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년 동안 '민간인 출입금지'였던 비밀의 둘레길, 꼭 가봐야 하는 이유
아름다운 서울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완벽한 등산 코스
청와대에서 북악산으로 이어진 등산로는 그동안 일반인에게 허락되지 않은 비밀의 공간이었습니다. 보안이 엄중한 청와대 뒷산에 해당하는 구간이었기 때문인데요. 최근 무려 54년만에 북악산이 전면 개방되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북악산의 전면 개방으로 서대문구 안산에서 시작해 인왕산, 북악산, 북한산으로 이어지는 한북정맥 산줄기가 완전히 연결되어, 산악인들의 오랜 바람이 실현되었는데요. 오늘은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 북악산 둘레길 코스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청와대 북악산길, 굳게 닫힌 충격적인 이유
1968년 1월 21일 김일성의 지시로 북한 무장간첩들이 청와대 기습을 시도한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당시 유일하게 생포되었던 김신조의 이름을 따 '김신조 사건'이라 불리는데요. 이 사건으로 '김신조 루트'라 불리던 북악산의 일부 지역이 민간인 출입금지구역으로 지정되며 굳게 닫혔습니다.
이후 2006년에 홍련사-숙정문-촛대바위 1.1㎞ 구간 등산로가 처음 열렸고, 2007년에 와룡공원-숙정문-청운대-백악마루-창의문 구간이 열렸습니다.
2019년부터는 신분확인 철차를 없애고 개방 시간을 확대했는데요. 2020년에는 북악산 북에 해당하는 청운대, 평창동 구간을, 2022년 4월에는 숙정문-청운대-삼청동 구간을 추가 개방했습니다. 그리고 2022년 5월, 청와대 전면개방과 함께 북악산 남측인 청와대-백악정-칠궁 구간을 완전히 개방했습니다.
이어 6월 4일에는 청와대 춘추관에서 북악산을 곧장 오르는 등산로 출입구가 신규로 개방됐습니다. 무려 54년 만에 청와대에서 오르는 북악산 등산로가 열린 것입니다.
이는 서울 중심부에 위치한 북악산이 가진 역사적, 문화적 가치를 더 많은 사람들이 체험할 수 있게 되었음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개방은 서울의 역사문화도시로서의 가치를 높이고, 청와대에서 백악정에 이르는 코스는 역사와 자연이 어우러진 새로운 명소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전임 대통령들이 남긴 세 그루의 나무, 백악정
백악정은 북악산으로 오르는 시작점입니다. 춘추관 옆 담장을 따라 20분 정도 오르면 백악정에 닿을 수 있으며, 칠궁에서 백악정으로 올라도 됩니다.
전임 대통령들도 이곳까지 산책을 자주 즐겼다고 하는데요. 백악정 쉼터 오른편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이휘호 여사가 함께 심은 느티나무가, 왼편에 노무현 전 대통령과 권양숙 여사가 식수한 서어나무가 있습니다. 두 나무의 가지가 서로 맞닿은 모습은 마치 형이 동생 손을 잡아 이끄는 형상을 연상케 하는데요. 두 나무에서 100m쯤 떨어진 곳에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심은 은행나무도 볼 수 있습니다.
춘추관이나 칠궁에서 백악정까지 오르는 길은 잘 포장되어 있지만 경사가 심한 편이라 백악정에 도착할 무렵이면 제법 숨이 가빠지는데요. 전임 대통령들이 선물한 나무 그늘에서 잠시 목을 축이며 본격적인 등반을 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 이용시간 : 09:00-18:00 (대통문 폐쇄 5~8월 18:00 / 3~4월,9~10월 17:00 / 11~2월 16:00) 화요일 휴무
서울의 경관을 한 눈에, 청와대 전망대
백악정을 지나면 자연 그대로의 숲이 펼쳐집니다. 얼마 걷지 않아 나오는 갈래길에 청와대 전망대 사인이 붙어 있는데요. 두 길 모두 일방통행입니다. 전망대로 올라가려면 오른쪽 길로 가야 합니다. 왼쪽 길은 전망대에서 내려오는 길입니다.
대통문 직전에 전망대로 오르는 계단이 나옵니다. 이 전망대에서는 청와대 푸른 지붕을 비롯해 경복궁, 광화문 일대와 남산, 멀리 관악산까지 조망할 수 있습니다. 시원하게 뻗어나간 산자락과 넓게 펼쳐진 시가지를 보노라면 풍수지리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도 경복궁과 청와대 자리가 명당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북악산 정상에서 즐기는 서울뷰, 백악마루
계단을 지나 능선에 올라서면 한양도성 성벽과 마주찹니다. 곧장 나타나는 청운대는 해발 293m로 푸른 구름이 모이는 곳이라는 의미를 담고 습니다. 한양도성에서 가장 조망이 빼어나기로 유명하며, 남쪽으로 경복궁과 광화문, 세종로 일대가 선명하게 보입니다.
북악산 정산인 백악마루는 해발 342m로 숫자로는 그리 높지 않지만 일대에서 가장 우뚝 솟은 봉우리입니다. 경복궁과 청와대를 감싸안으며 서울 중심부를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백악마루와 청운대 중간쯤에 붉은 점이 여러 개 찍힌 1.21 사태 소나무를 볼 수 있는데요. 수령 200년 된 소나무로, 1968년 청와대를 습격하려 침투한 북한 특수부대원들과우리 군경 간 교전 시 생긴 총탄자국 15개가 남아있습니다.
조선시대 문루의 모습이 그대로, 창의문
한양도성길의 대미는 창의문이 장식합니다. 백악마루를 지나자마자 길은 가파른 내리막으로 돌아서는데요. 한양도성의 성벽과 나란히 나무 계단이 이어집니다. 계단이 상당히 가파르기 때문에 백악마루 쉼터, 돌고래 쉼터 등에서 무릎을 쉬게 하는 게 좋습니다.
창의문은 한양도성 사소문 중 서북쪽에 있어 양주, 고양 방면으로 향하는 교통로였는데요. 임진왜란 때 소실되었던 것을 영조 17년(1741) 때 다시 세운 것으로 사소문 중 유일하게 조선시대 문루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창의문 아래에서는 1․21사태 때 침투한 북한군과 교전 중에 사망한 경찰의 동상을 볼 수 있습니다.
북악산 맛집 추천
창의문을 지나 부암동에서는 막걸리와 음식을 곁들일 수 있는 맛집을 방문하기 좋습니다. 한정식집 '소소한 풍경', 만두가 맛있는 '자하손만두'는 막걸리를 곁들인 식사를 하고 있어 등산객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보다 풍성한 안주를 원한다면 서촌으로 이동해 막걸리 10여 종 이상에 다양한 안주를 갖춘 ‘서촌가락’, 칼국수 맛집이지만 수육과 두루치기가 맛있는 ‘대선칼국수’, 막걸리 샘플러 메뉴가 있을 정도로 막걸리와 전통주에 진심인 ‘잘빠진메밀’ 등에 방문해보는 걸 추천드립니다.
이렇듯, 54년만에 개방된 북악산의 매력에 제법 쌀쌀해진 날씨에도 많은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위 북악산 등산 코스를 참고하여 완벽한 등산을 해보시길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