - 당신의 청춘은 어떤 모습으로 기억되고 있습니까. 10대부터 대학생, 직장인까지 '청춘'들만의 고민과 웃음 등 희로애락을 전해드립니다.

코로나19로 막혔던 해외여행 길이 열리면서 일본 여행 열풍이 이어지고 있다. 과거 일본의 수출 규제로 '노재팬(No Japan)' 바람이 불던 시절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이 같은 현상의 배경에는 엔저(엔화약세) 현상으로 일본 물가가 상대적으로 저렴해진데다 일본에 대한 인식이 과거와 비교해 긍정적으로 변화했다는 점 등 여러 요인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日 관광객 10명 중 4명은 한국인

[이미지출처=픽사베이]

최근 일본을 방문하는 한국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고 있다. 특히 지난달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 10명 중 4명은 한국인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일본정부관광국(JNTO)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월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은 147만5300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88.2배로 늘었다. 이 가운데 한국인은 56만8600명으로 집계됐다. 전체 외국인 중 38.5%에 해당하는 수치다. 지난해 2월 913명과 비교하면 무려 622배가량 늘었다.

이는 지난해 10월 일본이 코로나19 방역 조치를 완화한 이후 억눌린 여행수요가 폭발한데다 엔화 약세로 여행 경비가 저렴하다는 장점 때문에 일본 여행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1만원대 항공권이 10만원대로 급등…치솟은 제주 항공료

또 20·30세대의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한 것과도 연관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0~30대 청년 626명을 대상으로 한일관계 관련 인식을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42.3%가 긍정적, 17.4%가 부정적이라고 답했다고 밝혔다. 보통이라는 답변은 40.3%였다.

삼일절 연휴 기간 일본 여행을 다녀왔다는 직장인 정모씨(28)는 "코로나19 기간 해외여행을 가지 못해 답답했는데, 시간적 여유가 돼 가까운 일본을 다녀왔다"며 "제주도는 자주 가보기도 했고, 일본이나 제주도나 비용 차이가 크게 없을 것 같아 일본을 택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제주를 오가는 항공료는 크게 올랐다. 항공사들이 해외여행 수요 증가에 대비하기 위해 국내선 항공기를 국제선에 증편하면서 국내선 운항 편수가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항공권 예약이 힘들어지며 자연스럽게 항공요금도 올랐다. 코로나19로 한때 김포∼제주 편도 특가 항공권이 1만원대까지 추락했지만, 최근에는 10~15만원대로 치솟았다.

한국인 관광객 크게 늘었는데…"日 관광산업에 이득 안돼"

[이미지출처=픽사베이]

한국의 일본 여행 열풍에 일본 언론도 주목하고 있다. 뉴스위크 일본판은 지난달 24일 '방일 한국인 급증…아무리 저렴해도 일본에 가지 않는다는 태도 달라져…그 이유는?'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일본 여행 인기 요인을 파악했다.

매체는 방일 한국인이 증가한 이유로 ▲저렴한 항공권 가격 ▲제주 관광의 위축세 ▲엔저 현상 등을 꼽으며 "일본에 대한 부정적인 정서가 약해진 가운데 비용 측면과 안전 측면의 장점 때문에 일본을 찾는 한국인이 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뉴스위크는 '노재팬 운동'의 약세 또한 일본 관광 열풍을 일으킨 요인 중 하나라고 했다. 노재팬 운동은 2019년 아베 신조 전 총리가 한국을 상대로 수출규제와 화이트리스트 국가 제외 등에 나서자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 이뤄진 운동이다.

노재팬 운동이 심화했을 때는 일본 패션기업 '유니클로'의 국내 매출이 절반가량으로 떨어지고, 일본 맥주 수입량 역시 급감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불매운동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관심은 줄어들었고, 코로나19 팬데믹에 접어들면서 사실상 유명무실화됐다.

다만 매체는 방일 한국인이 증가해도 일본 관광업계의 호황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예측했다. 한국인의 지출액이 다른 나라 국민들에 비해 적다는 게 그 이유다.

뉴스위크는 "도쿄 나리타 공항에 도착하는 외국인 여행객은 대개 '나리타 익스프레스'나 '게이세이 스카이라이너' 등 전용 열차를 타고 도심으로 나가고 오사카 간사이 공항에서도 '특급 하루카'나 '라피트' 등을 이용하지만, 한국인은 대부분 저렴한 일반열차를 탄다"며 "한일 왕래가 1000만명에 달했던 2018년 방일 외국인 중 가장 지출을 적게 한 사람들도 한국인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재팬 운동이 거셌던 2019년 하반기 큰 피해를 본 건 일본보다 한국 여행사와 항공사들이었다"며 "방일 한국인 증가로 재개 등 혜택을 보는 건 한국 기업들이지 일본 측이 얻는 혜택은 한정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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