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까지 잡아 식량 배급"…최악 가뭄 아프리카 오죽하면
기후변화에 따른 혹독한 가뭄으로 식량부족에 직면한 아프리카 국가들이 코끼리 등 대형 야생동물을 식량으로 삼는다는 결정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18일(현지시간) 영국 스카이뉴스에 따르면 짐바브웨 야생동물 당국은 엘리뇨 현상으로 40년만 최악의 가뭄을 겪는 지역사회에 식량을 공급하기 위해 야생 코끼리 200마리를 살처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야생동물 서식지가 있는 아프리카 국가 정부는 종종 개체수를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거나 구호 등의 목적을 위해 도태를 결정하고 사냥을 허용하지만, 짐바브웨가 이런 조처를 실시하는 건 1988년 이후 처음이다.
티나셰 파라오 짐바브웨 국립공원 및 야생동물 관리청 대변인은 황게, 음비레, 촐로쇼, 치레지 지역에서 코끼리 사냥 허가가 발급될 예정이며 당국도 일부 개체들의 도태 조치에 동참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라오 대변인은 “허가증이 발급되는 대로 조치를 시작할 것”이라며 코끼리 고기가 가뭄 피해를 본 지역사회에 배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코끼리 개체 수가 8만4000마리에 달하기 때문에 200마리는 바다에서 물 한 방울 정도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시템비소 뇨니 짐바브웨 환경부 장관은 의회가 지난주 전국적인 코끼리 도태 프로그램 시행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뇨니 장관은 “실제로 짐바브웨에는 우리가 필요로 하고 우리 산림이 수용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코끼리가 있다”면서 “나미비아가 한 것처럼 코끼리를 도태하고 여성들을 동원해 고기를 건조하고 포장한 다음 단백질이 필요한 일부 지역 사회에 공급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예컨대 짐바브웨 서부 건조 지역인 황게에는 현재 4만5000마리 이상의 코끼리가 머물고 있지만, 이 지역 생태계가 감당 가능한 수는 1만5000마리 수준에 불과하다는 게 뇨니 장관의 설명이다.
실제 짐바브웨 공원 당국에 따르면 황게에선 작년의 경우 평소라면 건기가 끝나고 우기가 시작됐을 시기인 12월까지 가뭄이 이어지면서 최소 100마리의 코끼리가 폐사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나미비아와 짐바브웨를 비롯한 아프리카 남부 일대는 엘니뇨 현상의 여파로 올해 초부터 평균 이하의 강수량을 기록 중이다. 이번 가뭄으로 식량 부족에 시달리는 인구는 무려 680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나미비아는 이미 지난달 코끼리 83마리와 하마 30마리, 버팔로 60마리, 임팔라 50마리, 누우 100마리, 얼룩말 300마리, 일런드 영양 100마리 등 총 723마리의 야생동물을 잡아 주민들에게 고기를 나눠준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나미비아는 가뭄 피해가 극심해지자 지난 5월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전인구의 반이 넘는 140만명이 식량 확보에 아주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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