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 있는 집도 토허제 실거주 유예…정부, 예외 전면 확대

김준영 2026. 5. 12.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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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토지거래허가구역 내에서 실거주 의무를 유예해주는 대상을 세입자가 있는 주택 전체로 확대한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제도가 지난 10일 4년여 만에 재개되면서 매물 잠김 우려가 커지자, 기존 다주택자 매물에만 적용되던 조치를 비거주 1주택자 매물에까지 확대한 것이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아파트 단지가 보이고 있다. 뉴스1

토허제 실거주 유예, 세 낀 집 전체로 확대


국토교통부는 12일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임대 중인 주택을 거래할 경우 임대차계약 종료일까지 매수자의 입주를 유예하는 내용을 담은 ‘부동산거래신고법 시행령’ 개정안을 오는 13일부터 입법 예고한다고 밝혔다. 현재는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주택을 매입하면 원칙적으로 허가 후 4개월 내 입주해 2년간 실거주해야 해 전세 세입자가 거주 중인 주택은 거래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 있었다.

김이탁 국토교통부 1차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이번 조치 배경에 대해 “실거주 유예가 일부 다주택자 매도 물건에만 적용되면서 형평성 문제가 있었다”며 “임대 중인 주택에 대한 매도 편의를 개선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어 “연말까지 토지거래허가를 신청하는 경우에 한해 일부 다주택자에만 적용되던 실거주 유예를 세입자 있는 주택 전체로 확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치에 따라 발표일인 12일 기준 임대 중인 주택이라면 모두 실거주 유예 대상이 된다. 실제 유예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연말인 오는 12월 31일까지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토지거래허가를 신청해 허가를 받아야 한다. 허가 이후 4개월 내 주택 취득 등기를 마쳐야 한다. 실거주 유예는 발표일 현재 체결된 임대차계약의 최초 종료 시점까지 인정된다. 다만 늦어도 2028년 5월 11일까지는 입주해야 한다.

주택담보대출 규제도 일부 연동된다. 정부는 토지거래허가 대상 주택을 매입하기 위해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경우 전입신고 의무를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전세가 낀 주택 특성상 실제 대출 가능 금액은 제한적일 전망이다. 정부는 “전세보증금이 담보인정비율(LTV)을 넘는 경우 신규 주택담보대출은 어렵다”며 “실수요자가 자기 자본을 바탕으로 매수하는 구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근영 디자이너


“갭투자 허용 아니다”…정부, 형평성 강조


이번 대책은 지난해 ‘10·15 대책’을 통해 서울 전역과 경기 지역 12곳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는 고강도 규제를 시행한 지 7개월여 만에 나온 대규모 예외 조치다. 당시 정부는 집값 급등과 갭투자(전세 끼고 매매) 확산을 막기 위해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주택 매입 시 4개월 내 전입과 2년 실거주 의무를 부과했다. 전세를 끼고 집을 매수하는 방식의 투기 수요를 차단하겠다는 취지였다.

정부가 세 낀 집 구매를 막겠다는 원칙을 스스로 거스른 건 다주택자 중과 재개 후 매물 잠김 우려를 해소하고 지속적으로 매물량을 끌어내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실제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오피스텔 매물은 12일 6만3985건으로 지난 9일(6만8495건) 대비 4510건(6.6%) 줄었다.

다만 이번 조치로 출회될 비거주 1주택자 매물량은 파악되지 않았다. 정부 관계자는 “지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당시 매물이 늘어났던 사례를 볼 때 이번에도 매물 출회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도 “정확한 비거주 1주택 물량을 파악하기 어려워 수치로 예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부는 “토지거래허가제가 완화된 측면은 있다”면서도 “이번 조치가 신규 갭투자를 허용하는 것은 아니다”고 거듭 강조했다. “발표일 기준 임대 중인 주택에 대해서만 유예해주는 것”이며 “실거주 유예를 받더라도 임차 기간 종료일에 맞춰서 입주하여 2년간 실거주를 해야 하는 의무는 여전히 적용된다”는 설명을 덧붙이면서다.

추가적인 투기 수요 유입을 막기 위한 제한 조건도 달았다. 실거주 유예를 받을 수 있는 매수자 요건을 ‘발표일부터 계속 무주택 상태를 유지한 자’로 한정한 것이다. 발표 이후 주택을 처분해 무주택자가 된 경우에는 대상에서 제외된다. 정부는 “갈아타기 목적의 실거주 유예를 막고 무주택 실수요자의 매수 기회를 확대하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번 실거주 유예 확대는 갭투자 불허 원칙을 유지하면서 시행되는 것”이라며 “세입자가 있어 매도를 고민하던 매도자들도 보다 적극적으로 매도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정부는 투기 수요는 차단하고 실수요 거래 중심으로 주택시장을 개선해나가겠다”고 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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